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부끄럽다 조회수 : 1,559
작성일 : 2011-11-02 16:45:24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   수  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느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IP : 59.9.xxx.17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11.2 6:43 PM (119.69.xxx.80)

    저도 오늘 이 시를 생각했었네여.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3723 초등맘인데 나가는게 두려워요.. 1 초등맘 2011/11/03 1,861
33722 가수 김현정도 양악 한 건가요? 4 dd 2011/11/03 3,881
33721 여의도 - 이정희의원도 도로로 나왔다네요. 8 참맛 2011/11/03 1,980
33720 칼라티비가 한음방송으로 바뀌었나요- 여의도 FTA반대집회 중 생중계 2011/11/03 1,266
33719 [꼭..보세요] 이정희 의원님이 자신의 트위터 에서 소개한 유투.. 2 ㅎㅎ 2011/11/03 1,427
33718 브랜드 백 아니고 그냥 가죽가방 괜찮은 쇼핑몰 추천해주세요! 4 추천좀 2011/11/03 2,826
33717 물사마귀.. 4 와이 2011/11/03 1,682
33716 서유럽 여행 1 ^^ 2011/11/03 2,097
33715 한미FTA는 제 2 의 촛불 시위가 될꺼 같습니다. 12 nn 2011/11/03 2,469
33714 우려하시는 ISD관련해서 제가 공부를 해보았습니다 -_-;; 9 FTA 관련.. 2011/11/03 2,413
33713 홍시 보관법좀 알려주세요. 5 홍시 2011/11/03 18,926
33712 암보험 효력이 내년 1월이면 끝나는데 암검사 자세하게 1 보험 2011/11/03 1,376
33711 여의도에서 이정희 대표님 만났어요 9 소심한 커밍.. 2011/11/03 2,780
33710 쓸데없는 생각인지 모르지만, 연예인들도 왠지 밉네요. 2 휴... 2011/11/03 2,346
33709 나경원은 지금 어디서 월급 받나요? 9 오하나야상 2011/11/03 3,029
33708 곽교육감님 트위터 비서께서 대신 전한답니다. 14 곽교육감님 2011/11/03 2,578
33707 다* 검색에서 한미fta조회하면은 트위터가 안나와요 5 이상해요 2011/11/03 1,437
33706 입술 잘 트는 분들께 강추 제품 7 반지 2011/11/03 3,017
33705 제일 꼴뵈기 싫은글 하루종일 로.. 2011/11/03 1,346
33704 박근혜씨가 ISD는 표준약관같은거랍니다.ㅋㅋㅋ 무식함의 종결자네.. 19 밝은태양 2011/11/03 2,343
33703 [증언] 박원순 시장 취임후 서울시청이 변한다 17 주홍쒸 2011/11/03 2,549
33702 만약 전화하다가 딴 사람 전화가 오면 여러분들은? 16 전화매너 2011/11/03 3,149
33701 퇴직한 여직원의 결혼식에 가지말라는 다른 여직원.. 12 초난감 2011/11/03 3,669
33700 호박고구마 쪄먹으면 7 별로일까요?.. 2011/11/03 2,240
33699 장수침대와 장수촌 침대는 서로 다른회산가요? 5 그의미소 2011/11/03 2,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