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부끄럽다 조회수 : 1,566
작성일 : 2011-11-02 16:45:24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   수  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느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IP : 59.9.xxx.17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11.2 6:43 PM (119.69.xxx.80)

    저도 오늘 이 시를 생각했었네여.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052 인도영화 청원 보신 분요,그 사지마비 남자주인공..!! 5 멋진남자 발.. 2011/11/12 2,355
37051 대한민국은 반드시 이겨나갈것입니다. 7 달려라 고고.. 2011/11/12 1,788
37050 고딩 되면 엄마 안 따라 오려는게 정상이죠? 1 아쉬움 2011/11/12 2,309
37049 끌단지를 쏟았어요... 7 질문 2011/11/12 2,166
37048 ↓↓ 한전 kt매각 (국민주) 패스 바랍니다 2 패스 2011/11/12 1,410
37047 한전 포스코 KT 매각때도 반대가 많았나요 ? 국민주 2011/11/12 1,500
37046 exr이란 브랜드.. 어때요? 7 ?? 2011/11/12 2,938
37045 한미FTA 반대 집회 나꼼수 정봉주 전의원 연설 6 한미FTA반.. 2011/11/12 2,475
37044 주택은 땅값만 치고 사는건가요? 2 주택매매 2011/11/12 2,298
37043 시댁 김장..ㅠㅠ 14 ...음 2011/11/12 4,830
37042 알타리 무? 8 ^^ 2011/11/12 2,110
37041 입학사정관제가 뭔가요? 6 dma 2011/11/12 2,974
37040 최근에 마카오 다녀오신 분?? 7 여행가자 2011/11/12 2,996
37039 마이홈에서 쪽지함 2 쪽지 2011/11/12 1,743
37038 지하철에서 화장하면 공중도덕에 위배되나요? 24 궁금이 2011/11/12 4,416
37037 마흔 노처녀 보니 본좌 아는 마흔하나 노처녀 결혼 못하는 이유.. 7 마흔츠자 2011/11/12 6,775
37036 폐섬유화 증상,,청원,,모른 척 할 일이 아닌 것,,또 생겼습니.. 4 혀니 2011/11/12 3,078
37035 주도면밀하다는것이 좋은뜻인가 나쁜뜻인가요? 18 부자 2011/11/12 5,336
37034 정시 설명회 3 고3맘 2011/11/12 2,371
37033 이런 아이도 대학을 보내야하는지.. 8 .. 2011/11/12 3,548
37032 펄벅이 대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거 맞죠? 2 .. 2011/11/12 2,250
37031 나이 사십넘어 십대의 감동을 느끼고 왔어요 2 슈스케 2011/11/12 2,626
37030 웹싸이트 패쇠도 가능해요 25 쪼잔한 2011/11/12 2,832
37029 동네 병의원..원내에서 틀어 놓을 적당한 음악 추천해주세요~ 5 음악 2011/11/12 2,155
37028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립대 등록금을 아예 받지 않는 방안을 .. 14 참맛 2011/11/12 2,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