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부끄럽다 조회수 : 1,262
작성일 : 2011-11-02 16:45:24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   수  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느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IP : 59.9.xxx.17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11.2 6:43 PM (119.69.xxx.80)

    저도 오늘 이 시를 생각했었네여.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572 한나라당의원들을 돌격대로 변모시킨 꼼수는 뭘까요 19 안말린다 2011/11/23 2,121
39571 땀흘리는 표충비 2 미르 2011/11/23 1,715
39570 삼성 의료민영화 위해 철저히 준비했어요[펌] 9 ㅜㅜ 2011/11/23 2,253
39569 사람의 인생에는 3가지 복이 있다죠 8 뽀숑공주 2011/11/23 3,920
39568 ↓↓↓[[에프티에이통과.....쑥빵아 ]] 건너가세요. 1 무관심 2011/11/23 560
39567 에프티에이 통과됐군요... 쑥빵아 2011/11/23 725
39566 남경필, 홍준표 핸드폰번호랍니다. 6 우언 2011/11/23 3,897
39565 '항의 최루물질 뿌린 김선동의원 육성 영상!!!!!!!! ㅠㅠ 4 ㅜㅜ 2011/11/23 1,025
39564 잠도 안오고 입에서 자꾸 욕만 나오네요. 15 플로레티 2011/11/23 1,688
39563 FTA 비준안 통과 감사합니다. 핑크 아님 5 핫뮤지션 2011/11/23 1,397
39562 FTA 하는데 의료비,전기,수도료는 왜 오르죠? ( 중요한 글.. 3 휴~ 2011/11/23 1,716
39561 이명박은 역사에 남겠죠? 8 성공 2011/11/23 1,594
39560 형제가 모두 남자인 여자 있나요? 심지어 사촌들까지 전부 다 남.. 2 .... 2011/11/23 1,263
39559 국민적 사안에 일방적 처리에 대한 법률적 자문을 얻고십습니다. 2 누구나 공감.. 2011/11/23 886
39558 언어영역 인강추천해주세요 4 예비고1 2011/11/23 1,306
39557 명동에서 방금 왔는데 낼은 이거 꼭 준비해서 가세요 51 니들다죽었어.. 2011/11/23 11,451
39556 내 나라가 어찌 되려고 이러나요.... 3 애통하다 2011/11/23 1,435
39555 fta때문에 열받아서 남편하고 한바탕 했네요 11 한판 2011/11/23 2,394
39554 하니tv에 나온 날치기후 국회의원들 3 mbout 2011/11/22 2,106
39553 무거운 가구를 옮길때..도움을 청할 곳이 없을까요? 5 준비 2011/11/22 3,314
39552 생리하는 날만 살고 싶어져요... 2 글쎄다 2011/11/22 2,482
39551 지금 트위터에 경막하출혈 로 검색해보셔요 7 FTA 반대.. 2011/11/22 2,662
39550 횡단성 척수염 아이 친구가 걸렸는데 넘 안타까워요 2 기도 2011/11/22 2,489
39549 금산분리법도 통과되었다는데 맞나요? 5 씨바 2011/11/22 2,007
39548 오르기전에 약좀 사놔야겠네요 32 약값 2011/11/22 9,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