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FTA 체결 후 곧 닥칠 우리의 현실

-용- 조회수 : 1,911
작성일 : 2011-11-02 13:43:26
  2000년 볼리비아 코차밤바 시. 성난 민중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물 때문이었다. 외채와 인플레이션 에 시달리던 볼리비아 정부는 1999년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공기업 매각을 약속했고, 코차밤바시의 상하수도 운영권을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벡텔(Bechtel)사에 넘겼다. 벡텔은 다른 투자자들과 컨소시엄 회사를 만들어 40년간 물을 위탁관리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헐값에 상하수도 시설권을 인수한 벡텔은 1주일 만에 수돗물값을 4배 가까이 올렸다. 당시 코차밤바 시민들의 월 평균 소득은 70달러였는데 수돗물값은 20달러까지 올랐다. 소득의 3분의 1을 수돗물값에 쓰게 된 것이다. 물 쓰기가 두려워진 서민들은 수돗물을 포기하고 빗물을 받아 먹기 위해 집집마다 빗물받이용 양동이를 설치했다. 그러자 벡텔사는 "빗물을 받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라"며 볼리비아 정부를 압박했다. 이 때문에 코차밤바시 경찰들이 빗물받이를 단속하고 철거 작업에 나서는 촌극이 벌어졌다.

정부가 경찰까지 동원해 빗물받이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때문이다.

상수도사업에 투자했다가 국내 정책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생각한 벡텔이 국제재판기관에 소송을 제기하면 약소국인 볼리비아 정부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법정싸움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해진다. 이에 볼리비아 정부가 소송 부담을 피해 빗물받이 단속에 나선 것이다.

시민들은 "물은 상품이 아니라 생명"이라며 넉 달간 대규모 거리 시위를 벌였다. 대통령은 하야했고 볼리비아는 물은 사유화할 수 없다는 것을 법으로 만들었다.

벡텔도 계약을 취소하고 2004년 쫓겨나다시피 볼리비아를 떠났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벡텔이 이듬해 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근거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볼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2600만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볼리비아는 미국이 아닌 네덜란드와 양자 간 투자협정(BIT)을 맺었지만, 벡텔은 컨소시엄사에 네덜란드 지분이 포함된 것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6년 가까이 진행되다 벡텔에 유리한 평결이 나자 볼리비아 시민들의 대규모 소요가 일어났고, 벡텔 측 컨소시엄과 볼리비아 정부가 국내외 비난 여론에 떠밀려 합의 형태로 소를 취하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가 중남미 서민을 덮친 파장은 또 있다. 1997년 과테말라의 철도운영권을 따낸 다국적회사 RDC는 과테말라 정부가 철로 부근에 사는 불법거주자를 퇴거시키지 않자,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과테말라 정부를 상대로 국제소송을 제기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는 국가 간 투자협정뿐 아니라 실제 자유무역협정 (FTA) 체결 후에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페루 정부는 올해 초 미국 다국적기업 렌코사로부터 8억달러 규모의 소송을 당했다.

페루 납 생산업체 도 런 페루의 최대주주인 렌코는 페루 국민들이 납중독 문제로 도런 페루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자, "페루 정부가 불공정하게 다뤘다"며 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2009년 2월 미국·페루 FTA가 발효된 지 2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대한민국 헌법 은 123조에서 농어민과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국가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냉혹한 국제질서가 적용돼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볼리비아와 페루 등의 사례는 생생하게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수돗물 같은 공공재는 소송 대상에서 유보되고 제소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입장이지만, 공공영역이라도 미국인 투자자의 사업과 경쟁관계로 파악되면 투자자들이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IP : 222.232.xxx.20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서민 몰락
    '11.11.2 1:46 PM (119.70.xxx.201)

    서민 몰락이 기다리고 있어요 ㅠㅠ
    빗물 무지 더러운데 그거 받아먹다 병걸려 죽겠져
    어린 아이들이 뭔죄인지 눈물만 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2695 파운드케이크는 꼭 박력분으로 해야하나요? 강력분만 있는데.. ㅠ.. 3 아웅이 2012/02/16 2,151
72694 지금 땡기는 음식 뭔가요? 9 먹고파~ 2012/02/16 1,554
72693 전세 관련 집 뺄 때 궁금해용.. 15 무지개1 2012/02/16 2,296
72692 마주치면 절대 말하지 말자했던 사람에게 또 말했네요.ㅠ 2 괴롭네.. 2012/02/16 1,652
72691 이마트에서 판다는 휘슬러냄비 아시는분... 7 ... 2012/02/16 2,638
72690 스마트폰 처음 사용하는데 1년 사용 후 출국 귀국자 2012/02/16 832
72689 주방세제 디스펜서 따로 쓰시나요? 4 펌프용기 2012/02/16 1,665
72688 김밥용 단무지가 많이 남았을때? 8 단무지고민 2012/02/16 2,685
72687 역시 새누리당! 나경원이 중구 단독 공천신청했네요. 21 단독후보 2012/02/16 2,436
72686 미칠것 같네요. 오늘 생일인데 어디에서 밥 먹으면 좋을까요.. 1 ㅁㅁ 2012/02/16 1,236
72685 분당 자생한방병원에서 치료 받아보신분 계신가요? 4 한방병원 2012/02/16 7,075
72684 요즘나오는냉이·달래·취나물등봄나물요리법 1 봄나물 2012/02/16 1,112
72683 떡볶이에 넣는 부재료 9 국민학생 2012/02/16 1,591
72682 [공감백배] 인터넷서 읽은 글 <남친>과 <남편.. 3 다맞는말 2012/02/16 1,492
72681 올해는 뭐가 되려나...어쩜 적기에 일이 발생하는지... 7 신기해요 2012/02/16 1,596
72680 지금 가진 거 다 털어서 집을 사야 할까요? 8 2012/02/16 2,348
72679 마인, 미샤등 명품매장 아울렛 어디에 있나요? 2 상품 많은곳.. 2012/02/16 1,804
72678 최양락 부인참 잘만난거 같아요.. 12 허브 2012/02/16 4,782
72677 코코넛 오일, 피부에 발라도 좋을까요? 4 2012/02/16 23,812
72676 논술샘이 이번달 회비를 주라고 하네요 8 어찌해야하죠.. 2012/02/16 2,644
72675 예비대 참석해야 하나요?? 4 대학생 2012/02/16 1,851
72674 댓글 알바 활동중... 9 무료알바 2012/02/16 1,502
72673 댓글마다 참고하라면서 링크거는거 뭔가요? 9 짜증 2012/02/16 1,299
72672 대학, 등록금인하 핑계 실습예산.장학금 대폭감액 세우실 2012/02/16 706
72671 40대초인데 생리주기가 달마다 짧아지고 있어요 17 gg 2012/02/16 118,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