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남편은 워크샵이나 회사 등산이나 출장을 갈때
자꾸 저한테 챙겨주기를 원해요.
"나 뭐 갖고가? 이거 등산복이야? 양말은 뭐신어?" 하고 물어봄;;
진심, 귀찮은건 아닌데 제가 남편이 무슨 옷을 갖고 있는지 신발은 뭐가 있는지 전혀 몰라요.
서로 바쁘고 옷장이며 서랍장, 신발장도 다 따로 쓰고 왠지 남편 없을때 남편 옷장 보는건 뒤진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고...
등산가는데 등산신발이 없다는걸 전날 알고 부랴부랴 마트 가서 사올 정도에요.
평상시에는 전혀 뭘 입으라거나 뭐 갖고 가라거나 제가 관여를 안해도 알아서 잘하는데
(당연한 거지요, 성인이고... 저도 뭐 입을지 뭐 챙길지 이런거는 친정엄마랑 살때도 제가 알아서 했어요)
유독 어디 가서 자고 올때는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길 원해요.
이번에는 좀 긴 출장을 가는데
전전날부터 가방을 싸면서 나 이거 갖고 가서 입어? 칫솔은 새거 갖고 갈까? 스웨터는 두개 갖고 가? 짙은색 갖고가? 자기가 뭐 빠진거 있나 봐줘 하면서 난리였어요.
저는 그냥 옷은 부피 안큰걸로 가져가라 구겨지는건 이리줘라 내가 잘 접어줄게 양말이랑 속옷은 날짜별로 갖고 가야지 화장품 샘플 나 많은데 좀 줄까? 정도의 일반적인 조언만 하고 있었는데
어제 나 수영복 가져오래 하고 제가 회사에 있을때 문자가 왔었어요.
그런가보다... 하고 저도 일하고 집에 와서 애랑 놀고 아기 봐주는 이모님이 소화가 잘 안된다고 해서 병원 문닫을 시간이니 빨리 가보라고 하고 남편이 왔길래 같이 면세점 갔다가 밥먹고 집에 와서 저는 물 한잔 마시고 샤워하고 드라이할 옷들 챙기고... 휴
마지막으로 핸드폰 충전기랑 남편이 먹는 약이랑 여권 같은거 챙기고 있었는데
남편이 아 나 수영복수영복!!! 자기 너무해 왜 나한테 수영복 안 챙겨줬어? 하고 따지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옷장 안에 있는거 가져다 줬어요.
그리고 그냥 조용히... 대체 왜 너 출장 가는데 알아서 혼자 잘 챙길수 있으면서 짐싸는데 내가 다 도와줘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삐졌어요.
다른 여자들은 짐도 다 싸준다며 자기는 짐싸는거 잘 못하는데 좀 도와주면 안되냐며 도와주는거 고마워서 선물도 사준건데 치사하다며...
급기야는 자기 출근할때 왜 안 일어나서 인사 안하냐며 말로만 가끔 사랑한다고 하지 실제로는 안 사랑한다면서...
근데 저는 굉장히 바쁘고 몸도 힘들고 남편의 수영복까지 챙겨줄 마음의 여유가 없어요.
지금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1) 회사 구조조정 2) 아기가 잘지내나? 잘 발달하고 있나? 이모님이 잘하나? 3) 내 건강, 팔다리 통증과 내 치아상태, 4) 시댁과의 교착상태 -- 언제까지 지속될지? 5) 친정 남동생 취직 걱정 6) 친구가 지금 저한테 한명 삐졌는데 언제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까? ... 그리고 우선순위 저 아래에 남편의 출장가방 싸주기가 있지요.
진짜 가방들 챙겨 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