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지하철 안타요.
이유는? 어르신(노인)들이 무서워서요. 만삭 임산부가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머리를 맞았다는 얘기도 들었고...
오늘 시간이 촉박한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탔어요.
6호선 약수역에서 갈아타는데 7분 정도 텀이 있어서 앉아서 기다리려고 플랫홈 벤치에 앉아있었어요.
저처럼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들 많았구요.
그런데 어떤 할아버지가 다짜고짜 제 앞으로 오시더니 손으로 (마치) 개를 내쫓듯이 내쫓으시더군요.
자리 비키라고...
저 순간 아무 생각이 안나서 그저 할아버지를 올려다보며 앉아만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만약 지하철 타는 일이 생겼을 때, 비슷한 일이 생기면 당당하게 얘기해야지, 생각하고
임산부 표시도 하고 다니면서, 내 권리는 나 스스로 찾는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정말 막상 그런 일이 닥치니까 아무 말도 안나오더군요.
저는 지금은 배도 많이 나와서 누가 봐도 임산부인지 알아보는 상태입니다.
하여간 그렇게 제가 1초 정도일까요? 바로 안비키고 멍하니 있으니까
할아버지가 더 제게 다가오시면서 험악한 표정으로 위협(같았어요ㅠ.ㅠ)하시더군요.
옆에 젊은 사람도 앉아있었는데....왜 하필 저였을까요?
결국 아무도 말려주는 사람 없이 저는 (정말) 그자리에서 개가 내쫓기듯이 내쫓겨야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주 당연한 자기의 자리를 되찾은 독립용사처럼 당당하게 앉으시더군요.
저 결국 지하철 올 때까지 창피함과 분함, 그리고 이름 모를 감정(임신 중이라서 쉽게 울컥해서일까요?)을 내색하지 않고
5분 이상 지하철을 기다리며 서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임산부가 벼슬도 아니고 서있을 수도 있어요.
그게 싫으면 택시를 타거나 자가용을 몰면 되지요.
하지만, 노약자석도 아니고 (그리고 저도 노약자석 이용 권리 있지 않나요?) 왜 하필 저였을까요?
마침 제가 앉아있던 자리 뒷벽에 임산부를 배려하자, 임산부의 날 공익광고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는데....
참 씁쓸했습니다.
임산부 자리 뺏고 앉으신 어르신......... 그렇게 앉으시고 지금 편안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