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찍 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했는데 사람들이 많더군요..
기대를 하고 출근했는데..
게시판 상황은 별로 좋아보이질 않더군요.
퇴근후 집까지는 1시간이 넘는데 어떻게 갔는지...
전철 끝에 다시 마을버스를 타는데 어떤 젊은 처자가 저에게 길을 묻더군요. 가르쳐주고
감사합니다. 하고 가는 뒤에다가
저: 저기요..
그녀(돌아보며) :?
저: 투표하셨어요? (전 다급했습니다. 목 마른 사람이 샘판다고.. 누구라도 붙잡고 투표독려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녀(미소지으며): 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며 이대로 집에 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투표소로 달렸습니다.
투표소로 가는 길에 어떤 여자분이 맞은 편에서 오길래 투표소가 어딘지 물었습니다.
투표 아직 안했으면 하라고 할려고요. 근데 초행이라 모르겠다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더군요..
달려갔습니다. 낙심한 표정을 거두지 못한 채 투표소 앞에 공원이 있어 거기 저녁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그 사람들에게서라도 투표하라고 말할려구요. 약간의 부끄럼보단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근데..'
투표소앞에 이르자 깜깜한 어둠속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가는게 보이더군요.
그 앞에 섰습니다.
유모차 끌고 온 부부들..
여대생..
후드티로 얼굴도 덮은채 종종 걸음으로 들어가는 젊은 청년,,
넥타이를 맨채 회사서 달려온 젊은 샐러리맨...
아...
갑자기 희망이 솟았습니다.
뭉클거리는...
청소년의 자녀를 둔 중년부부
아기 엄마..
혼자서 오는 개념 충만한 분들도 많았고
또는 가족이 같이..
어쩌면..
어쩌면..
뜨거운 눈물이 눈가에 맺히더군요.
그래..
이렇게 열심히 투표하러 오시는데
설사
안되더라도..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마음 속으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8시까지 그 자리를 지키다
돌아섰습니다.
뭔가 뜨겁고..
슬프지만 그래도 보고 나니 작은 희망을 얻은 듯
지더라도 그렇게 슬퍼하진 말자.
작은 희망의 불씨를 보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8시5분쯤 집앞에 다 와 가는데 남편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저(긴장):어? (차마 출구조사발표 볼 용기는 없었습니다.ㅠㅠ)
남편: 축하합니다.
저: 뭐?
남편: 됐다네..
저: 진짜야?
남편: 이제 서울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져도 돼!!
정말 감사합니다.
그동안 이런 이야기 있었죠.
mb는 안해본게 없고 수첩공주는 해본게 없고 북한은 못하는게 없고 국민은 모르는게 없다고..
전 다른 건 다 수긍할 수 있었지만 국민이 모르는게 없다란 말은 수긍할 수 없었습니다.
모르는게 없다면서 어떻게 어떻게 지금의 상황을 묵과할 수 있지...?
전 국민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녕 제가 몰랐습니다.
국민은 정말 모르는게 없었던 것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국민을 귀막고 눈가리며 조중동 방송3사의 정권홍보 방송만 있었음에도
정녕 국민은 알고 있었습니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내일을 어떻게 맞이할까였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저는 서울시민임을 자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두 분께 빚을 갚은 거 같아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