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폭력은 어디까지 용납해야 하는 걸까요? 몇년에 한번씩 다혈질로 욱하는 것은 용서해야 하나요?
뼈가 부러지거나 피가 나지 않으면 용서해야 하는 건가요?
다른 사람들의 얘기는 많이 읽어왔는데….막상 현실로 닥친 저의 상황을 보니 현명하게 판단이 되질 않아서요. 바보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멍하니………제게 의지가 되는 조언을 부탁 드려요.
최초의 폭행은 남편이 불륜이 있고 저와 한참 싸우던 와중이었어요.
당시 6살이던 아들을 방에 가둬 놓고 ( 나중에 아이가 물어보더군요. ‘엄마, 국물도 없다’가 뭐야. 아빠가 나오면 국물도 없다 라는데………하지만 아이는 문틈으로 모두 지켜보았어요.
제 머리채를 잡고, 밥상을 뒤집어 엎고 저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수십번 강하게 밀쳤어요. 저도 손톱으로 매달려 할퀴고 방어를 했지만 역부족이었구요. 싸우자 마자 뛰쳐나가 병원에서 진단서를 끊었지만 멍들고 아픈 정도로는 2주가 고작이었어요.
한달 정도 별거도 하고, 싸우다 좀 소강 상태이다 반복되었지만 도저히 하나밖에 없는 아들 아이를 생각해서 이혼은 못 하겠더라구요. 내가 죽었다 생각하자, 내가 그냥 숨만 쉬는 유령이라 생각하자. 아이가 아빠가 더 이상은 필요 없다고 할 때까지 그때까지만 버텨보자….( 아이가 아빠를 너무 좋아해요. 감수성도 예민하고요.) 그런 생각으로 4년을 보냈어요.
정말 시간이 약이라고……그 끔찍한 시간이 희미한 상처로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듯 하면서 최근 한 6개월 정도는 그래도 괜찮은 마음으로 살았어요.
두번째, 폭행은……..
며칠 전에 이제 초등3학년이 된 아들이 중간고사를 수학96, 과학92, 사회 92, 국어 90 이렇게 맞아 왔어요. 워낙 사교육도 많이 하고, 아이에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서 조금 실망스러웠긴 했지만 뭐 아직 초등 3학년이기도 하고 아이도 성실한 성격이라서 저는 수고했다. 다음에 좀더 열심히 하자 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퇴근한 남편이 돌아오자 마자 아이를 부르더니 다짜고짜 정색으로, 정말 엄청나게 무서운 얼굴로 이따위 점수를 어떻게 맞아 올 수가 있느냐, 부모가 너한테 해 달라는 거 다 해주었는데 이렇게 형편없는 점수일 수 가 있냐, 어떤 댓가를 치를 것이냐 이렇게 거의 협박 수준으로 아이를 공격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얼른 저녁상을 차려서 갖다 주고, 아이가 공포심이 가득한 얼굴로 진땀을 뻘뻘 흘리고 있길래 남편에게 아이가 무서워하니 그만 하라고, 아이에게 다음엔 더 열심히 하겠다고 해라 하면서 감쌌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당장 자기 눈 앞에서 꺼지라며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고 완전히 눈이 뒤집힌 얼굴로 저를 노려 보고 있었어요. 저는 너무 놀래서 왜 이러느냐 이게 이렇게까지 정색을 하고 화 낼 점수냐. 그만 하라고 다시 조용히 말했어요. 그러자 남편은 왜 나서냐고 악을 쓰며 소리지르더니 저를 힘껏 구석으로 밀치고 다시 놀라서 쳐다보고 있는 저를 향해 온갖 심한 욕을 하면서 다시 몇번 더 저를 세게 밀쳤어요.
……이 모두를 아이가 보고 있었어요…………
물론 뺨을 때리거나 구체적인 폭력 행위가 없었으니 진단서를 끊을 만한 상처는 없지요……..
이것도 폭력 행위로 인정될까요?
하지만, 저의 정신적인 충격보다도 일단 이런 행위를 아이가 보고 있었다는 것이 제게는 너무 속상하고 걱정스러워요. 저야 일찌감치 남편에게 정도 떼었고 뭐 이런 인간 막장이라는 것 파악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아이가 저학년이고…..아빠는 좋아해요. ( 평소에는 아이에게 잘 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좀전에 아이한테 ‘ 미안하다……이런 아빠를 만들어 줘서……엄마가 미안하다. 아들아. 혹시 아빠가 없이 엄마하고만 살면 안되겠니?’ 하고 물었더니…….아이가 그래도 아빠가 없는 건 싫다네요………
후우………..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떤 편이 아이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일까요?
염치없지만, 현명하신 이웃들의 따뜻한 조언을 좀 부탁 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