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방송분량 깎던 돼지"

깨알같은 재치 조회수 : 3,385
작성일 : 2011-10-24 12:10:08
ㅋㅋㅋ

원문: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todaybest&table=humorbest&no=3990...

인용:

벌써 16시간 전이다. 내가 갓 일어난 지 얼마 안 돼서 트위터를 보던 때다.
편집실 안에 앉아서 나꼼수를 녹음해 편집하는 돼지가 있었다. 나꼼수를 들으려고 올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시간을 굉장히 들이는 것 같았다.

"좀 빨리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방송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느리거든 다른거 들으시우."

대단히 무뚝뚝한 돼지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편집이나 해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편집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하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편집하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올려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출근하기 전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편집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올려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듣는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편집 한다는 말이오? 돼지양반, 외고집이시구먼. 차시간이 없다니까요."

돼지는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들으시우. 난 안 올리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차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편집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방송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편집하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편집하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자장면에 젓가락을
얹으며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방송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다 됐다고 올려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방송이다.

차를 놓치고 다음 차로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방송을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청취자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시간만 되게 부른다. 방송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돼지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돼지는 태연히
허리를 펴고 꼬깔콘 봉지를 뜯고 있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목사아들다워 보였다. 부드러운 눈매와 처짓 뱃살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돼지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집에 와서 방송을 틀었더니 네티즌은 재미있다고 야단이다. 조중동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네티즌의 설명을 들어 보니, 가카에 대한
사랑이 너무 과하면 국민을 다듬다가 뒤통수 치기를 잘 하고 같은 무게라도 힘이 들며, 배가 너무 안
부르면 국민 돈을 해먹기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돼지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IP : 125.187.xxx.175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거티브
    '11.10.24 12:14 PM (118.46.xxx.91)

    ㅋㅋㅋㅋㅋ

  • 2. ㅋㅋ
    '11.10.24 12:14 PM (59.9.xxx.175)

    퍼갑니다~

  • 3. 한걸음
    '11.10.24 12:17 PM (112.151.xxx.112)

    상황은 안좋은데
    왜이리 재밌는 일이 많은지
    주름이 늘어요^^

  • 4. 참맛
    '11.10.24 12:17 PM (121.151.xxx.203)

    불쌍한 돼지 ㅋㅋㅋㅋㅋㅋ

  • 5. ㅋㅋㅋ
    '11.10.24 12:26 PM (220.77.xxx.34)

    목사아들 되지님.사랑합니다~~~

  • 6. ㅎㅎㅎ
    '11.10.24 12:32 PM (125.183.xxx.42)

    뭐 먹으면서 들으면 안될 것 같아요.
    숨쉴 틈 없이 빵 터져요~~~

  • 7. ㅋㅋㅋㅋㅋㅋ
    '11.10.24 12:32 PM (125.152.xxx.19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8. 콩순이
    '11.10.24 12:38 PM (59.7.xxx.148)

    재밌네요 ㅎㅎ

    군데 왜 "꼬깔콘" 이 나오는거죠?? 무슨 비유인지....

  • NN
    '11.10.24 12:49 PM (59.7.xxx.246)

    보수의 아이콘이 되고자 했지만 꼬깔콘이 되어 버린 오세훈.

  • 그래서
    '11.10.24 1:47 PM (221.139.xxx.8)

    진짜로 꼬칼콘이 나꼼수콘서트에서 한봉지씩 주어진다는데.......
    덕분에 아직도 불매하느라 우리집에선 볼수없는 꼬깔콘을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심히 고민중.

  • 9. 이거
    '11.10.24 12:50 PM (24.205.xxx.189)

    전에 오세훈이 보수의 아이콘이 되려다 망신당하고 꼬깔콘이 됐다는데서 유래

  • 10. "방망이깎던노인" ㅎㅎㅎ
    '11.10.24 12:50 PM (220.255.xxx.105)

    처음엔 모르고 읽었는데, 아... 뒤늦게 아련히 그 단편이 떠오르면서 매치시키면서 읽었더니..
    으크크크크... 차암 센스있는 분들 많으신듯 ㅎ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8478 투표장소를 몰라요...... 4 puht 2011/10/24 1,691
28477 풉이 누구일까요? 12 82csi 2011/10/24 2,499
28476 ‘해직’ 공무원들, 나경원 ‘허위사실 공표’ 고발 4 참맛 2011/10/24 2,965
28475 파삼겹살 하는데..집에선 파가 매워요. 3 파다닥 2011/10/24 2,413
28474 나꼼수 어디에서 들을수 있나요? 2 몰라서요.... 2011/10/24 1,963
28473 육사 2차 합격 후 6 음.. 2011/10/24 5,009
28472 5세 아이가 머리가 무섭게 빠지더니 골룸과 흡사하게 빠졌어요 도.. 4 익명 2011/10/24 3,026
28471 82수사대의 도움을 청합니다~ 원더님 2011/10/24 1,789
28470 아파트경리 잘 아시는 분 조언좀 배추 2011/10/24 2,160
28469 시사되지 김용민님 82쿡 다녀 가셨네요... 6 후리지아 2011/10/24 3,789
28468 영화촬영때 동물들 죽는 연기, 죽은 시체...이런 것 어떻게 하.. 4 0000 2011/10/24 2,335
28467 완득이에 관한 후기들.. 홍보 글들 아닌가요? 6 씨제이 2011/10/24 2,488
28466 선거인명부가 안왔어요 4 이사후 2011/10/24 2,010
28465 홍준표 "안철수, 정치판 기웃거리는 것 옳지않아" 15 세우실 2011/10/24 2,742
28464 살짝 낙낙한 쫄바지 파는 곳 아시는 분? 2 레깅스 2011/10/24 2,230
28463 나경원 남편이 5 2011/10/24 3,121
28462 나후보 비방글 블로거는 누구?? 4 벌금 700.. 2011/10/24 2,713
28461 한식조리사 4 도전 2011/10/24 2,267
28460 밤고구마가 가짜입니다 8 ... 2011/10/24 3,194
28459 인삼 껍질에 거뭇거뭇 한 거 흙인가요? seduce.. 2011/10/24 1,469
28458 판사나 검사나.... 1 판사검사 2011/10/24 1,857
28457 남자의심리... 2 길들이기 2011/10/24 2,135
28456 나는 꼼수다 오늘 올라온것 들어보세요 3 내곡동 사저.. 2011/10/24 2,724
28455 아이라인 문신하고 후회하시거나 덜 이쁘다 생각하신 분 계신가요?.. 8 향기 2011/10/24 5,765
28454 남편의 단점 4 눈먼 아내 2011/10/24 2,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