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경력이 겨우 4달밖에 안되지만, 초짜의 정석 그대로 정신없이 밤새고 있는 중이지요.
저를 드라마빠의 길로 인도한 드라마는 여기 님들도 많이들 좋아하시는 '시티홀'이예요.
뭐, 시티홀을 애정하시는 이유야 다양할거예요.
아무튼 저는 미래와 조국의 다양한 로맨스도 설레지만,
여러번 보면서도 늘 좋아하는 장면은 미래의 시장 취임식 날 밤, 호숫가 언덕위에서 인주시를 내려다보며
인주시를 이렇게, 이렇게 만들겠다는 꿈을 말하는 장면이예요.
어설퍼서 실망스럽다는 반딧불 반짝이던 CG조차도 그 어설픔이 미래의 소박하지만, 현실적인 시정을 말하는 것 같아서 좋아하니까요.
물론 그런 미래가 예뻐서 뒤에서 꼭 안아주던 조국의 모습도 멋지지만 말이죠. ㅎㅎㅎ
그러나 저렇게 비현실적인(?) 공약이 실현가능할까, 그러다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의 그늘이 드리운 조국의 표정과 기대감에 가득찬 미래의 표정이 극명하게 대비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드라마를 몇번이고 돌려보면서 마지막에 마음에 드는 서운함은
이 드라마가 환타지일 수밖에 없구나 하는 아쉬움때문이었어요.
저렇게 착한 시정을 할 인물이 현실에는 있을까, 저런 꿈같은 정치는 현실에는 없다는 절망감이
두배로 느껴져서 마지막 편을 닫을 때마다 한숨으로 끝내곤 했지요.
그렇다고 제가 엄청나게 정치에 관심이 있다는 뜻은 아니예요.
사실은 그저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심수준, 딱 그정도예요.
그런데... (두둥)
2011년 서울에 미래가 나타난 것 같은 이 기시감...
심지어 진짜 조국까지 대동하고 나타나, 정말 드라마랑 똑같은 일이 현실에 벌어지고 있는 거죠.
다만, 미래가 남자가 되어 나타났다는 것만 빼고...
저는 이분이 만든 재단하고 무슨 공장에 진짜 눈꼽만큼 후원하고 있어요.
세상에 가장 쉬운 일이 돈으로 해결하는 거라는 신조를 갖고 있는 게으름뱅이인지라
아이디어와 몸으로 몸소 뛰는 사람들에게 그냥 새모이만큼의 돈을 살짝 후원하는 걸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면피하는 인생인거죠.
그런데 저같은 비겁한 후원자에게조차 정말 미안할 정도로 두툼한 보고서를 매번 보내줍니다.
들어온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그 보고서가 얼마나 깨알같은지, 그저 읽기만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에 입이 벌어집니다.
제가 늘 감탄하는 것은 들고 난 돈의 상황뿐이 아닙니다.
이 재단과 제작소의 반짝반짝함입니다.
혹시나 여기 후원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처음 기부할 곳을 고르는데도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요.
얼마나 많은, 다양한, 웬만한 사람은 상상도 못할 정성으로 만들어낸 카테고리들이 있는지,
지원받을 분들에 대한 꼼꼼함, 자상함,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배려, 그 뒤에 반짝이는 아이디어 같은게 느껴져서
저같은 대충인생은 늘 감탄하곤 한답니다.
이 두곳 말고 몇군데 또 짜잘하게 후원하는 곳들이 있는데, 다른 곳은 이 두곳처럼 꼼꼼하지가 않아요.
1년에 한번 사진으로 가득찬 활동보고서를 보내는 곳도 있고, 그냥 간략한 회계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려두는 곳도 있고,
그나마 제때제때 업데이트 안되는 곳이 대부분이죠.
물론 그나마도 없는 곳도 있지만요. 후원금을 꿀꺽할리 없는 곳들이라 그냥 바쁘니까 그러려니 하고 살아요.
그런데 이런 분이 서울 시장님이 되시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오신다는 겁니다.
전 이분이 신미래가 현실에 나타난 것 같다는 착각을 할수밖에요..
시장이 된 미래는 정말 하고싶은 것이 많아요.
커다랗고 근사한 새 시청청사보다는 농기구 무상임대, 농번기 급식도우미, 시립병원, 도시까스 이런게 더 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미래는 정치가 아니고 시정을 할거라고 딱 못박아요.
근데 이분은 정말 신미래가 빙의한 것처럼, 그런 공약만 줄줄 말해요.
혹시 미래의 명연설, '커피와 정치의 공통점'을 기억하시나요?
미래가 원래 손에 쥐었던 공약은 시장후보의 공약인지, 국회의원 후보의 공약인지 대통령후보의 공약인지 알 수없는 거창하고 근사해서 미래조차도 공감이 안가던, 한눈에 눈길을 사로잡는, 정말 휘황찬란하게 근사한 명품 커피잔같은 공약이었죠. 그래서 미래는 그런 공감안되는 공약을 시민들에게 말하는 자신이 너무 미안해서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목놓아 울지요. 그러고 나서 선거유세에서 커피와 정치의 공통점에 대한 연설을 해요.
명품잔에 담긴 커피가 다 맛있고 훌륭한 커피는 아니다...
비록 종이컵에 담겼어도, 좋은 커피로, 충분한 양을 넣어서 사람마다 입맛에 맞는 훌륭한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게 미래의 마음이었죠. 그리고 미래는 마지막 TV 연설에서 '신미래가 시장이 되면, 절대 시민들을 먼저 차지 않겠다. 신미래가 시장이어서 이거 하나는 좋았다는 거 꼭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근데 이분은 미래가 말하던 비록 종이컵에 담겨있지만,
한사람 한사람 입맛과 취향을 기억해서 타주던 미래의 명품커피같은 말씀만 하시네요. 이런이런...
비록 눈길을 확 사로잡는 모양새는 아니지만, 한입만 맛보면 알 수 있는 뭔가 다른 그것....
안철수 원장이 본인이 시장이 되면 행복한 시민이 되게 할 수 있겠지만, 이분이 시장이 되면 서울시민이 발랄하게 될 것 같다고 하셨다던가요?
근데 저는 그 말을 처음 읽었을 때, 무릎을 탁 치면서 공감했었어요. '발랄한' 서울시민... 어쩜...
시장실에서 눈을 반짝이며 꽃보다 국장님들께 말하던 미래의 모습이 이분의 얼굴에서 보이는 이 민망함...
살짝 늙수구레한 이분의 얼굴에서 미래의 발랄함을 보다니...
더구나 미래처럼 시장이 되면 정치가 아니라 시정을 할 것 같은 이 믿음...
신미래는 커피만 입맛대로 잘 타던 10급 공무원이 아니었죠.
일단 시장이 되고 나니, 적대적이었던 꽃보다 국장님들도 잘 달래고, 밀어붙일 줄도 알고, 아이디어도 잘 내고, 한마디를 가르쳐주면 열개를 알아버리는 능력도 되고, 개념도 있고, 도덕도 있는 사람이었죠.
흠, 이분도 신미래처럼 주변 사람도 많고, 능력있는 사람을 조직해서, 일도 잘하고...
어쩜 신미래랑 똑같애... ㅎㅎㅎ
전 꼭 알아보고 싶어요. 전생에 신미래였는지...
'시티홀' 드라마빠인 저는 정말 신미래가 TV를 뚫고 나올 것 같은 이 상황, 너무너무 기대되요.
환타지 드라마라 그냥 접을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조금쯤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너무너무 흥미진진하다구요.
신미래는 마지막 선거유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를 뽑기 위해서든, 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든, 꼭 투표하세요'
예, 갑니다, 가요. 누구 말씀이시라고...
신미래가 시장 취임식에서 내 마음을 울렸던, 그 한마디. '여러분의 시장, 신미래입니다'
전 남자 신미래 목소리로 그 말, 다시 듣고 싶어요.
마지막, 시티홀 빠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꿈, 시티홀 시즌 2~
시즌 2 드라마는 못 만들어져도 현실의 시즌 2는 꼭 이루어지길 소망합니다.
아시죠? 신미래가 시장되고 나면 다음은 누구?
그리고 어디까지 가야하는 거, 다 아시죠? ㅎㅎㅎ
PS.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오해하지 말자,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오해하지 말자...
이 글은 시티홀 제작진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양지하여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