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혼한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종종 결혼식 때 사진을 꺼내어보곤 해요.
어느 신부나 어느 정도는 그렇겠지만,
저는 웨딩드레스 욕심이 컸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국내 모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고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남편과 결혼준비 시작할 때도 딱 한가지만 고집했어요. 다른거 다 어떻게해도 좋으니,
대신 내가 '그 드레스' 입는것만큼은 뭐라고 하지 말아달라.
심지어 저희는 그 때문에 웨딩사진 촬영도 안했어요. 결혼할 때 서로 시작하는 단계라
서로 넉넉지 않았고, 남편도 굳이 웨딩사진 촬영에 별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었고,
저는 드레스 값을 생각해서라도 촬영비에서 아껴야 했고...그러다 보니.
그때는 정말 젊었던 것(?)같아요.
스튜디오 촬영은 물론이고, 예물 예단 다 안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시아버지께서 나중에서야 그런법이 어딨냐며 예물 해주신다고...고로 예단도 하게 생긴거죠.
물론 여기 82에서 종종 나오는 예단,예물에 비하면 정말 약소하게 했어요.
특히 저희 친정엄마는 어디서 들으시고 예단비를 턱도 없이 높게 잡아서 제가 그러지말라고,
그건 시댁에도 부담이라고 말리고 그랬더랬어요.
저도 그때는 뭘 몰라서 예물로 이것저것 해주실때 그냥 뭐든지 저렴한거...시댁어른들 불편해하시지
않을 만한 걸로 고르는 데만 신경을 썼죠. 결혼전까지 명품가방이고 양장이고 제대로 사본적이 없어서...
(오히려 결혼후에 눈이 뜨여서 '아 그때 이거 사달라고 말씀드릴걸'
혼자 뒷북을 쳤었더랬어요)
암튼
제가 웨딩촬영 안한다니까
주변의 친구들...특히 결혼한 친구들이 그러지 말고 하라고...나중에 후회한다고, 좀 무리를 해서라도 하라고
그러더라구요.
사실 친정엄마께 말씀드리면 해주실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엄마한테 죄송하기도 하고...제가 신랑한테 살짝 '우리 촬영할까?'운 띄웠더니
안하기로 해놓고 이제와서 뭘 그러냐고 넘기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안했어요.
사실 돈도 돈이지만, 저는 그때 스튜디오에서 억지로 포즈 잡고 웃으며 찍는 사진보다는
결혼 본식때의 생생한 표정이 살아있는 사진들 몇장만으로도
웨딩사진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결혼 1년이 지나고보니,
역시 남들 하는 건 그냥 다 하는 게 후회가 없는거....맞는거 같아요.
가끔 친구들이나...블로그 검색하거나 할 때 보이는 다른분들 웨딩사진보면
왜 이렇게 부럽고 예뻐보이는지.
결혼 직전 꽃피는 신부의 모습이 어느 누구나 다 예뻐요.
특히 제 취향에 맞는 단정한 스튜디오 사진은 정말 탐나죠.
제가 가끔 이런 아쉬움을 말하면 신랑은 대수롭지 않게
'나중에 드레스 빌려입고 한번 찍지뭐' 그러는데,
아이 낳고 남편이나 저나 신혼지나서 찍는 사진이란...김빠진 콜라 같지 않겠어요 ;;;
아마 말은 저렇게 하지, 영영 못 찍을 거 같아요.
그래서 접때 82의 어느 글에서 '남들 하는 거 다 똑같이 따라하는 결혼식이 싫다'는 이야기를 보았지만,
어느 정도는 남들 하는만큼 하는것도 뒷날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후회가 없는거 같아요.
저희 부부도 그때 참 젊고 나름 패기있는(?)신혼부부라서, 양가 부모님들 뜻을 어느 정도 배려하는 한에서
모든걸 아끼려고 했어요. 서로 사랑해서 하는 결혼이라는 것만으로도 빛이 난다며...
물론 그 마음은 아직도 소중하지만, 막상 결혼한 뒤 생활하면서 위안될만한 멋진 추억, 멋진 사진도
꽤 값어치있는듯해요.
근데 아마 말은 이래도
저는 아이 낳아도 백일사진같은것도 잘 안찍을 스타일이긴 해요;;;
2.암튼
그래서 저는 결국 그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었습니다.
조율을 잘 해서, 값도 생각보다 훨씬 싸게 계약했어요.
입고 싶은 스타일이 둘 있었는데,
하나는 예전에 최고 인기 탤런트인 모 양이 화보에서 입어 인기였던
로맨틱하고도 깔끔한 드레스였고,
두번째 것은 조금 독특한 네크라인에 역시 단정한 디자인의 드레스였어요.
저는 첫번째 것을 입고 싶었거든요.
워낙 이 드레스숍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맘에 쏙 든 디자인의 드레스였기에...
그런데 막상 드레스숍에 함께 간 친정엄마도 동생도
나중에 구경온 신랑도 , 드레스숍 담당자님도
모두 두번째것을 추천했어요.
친정가족들은 독특한 디자인이 맘에든다며 추천했고,
담당자분은 첫번째 디자인은 '딱 신부님의 이미지' 이지만, 두번째 디자인은 '신부님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드레스라며(멘트가 닭살이지만;;)두번째것을 권해주셨어요
신랑은 두번째것이 색이 좀더 환하다며 그거 입으라고 심드렁-
그래서 결국 두번째 것을 입고 본식치르고,
첫번째것으로 손님인사를 다녔어요(길이가 좀 짧은 편이라)
그런데
결혼사진을 봐도 그렇고
두번째것이 독특하면서도 단정하긴 한데...좀 올드하고 노숙해보인달까, 그렇더라구요.
나중에 친구들도 본식 드레스도 괜찮았지만 손님인사 드레스가 진짜 이뻤다고 그러고,
저도 가끔 후회하고.
드레스는 진짜 신부마음에 드는 걸로 입어야 후회가 없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결혼식이지만,
이왕 입을 거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으로 본식을 치룰걸, 하는 후회가 들더라고요.
그냥 결혼사진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두런거려 봤어요.
그리고 특히! 결혼 당일날,사실 여느 신혼부부들 다 그렇겠지만,
결혼식을 진심으로 즐기지 못해서 그게 아쉬워요.
메이크업하고 머리하며 변해가는 내 모습을 좀더 즐겼더라면, 결혼식 때 좀 더 내 정신을 가지고
하나하나 잘 마음에 담아둘 수 있었다면, 좀더 '내 결혼식'이라는 생각으로 즐겼더라면...하는 후회가 남아요.
그때는 저나 신랑이나 결혼준비로 너무 지쳐있어서 '후딱 결혼하고 신혼여행갔다와서 좀 쉬자'란 생각뿐이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