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오뎅 때문이었습니다.
그제 날도 춥고 으슬으슬한데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뜨끈한 국물이 있는 야식이 필요했지요.
전 치킨 킬러예요.
제가 닭느님을 배신했던 심경의 변화가 천우신조의 복선이었나 봅니다.
11시경 집 앞 슈퍼로 향했습니다.
원래 한여름 빼고는 조개나 생선도 파는 가게였는데
원전사고 이후 모두 치우고 들여놓지 않고 있습니다.
홍합탕이 딱인데...
오뎅을 골랐습니다.
전 오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 손으로 사는 일은 일년에 몇회가 되지 않습니다.
낯선 오뎅을 고르려니 포장을 유심히 살피게 됩니다.
많은 오뎅이 '수입산' 어육을 쓰는데
한 오뎅이 '중국산'을 쓰더군요.
일본 해산물은 아니겠거니...
집에 돌아오면서
오뎅 하나 고르는데도 이리 까탈을 떠니,
난 '오뎅좌빨'이구나
괜히 헛웃음이 납니다.
집에 와서 동생과 함께 먹기로 하고 오뎅탕을 끓입니다.
육수가 우러나는 동안 할 일도 없어
노트북을 부팅시킵니다.
82cook 끊어야하는데
또 들어갑니다.
나경원후보...
나꼼수 호외가 올라온다는 소식,
시선집중에서의 뻔뻔스러움에
글들이 있네요.
궁시렁궁시렁 욕을 합니다.
늘상 스마트폰을 손에 장착하고 있는
동생이 왜 나경원 욕을 하냐고 묻습니다.
제 동생 청순합니다.
늦둥이라 나이 차이가 나서 선거해 본 적도 없고
우리는 서울 시민이 아니라
이번 선거는 관심도 없습니다.
미래의 유권자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우리 검색 좀 해볼까라고 미소로 꼬십니다.
나경원으로 검색하니
그녀가 뿌려놓은 네거티브 선거 떡밥들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나꼼수에서 박원순 병역 문제를 길게 들었던터라
나경원 남편 병역 이력이 콕 박힙니다.
화곡중,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증언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동생은 마주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혼자 검색 중입니다.
헐~ 소리를 연발합니다.
동생이 묻습니다.
이 여자 남편은 뭐야? 남편도 국회의원이야?
이런 여자랑 어떻게 살어?
저도 그런 얘기는 잘 모르겠습니다.
구글에서 '나경원 남편'을 검색합니다.
인상 좋아보이는 사진도 봤고,
누가 대신 써준 것이 분명한 아내 외조기도 봤고...
'개성 며느리'라는 타이틀이 인상적인 이북도민회 기사도 봤습니다.
'아 남편이 실향민 가족이구나. 작은아버지가 실향민모임 명예회장이군.'
거기까지도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동생이 오뎅탕을 같이 먹겠다고 해서 한봉지 다 끓였는데,
끓여놓으니 안먹겠답니다.
라면 하나 끓여 놓으면 꼭 먹겠다고 젓가락 들고 덤비는
바로 아래 동생과 마주할 때처럼,
동생들의 변심을 저는 책임져야 합니다.
불어터진 오뎅을 음식물쓰레기로 내놓아서
어머니의 잔소리가 작렬하는 아침을 맞고 싶지 않습니다.
꾸역꾸역...
내가 원한 것은 국물인데
오뎅 위주로 배를 채웁니다.
막말 전문과 자위대 행사 말고는 크게 아는 것이 없던
나후보에 대해 조금 알게 되니
궁금한 것이 많아져
점점 더 찾아봅니다.
그리고 어디서 본 인물 같은 기시감에 빠집니다.
제 머리 속에서 어떤 이야기가 혼자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상상의 나래가 따숩고 부른 배가 이끄는 졸음을 이기지 못해
잠이 듭니다.
어제 아침
아침의 일상을 보내고
'다이어터' 연재일이라 컴퓨터를 켰는데,
갑자기 '개성 며느리'가 떠올라 푸훗 웃음이 납니다.
사돈의 팔촌이라도
뭔가 한자리 한다면 뿌듯해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개성 며느리'로 검색하여 다시 기사를 봅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어제 불어가는 오뎅을 처리하느라
이리저리 검색질을 하면서 어디선가 봤는데...
3대 독자!
'나경원 남편 3대 독자'로 검색합니다.
맞습니다.
3대 독자... 작은 아버지...
트위터고 네티즌이고 정치인, 기자, 주부...
법적 조치를 사랑하는 정권이
벌써 몇 년인가요.
기사 캡쳐를 하고
82cook 자게에 올립니다.
투표권 없는 나도 나경원 네거티브 전략에 넌덜머리가 납니다.
닉네임은 나거티브로 해야지.
온갖 이야기가 올라오고
나와 같은 중독자들이 많은
자게에서 모르는 일이랍니다.
이게 뭐지...
달리 기억나는 곳이 없어
노원구 공릉동과 월계동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17대 국회의원,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
정봉주 의원 팬카페로 달려갑니다.
이런... 아직 가입을 안했습니다.
서둘러 가입했는데
한산한 준회원게시판에 밖에 글을 못 올립니다.
캡쳐한 기사의 이미지와 글을 올립니다.
댓글이 달립니다.
한 분이 관심을 많이 보이시더니
트윗에 옮기신답니다.
전 트윗맹입니다.
요세 대세는 트윗이라는데...
신기하고 궁금합니다.
해야 할 일도 미루고 자꾸 들여다 보게 됩니다.
댓글도 열심히 달고.
트윗에서 자꾸 퍼져 나갑니다.
누가 저에게 주진아기자 랍니다.
영광입니다.
이게 뜨면 주진우기자 싸인도 받을 수 있을까?
정의원팬카페에 가서 청탁을 합니다.
사람들 많이 보는 게시판으로 옮겨가 달라고.
정의원에게 싸인 부탁한다고~ 주기자 걸로.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하는 제게
사실확인 기사가 검색됩니다.
앗싸 신났습니다.
싸인! 싸인!
참맛님한테도 안줄겁니다.
자랑하고 싶은데 자랑할 곳도 없고
어제 저를 배신한 동생에게만
자랑질합니다.
'좋겠네' 한마디 툭.
하지만 3대 독자 작은아버지는 웃기답니다.
저녁 시간에도 흐믓한 기분이 가시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트윗에서 부선망독자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이야기 시작한 분도 이상한 알밥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겁이 납니다. 걱정이 됩니다.
어떤 트윗터가 벌금100만원을 받았다는데...
제 글을 옮겨준 분이 걱정입니다.
혹시 내가 잘못된 정보를 알았다면...
내가 본 기사들이 단순오보라면...
나도 100만원...
법정에서는 신인 판사 앞에 끌려나가는 건가...
나경원 남편도 판사인데...
그래도 다른 사람이 덮어쓰는 것은 못 보겠습니다.
내가 시발점이라는 증거자료를 써서 올립니다.
두근두근.
어준총수 말이 맴돕니다.
쫄지마!
오늘 아침...
혹시 몰라서 기자 메일을 몇개 구해서 사실확인 요청을 합니다.
두근두근.
쫄지마!
다른 일을 하다가...
82cook 들어오니 프레시안 기사가 떴다고 알려주십니다.
손녀를 안고 겅중겅중 뛸 일입니다.
밤에 막걸리를 한잔 마시고 이 글을 씁니다.
중국산어육을 쓴 오뎅에게 영광을 돌리며
바뀌지않는 세상, 거꾸로 가는 정치에 회색으로 쪼그라들었던
나의 마음을 밝혀준 나꼼수4인방과
언니처럼 친구처럼 진상이웃처럼 나와 함께하는
82cook 자게의 여러분에게 애정을 바칩니다.
P.S.: 술 한잔 걸친 밤이라 쓸데없이 긴데 그냥 올릴래요.
벌써 자정이 지났지만 날짜 시점은 수정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