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을타나봐요~

아웅 조회수 : 1,310
작성일 : 2011-10-18 18:09:53

여자는 봄을 탄다는데,

전 왜 이리 가을을 탈까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때는

아침저녁으로 반팔밖으로 나온 팔에 서늘하게 닿는 바람에 엄청 행복해하다가 

이제 가을바람에 조금씩 쨍!하니 겨울내음이 느껴지기 시작하니,

옛날 일들이 마구마구 떠오르고...눈물나고 그래요.

 

작년까지는 어린시절, 대학시절이 떠올랐지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었는데

문득 뒤돌아보니, 그 시절의 '나'는 먼 옛날의 다른 사람같은 느낌이 들면서

괜히 눈물나더라구요.

 

그런데 어제는 이십대후반...신혼시절이 그렇게 다가오는거예요.

'우리 그때 그랬쟎아'라고 어제 일처럼 말했었는데

이제는 너무 먼먼 옛날일처럼 느껴지면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인듯하고

잡고 싶고...

표현력이 딸려 제대로 말할 수 없지만...운전하다가 울었어요.

 

남편이 직장을 옮긴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입사준비를 하던 겨울...

결혼하면서 했던

'경제적 안정보다는 배우자의 꿈을 우선하자'는 약속을 지킨다고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저 혼자 회사 다니던 시절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정말 아끼고 아끼던 시절..

 

옷 사러 갔다가 옷가게 새하얀 니트를 대보았는데, 제가 입고있던 니트가 아마 색이 많이 바랬던듯

옷을 사고 나오면서 남편 눈이 빨개졌던 거

둘이 자전거타고 깔깔거리면서 돌아다녔던거

특히, 그 해 말일이 자꾸 생각나요.

제가 다니던 회사 옆에 자그마한 옷가게들이 많았는데,

거기 복실복실 털로 짠 모자와 장갑세트가 있었어요.

제가 맘에 들어하자, 남편이 장갑을 사주고 (돈이 없어서 모자는 못샀죠)

모자는 다음에 사주마 하고

그 장갑을 끼고 정말 아주아주 오랜만에 외식을 하고 영화본 날

눈이 펑펑 내려서 발이 푹푹 빠지는데

그 장갑을 끼고 남편 팔짱을 끼고 눈길을 걸어

새로 생긴 중국집에 가서 큰맘먹고 짬뽕 하나 깐풍기 하나

아~~~ 정말 맛있었어요.

그 이후로 그렇게 맛있게 먹어본 깐풍기와 짬뽕이 없었죠.

그리고 옆 영화관에 가서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자정이 넘은 시간 다시 눈길을 자박자박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던 게

자꾸 생각이나요.

얼마전까지만해도 "우리 거기 깐풍기 짬뽕 다시 먹으러 가자"고 말할때는

다시 가서 먹으면 그때랑 똑같은 느낌일 거 같았는데

지금은....

다시 그 곳에 가면..........

마치 영화속에서 본 식당에 간 듯한 느낌일 거 같은거예요.

 

벌써 수년이 흘러

꼬맹이 딸도 있고

이제 깐풍기와 짬뽕쯤은 아무 고민없이 사먹을 정도이고

남편은 여전히 따뜻하고

지금도 행복한데...

 

가을이 사람을 그립게 만드네요.

IP : 211.171.xxx.24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웃음조각*^^*
    '11.10.18 6:11 PM (125.252.xxx.7)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예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714 변을 누고도 뒤가 묵직하신 분 있나요? 8 만성변비 2011/11/04 1,803
32713 [경향신문 오피니언] MB정권의 서프라이즈 세우실 2011/11/04 900
32712 제주도 스위트 호텔 최근에 가보신 분 계신가요? 5 제주도 2011/11/04 1,706
32711 바이러스 조심하세요. 2 나거티브 2011/11/04 1,206
32710 박정희 관련 글 한번 읽어보세요.. 1 림지 2011/11/04 866
32709 산후조리원 2주 있다가 혼자 있는 거 가능하겠지요? 13 예비산모 2011/11/04 2,761
32708 빠리바게트 그룹 일본산 밀가루 수입한다는거 진짜에요? 18 엉엉 2011/11/04 5,161
32707 '세계순위'라는 네이버카페... 유명한가요? 1 ,. 2011/11/04 791
32706 김경준 "美연방법원 조사 직접 받겠다" 5 참맛 2011/11/04 1,434
32705 예비고1-고입까지 4개월간 공부계획 조언부탁드려요 11 현중3맘 2011/11/04 2,945
32704 "에리카김, 왜 오산 미군비행장 통해 입국?" 4 베리떼 2011/11/04 2,575
32703 F.R David - Words 피구왕통키 2011/11/04 692
32702 어깨찜질팩 같은것 효과 있나요? 2 초3 2011/11/04 1,515
32701 머리카락 양변기에 버리면 막힐까요? 14 양변기 막히.. 2011/11/04 5,411
32700 공포를 읽을 줄 아느냐...의 뜻 7 뿌나 2011/11/04 1,641
32699 친환경사과를 샀는데 마크가 없어요. 가짜? 1 친환경 2011/11/04 726
32698 김장에 굴 넣으시나요? 7 새댁 2011/11/04 4,801
32697 에어캡 2 뽁뽁이 2011/11/04 836
32696 밀본하고 집현전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요 5 루리 2011/11/04 1,652
32695 실비보험 다들 드시고 사세요? 8 ... 2011/11/04 1,733
32694 남편이 귀가 후 제 옆에 안와요 32 ... 2011/11/04 12,115
32693 최재천 '한미 FTA 청문회' 책이 PDF 파일로 공개돼있네요... 3 fta반대 2011/11/04 1,206
32692 나꼼수 후드티 왔어요. 8 gr8sun.. 2011/11/04 1,936
32691 방금 꼬꼬면을 먹었는데요... 38 꼬꼬면 2011/11/04 7,003
32690 한미FTA 요약 동영상 1 rainbo.. 2011/11/04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