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7월 10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1,049
작성일 : 2014-07-10 07:25:23

_:*:_:*:_:*:_:*:_:*:_:*:_:*:_:*:_:*:_:*:_:*:_:*:_:*:_:*:_:*:_:*:_:*:_:*:_:*:_:*:_:*:_:*:_:*:_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 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7월 10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7월 10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7월 10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46307.html

 

 


걔네 입장에서는 웃음 나올 걸? 지금은 비웃음의 의미가 더 강할 지도...

 

 


 
―――――――――――――――――――――――――――――――――――――――――――――――――――――――――――――――――――――――――――――――――――――

”당신의 현재 상황은 당신의 진짜 가능성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한다.”

              - 앤서니 로빈스 -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14.7.10 7:38 AM (58.226.xxx.92)

    청문회를 보면서 아주마 두 사람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거대한 범죄집단에 대하여 어제 한참 이야기 나누었더랬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7832 지금 KBS1에서 2 꾸미 2014/07/15 1,327
397831 치과 의사분 계신가요? 2 곰배령 2014/07/15 2,100
397830 표고버섯 오늘 말려도 될까요 고수님들 알려주세요 3 오렌지천사 2014/07/15 967
397829 양문형냉장고 몇년동안 쓰고 계시나요? 30 바꿔?? 2014/07/15 5,183
397828 창문 닫아야 겠죠. 7 ㅇㅇ 2014/07/15 2,131
397827 혹시 이 과자 이름 아시는분 있을까요 csi님들~ 13 클로이 2014/07/15 3,692
397826 어쩜그리 똑같은 수순을 밟아가는지 1 예외가 없어.. 2014/07/15 977
397825 편의점 야간 시급 얼만가요? 3 아르바이트 2014/07/15 1,745
397824 미국살다 잠깐 한국 나온 친구 줄 선물? (기혼) 12 친구선물 2014/07/15 1,528
397823 헐 대박 글로벌개더링2014 첫번째 라인업 나옴!!! 콘소메맛21.. 2014/07/15 738
397822 [국민라디오] 나는 꼽사리다 호미 10회 - 박근혜정부의 2기 .. 1 lowsim.. 2014/07/15 764
397821 고양이 찾았어요~~^^ 13 고양이 2014/07/15 2,199
397820 호주 배편으로 택배 보낼려하는데 4 호주선박택배.. 2014/07/15 3,268
397819 이런 남편에게 화가 나는 제가 이상한거죠? 2 짜증 2014/07/15 1,454
397818 대구 앞니임플란트 잘하는치과 소개해주세요 1 곰배령 2014/07/15 2,330
397817 이런 증상 뭘까요? 끔찍한 사진볼 때 생겨요. 5 .. 2014/07/15 1,493
397816 이런것도 질염이라고 할수 있나요? 6 질염ㅅ 2014/07/15 2,729
397815 한겨레 .잊지 않겠습니다. 페이지가 만들어졌습니다. 4 세월호를 제.. 2014/07/15 984
397814 눈물나네요. 생존학생들 국회까지 걷고 있었군요 9 다시 2014/07/15 1,903
397813 제습제 마저도 싼게 비지떡이네요 5 옷장 대형참.. 2014/07/15 3,086
397812 강아지 키우는 친구 선물 7 궁금 2014/07/15 1,065
397811 "저 지금 방안에 살아있어요" 법정서 공개된 .. 5 마니또 2014/07/15 4,187
397810 운동 시작1년반 땀이 엄청나요 2 고민 2014/07/15 2,649
397809 세월호와 일베 - 역사적 명분(당위성)을 획득한다는 것에 대하.. 1 지나다가 2014/07/15 946
397808 임병장 유서 전문이 공개됐네요 (全文) 7 호박덩쿨 2014/07/15 4,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