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입니다.

학수고대 조회수 : 1,596
작성일 : 2011-11-07 23:43:40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부딪힌
성차별의 벽을 박차고 나와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여성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실천적인 여성학자로서
방송, 대학, 사회단체에서 열띤 강의를 해왔다.
<그래, 수다로 풀자> <너무 아까운 여자>
<솔직히 말해서 돈이 좋다> 등의 책을 펴냈으며,
현재 김포시 고촌면에서 김포여성민우회를 이끌고 있다.


남의 말을 잘 귀담아듣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말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여성학자 오숙희 님. '우리나라의 페미니스트, 하면 떠오르는 인물'에 그가 첫손에 꼽힌 것도 예의 그 타고난, 탁월한 입심이 작용했을 터이다. 한 사회 안에서 개인이 제대로 하는 말에는 묻혀 있는 것을 드러내고 현실을 뒤바꿀 수 있는 엄청난 힘이 숨어 있다는 것, 지난 13여 년 동안 그의 '입'을 통해 삶의 자세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수정한 사람들은 아마도 그 말의 힘을 순순히 믿지 않을까.
오숙희 님을 만난 날은 월요일. 생활인에겐 한 주의 시작이지만, 분 단위로 시간을 조각내 쓸 만큼 바쁜 그에게 월요일은 오숙희 자신을 위해서만 쓰자고 약속한 날이다. 그래서였을까, 화장기 하나 없는 데면한 얼굴로 나타난 그는 좀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이내 입을 열면서, 그는 내내 아주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혼한 후배가 저희 집에서 며칠 살아 보더니, 이렇게 편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게 기적 같다고 하더군요. 저희 식구들은 어떤 일이든 상대방의 생각을 미루어 짐작해서 행동하기보다는 항상 그 사람의 의견을 묻고 조율하지요. 사실, 가정의 불화는 부부 관계가 평등하지 못한 데서 시작되죠. 평등이란 남녀노소, 빈부, 직업, 건강, 지역 따질 것 없이 사람이면 누구나 똑같다는 거잖아요. 그 평등의 잣대로 자기 생각과 행동을 재보면서 살려는 노력만 있으면 이 세상 모든 불화는 없어지지 않을까요?”
평등을 이야기하는 그. 그는 차별의 아픔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 자신이 여자이고 이혼을 했고, 혼자 힘으로 벌어 두 딸을 키우며 작은아이는 발달장애를 겪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까닭으로 발끝까지 저릿할 만큼 분노하고 아파했던 그 일들은 '여자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그에게는 모두 약이 된 귀한 경험이었다. 대학 강단을 비롯해 방송에서, 현장에서 그가 거침없이 쏟아 내는 말 속에 배어 있는, 차별 받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무언가에 사람들은 눈물 흘리고 때로는 후련함마저 느끼며 무엇이 잘못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 몫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여권운동가, 하면 거칠고 드센 남자 같은 여자를 떠올리는 세태 속에서 수더분한 아줌마의 모습으로, 여성학이라는 딱딱한 학문을 부부의 저녁상에 올려놓으며, 여성의 문제는 모든 인간의 문제임을 우리 사회에 환기시킨 것도 그였다.
“강연을 나가면 제가 꼭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주부 명함을 만들어라, 주부 책상을 놓아라, 사과 한 쪽이라도 주부의 것은 남기도록 하라고요. 자기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가 매기는 거예요. 내가 나 자신을 위해 하는 일에도 좀 당당해지자고요. 여자가 자기 자신을 먼저 위해야 남편도 자식도 똑같이 대접하는 거지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언젠가 신문에서 본 설문조사가 떠올랐다. 아버지에겐 존댓말을 쓰면서 어머니에게는 반말을 쓰는 아이들이 많다는 결과와 그 까닭은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반말을 쓰기 때문이라는 내용. 그는 여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려면 사회의 변혁 이전에 나와 가정이라는 밑뿌리에서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어머니가 바뀌면 가정이 바뀌지요. 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희생보다는 성숙하고 냉정한 어머니의 사랑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아이가 세상과 사람을 바로 볼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해요. 이를테면 어릴 때부터 여자, 남자가 할 일이 따로 있다는 식의 교육은 지양해야 합니다. 남자나 여자나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모두 똑같이 그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게 참교육이겠지요.”
지난 가을, 그는 온나라 안의 단풍을 구경했을 만큼 전국을 돌아다니며 상담과 강연을 했다. 그가 내밀어 보인 수첩에는 두세 달 뒤의 일정까지 빽빽히 차 있었다. 최근엔 턱 관절에 이상이 생겨 말을 하지 않을 때는 보조기구를 입에 물고 있어야 한다는데, 그것을 꺼내 보이는 그를 보면서 엉뚱하게도 맷돌이 떠올랐다. 제 몸을 끊임없이 움직여 무엇이든 곱게 부숴내 이롭게 쓰이는 맷돌의 이미지를….
“올해는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지금 조금 손해 본다는 마음으로 욕심 부리지 않고 생활하려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은 거창한 계획보다는 지금 누구와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프랑스의 여성학자 미셀 페로는 진정한 여성해방이란 '자기 운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 즉, '선택'이라고 했다. 오숙희 님이 선택한 건 '이 세상의 모든 편견과 차별에 대한 싸움'이다. 그것은 당장은 아플지라도 더 큰 사랑을 이뤄 내기 위해서다. 남자, 여자를 따지기 이전에 어떤 사람인지를 살피는, 서로 사람으로서 똑같이 대하고 배려하고 아끼는, 그런 큰 사랑이 상식으로 통하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그런 세상이 오긴 하는 걸까요?, 라고 묻자 그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짧게 대답한다.
“결국 사람 사는 세상이잖아요. 사람은 사람으로 통하지 않겠어요? 어렵긴 하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잊었다는 듯 이 땅의 여성에게 덧붙인 한 마디, “여자라는 사실을 잊으세요. 사람이란 것만 아세요, 그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무기입니다.”

IP : 121.164.xxx.20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이린뚱둥
    '14.9.21 12:28 PM (121.64.xxx.99)

    ㅠㅠㅠ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4807 동대문패션타운 가보려는데요.. 3 봄바람 2012/02/12 981
64806 4살 아이에게 식물성 단백질과 무설탕 식단을 7 그래도볼거야.. 2012/02/12 1,637
64805 축구화 나이키 보다.. 3 알려주세요!.. 2012/02/12 782
64804 저도 아사다 마오 16 오랜피겨팬 2012/02/12 4,035
64803 자연스러운 립스틱 색상 좀 추천해 주세요 부탁드려요~ 7 ㄷㄷㄷ 2012/02/12 2,817
64802 영어문장해석좀해주세요~~~ 2 ??????.. 2012/02/12 693
64801 입학하는고등학교가 맘에안들어요 7 즐거운소풍 2012/02/12 2,010
64800 다음주에 부산에 놀러갑니다. 요즘 날씨와 추천 부탁드려요. 6 부산좋아 2012/02/12 1,075
64799 어디가 맛있나요? 4 피자 2012/02/12 874
64798 오는 월요일에는 창원지방법원 이정렬 부장판사 징계위가 열립니다... 사월의눈동자.. 2012/02/12 732
64797 강북삼성병원에서 가까운 생협 매장 아시는 분 1 anfro 2012/02/12 546
64796 mp3..리슨미 음악파일 공유좀 부탁드려요.. 1 여명 2012/02/12 386
64795 코슷코 상품권 어떻게 구입해야하나요??? 3 aaa 2012/02/12 1,015
64794 미생물배약액에 흰것들이 둥둥뜨면 상한건가요? 2 급질 2012/02/12 652
64793 집 평수 갈아타기 문의드려요 11 집 갈아타기.. 2012/02/12 2,668
64792 8세 남자아인데 가끔 팔다리가끊어질듯 2 팔다리 통.. 2012/02/12 1,002
64791 나는 의사당들어보신 분 1 세금혁명당두.. 2012/02/12 715
64790 급.시래기요... 9 지온마미 2012/02/12 1,524
64789 고등 외국어 과외?4명에서 한명만 남을 때 처신은요? 5 ** 2012/02/12 1,394
64788 탈모 치료의 종결자는 뭘까요? 6 탈모 2012/02/12 2,324
64787 옆에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뛴다는 글 보고나서 ㅇ;유 2012/02/12 886
64786 이런경우월세계산어찌하나요? 4 아침 2012/02/12 784
64785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와 화석등 어디에 팔아햐하나요? 1 집정리하자!.. 2012/02/12 681
64784 용비어준가 1 안쫄아 2012/02/12 809
64783 너무 힘듭니다 (교회다니시는분만 좀 봐주실래요.. 다른분껜 미안.. 10 점점 2012/02/12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