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석 이번 스타일 너무 맘에 들어서 올려봅니다!
아시아 전역에서 엄청난 팬을 거느리고 있는 장근석이지만 한국에서는 너무 자유분방하다거나 너무 일본풍이라거나 말이 많지요 ㅎㅎ 하지만 인터뷰 같은 것을 읽어보면 의외로 생각이 깊고 알찬 젊은이인 것 같아요. 한양대 다닐 때에는 장학금기부도 하고 후배들도 잘챙기는 등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해서 교수님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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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연기를 하고 싶다는 직설적인 답변. 자신의 연기론을 강단 있게 풀어내는 매끈한 말솜씨. 그 사이에 여백이 느껴지는 쉼표가 잠깐. 결국 배우와 배우로만 연결되는 장근석이라는 생명체.
모든 사람이 장근석은 보통의 연예인과 다르다고 말한다. 분명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그는 꽁꽁 싸매고, 숨기는 신비주의 대신 SNS 같은 미디어를 활용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해외 공연을 가도 다르지 않다. 자신의 동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보디가드를 동원하거나 공식 일정 이외의 모든 시간을 호텔에 발이 묶여보내지 않는다. 공연차 일본에 머무를 때의 일화다. ‘PM 19시 00분 테니스 클럽. 지금 오면 번개 가능’ 같은 멘션을 날려 순식간에 테니스장 앞으로 팬들을 불러 모은다. 물론 유니폼을 갖춰 입거나 헤어스타일을 곱게 손질한 모습은 아니다.
날것 그대로의 자신을 그대로 팬들에게 던져준다. 스타와 팬 사이에 존재해야 할 어떤 ‘빛이 나는 거리감’ 같은 건 없다는 말이다. 좋으면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마음이 움직이면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장근석이다. “가끔 매니저나 회사에서 컴플레인을 하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연예인도 하나의 상품이자 브랜드일 수 있으니, 그들로서는 완벽한 상태일 때 노출시키고 싶죠.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흠이 없다고 해서 완벽할까요. 저는 제가 속이 들여다보이는 유리 상자였으면 좋겠어요. 서로 알고 시작하면, 기대하거나 실망하는 일이 줄어들 테니까요. 적어도 저와 제 팬들은 서로의 유리 상자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껏 그가 만들어낸, 보통의 연예인과 행보가 다른 이슈가 몇 가지 이던가. 별로 개의치 않는다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발언 정도로 그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상처받지 않겠는가, 어떻게 무신경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장근석은 자신이 벌인 일에 덤덤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다진다.
작품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니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이전과 이후로 양분되어 있다. <미남이시네요> 이전의 장근석은 장르에 편견이 없었다. 저예산 영화나 트렌디한 드라마와 퓨전 사극을 오갔다. 마치 ‘월리를 찾아라’처럼 어떤 게 진짜 장근석의 모습인지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또래의 고만고만한 배우들은 장근석을 좋은 예로 삼았다. 물음표가 생긴 건 그를 ‘근짱’으로 만들어준 <미남이시네요> 이후의 행보다. 작품을 풀어내는 방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그 작품이 대중에게 시사하는 바는 대부분 비슷한 카테고리로 연결되었다. 근짱이 그의 작품 선별에 까지 영향을 미쳤을까 싶지만 장근석은 작품 선택에 용기가 없는 배우가 아니었다. “가끔 제 자신에게 물을 때도 있어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포기할 자신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꽃향기 폴폴 나는 달큰한 캐릭터에 나도 모르게 중독되어버린 건 아닐까. 그런데 말이죠, 묻고 또 물어도 그건 아니라는 거죠. 결국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하는 요즘의 방송 시스템에서 결과만 놓고 보자면 근래 몇 편의 작품이 그다지 훌륭한 성적표를 받지는 못했어요. 한 두 작품 하고 반응이 예전만 못하면 제가 곧 방향을 바꾸지 않았을까요? 작품 선택은 결국 배우가 짊어져야 할 가장 큰 책임이에요. 마지막까지 책임을 회피한 적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자신이 선택했고, 그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는 말이다. “모든 일엔 ‘때’라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제 나이 스물일곱에만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했죠. 30대 중반이나 40대 중반에 꽃미남을 연기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맥락인 것 같아요. 지금 보여줘야 할 나의 20대가 담길 수 있는 작품.” 최근 몇 년간의 장근석은 그야말로 ‘꽃.같.다’. 긴 머리에 기타를 쳐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20대 남자 배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 평생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에게, 서너 편의 꽃미남 드라마가 후에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간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마친 배우의 속내는 시커멓게 타고 남은 재와 같을 것이다. 〈예쁜 남자〉를 끝낸 그의 속내도 마찬가지다. 모든 스위치를 꺼둔 사람처럼 차분하다. 오늘 표지 촬영에서 장근석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말을 걸어오는 듯한 눈동자의 움직임 말고는 어떤 것도 ‘연기’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의도한 컨셉트 이상의 감도 높은 사진을 건졌지만 어쩐지 그의 조용함이 낯설다.
“정지 상태예요. 일단 멈춤. 중요한 것은 어떤 시각을 갖느냐의 문제인것 같은데, 그러기 위해선 시간을 묵힐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지금은 달리고 싶지 않아요.” 늘 에너지가 충만하고 감정의 데시벨이 최고조에 이르던 장근석이 맞나 싶지만, 이런 조용한 침잠 또한 그가 가진 모습 중 하나다. 그에게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 당당하다 못해 지나치리만큼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있다, 분명히. 거침없이 직진하며 소리 높여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도 안다. 그렇지만 조용히 뒤에서 상대를 서포트하며, 자신을 낮출 줄도 아는 사람이 또한 장근석이란 배우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만들어놓은 이미지 안에서만 장근석을 관찰했을 수도 있다. 진실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것처럼, 몰랐던 게 아니라 그런 장근석은 보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던 것은 아닐까.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슬로 라이프’를 지향한다. ‘빨리빨리’가 한국을 대변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요즘은 ‘천천히, 서서히, 느리게’로 삶을 포장하고 그 안에서 움직이기를 희망한다. 방송의 흐름도 같다. 독하게 던지고 한번에 ‘쭉’ 빨아들이던 자극적인 소재가 사라진 지 오래다. 카메라 앞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실수하고, 넘어지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런 의미로 모든 면에서 빨라도 너무 빨랐던 장근석은 지금 자기 기록을 잠시 멈춘 상태다. 방향을 잡고, 어느 쪽으로 몸을 틀어야 할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평행선에 올려두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어떻게 사람이 매번 ‘방방’ 뜰 수가 있겠어요. 가라앉고 다운되고, 기운 빠지는 날이 제게도 있죠. 털고 일어날 비법은 없어요. 그냥 ‘이 또한 지나가리’ 하는 마음 정도. 편하게 생각하고, 쉽게 행동하려고 하죠. 비워놓고 내려놓는 과정을 반복하고 나면, 어느 정도는 공간이 비워지더라고요.”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다시 채워 넣기의 반복. 모든 게 마음속으로 정리한 순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현재 그 앞에는 좋은 시나리오가 있고, 해마다 진행해온 공연이 있고, 2주에 한 번은 목소리를 들려주기로 한 오디오 팟캐스트 <직진 라디오>가 있다. 당장 이번 주만 해도 광고 촬영이 두 건이나 잡혀 있다. 개인 SNS는 멈춘 지 오래고, 팬들은 그런 그를 걱정하고 궁금해한다. 그런 일련의 주변 상황 때문에 잠수 한번 제대로 탈 수가 없다.
“〈직진 라디오〉는 팬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어요. 저작권 때문에 라디오라도 노래 한 곡 선물할 수 없지만, 각 나라에서 날아오는 팬들의 사연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게 돼요. 때로는 감정으로 느끼고 공유하는 게 직접 만나 눈 맞추고 손 잡아주는 것보다 더 큰 감흥을 남기는구나 싶기도 하고. 재미있어요.” 피할수록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남자. 그럼에도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하는 사람. 아이스커피 잔을 드는 그의 손이 달팽이처럼 느릿하게 움직였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송곳 같은 말이 아니다. 사탕처럼 달콤한 말도 아니다. 그저 시간을 던져주고, 그 시간을 뚫고 나오기를 기다려주는 진심이면 충분하다.
최근 몇 년간, 장근석은 빛의 속도로 달려왔다. 데뷔 20년 경력의 내공으로도 견디지 못할 만큼 혹독하게. 연기만 하던 이가, 앨범을 내고 가수 활동을 한다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압박감을 느낄 정도로 부담감이 팽배했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에게도 시간은 필요하다. 그가 ‘직진’을 외치며 달려나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이외에 우리가 해줄 별다른 예방 조치는 없다. 다만, 지금은 브레이크를 당길 타임일 뿐.
“가능한 한 배우의 끝자락에 오랫동안 매달려 있고 싶어요. 결국 제가 서고, 중심을 잡아야 할 곳은 작품이니까.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모든 작품이 안전하고, 올바른 선택이 되리라고는 감히 단정지어 말할 수 없네요. 다만, 상처 없이 아름다운 조화는 현실감이 없잖아요. 가시도 있고, 적당히 상처도 있는 생화가 생명력이 있어서 좋습니다.” 스물일곱. 아직은 모든 것이 경험이 되는 나이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손 내미는 포장 없는 담백함. 장근석이란 배우를 등지고 돌아설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