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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자존감의 거울

| 조회수 : 2,763 | 추천수 : 207
작성일 : 2009-09-18 01:16:52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 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얻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 관계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마도 상대로부터 자신을 인정받는 일일 것이다. 상대가 나를 아껴주고 인정해준다는 그 느낌을 위해서 때로는 생명을 걸고 때로는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어렵사리 해낼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도 남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쩌면 어른보다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특히 유아기와 유년기에 걸쳐 부모의 인정에 의해 아이가 평생 지니게 될 자존감이 올바르게 형성될 수 있다.

아이와 하루를 지내다 보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이가 엄마에게 자신이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애쓰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태어나서 목을 가누고 옹알이를 시작할 때부터 아이는 엄마의 반응을 주시한다. 무엇이든 한 가지씩 새롭게 배워갈 때마다 엄마가 지르는 환호성과 감탄사에 의해 아이의 성격이 형성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 하나씩 성취하고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느낌보다는 엄마의 반응에 더 많이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엄마의 반응을 'mirroring' 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거울처럼 아이가 성취한 것을 비추어 주며 함께 기뻐해주는 것이다. 아장아장 처음으로 걸음을 떼는 아이들의 경우를 봐도 한 걸음씩 걸음을 옮길 때마다 엄마의 표정을 살피면서 엄마가 감탄을 하는 모습을 보며 한껏 좋아하곤 한다. 그 어린 나이에도 엄마가 기뻐하고 좋아하는 일을 했다면 자신은 정말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발전이 되는 것이다.

엄마가 적시에 적당히 거울 노릇을 해주지 못했을 때 아이들은 자신감을 잃는다. 더불어 자신의 가치를 정하는 데에 있어서 지나칠 정도로 인색해진다고 한다. 어떤 일을 해도 성취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남이 시키는 일을 제외하고는 스스로 어떤 일을 시작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반면에 지나친 감탄과 환호는 아이를 비현실적인 사람으로 만들게 된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도 남들이 다 알아주고 감탄해주지 않으면 쉽게 상처를 받고 무슨 일이든 남이 알아 주지 않으면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 이에 속할 것이다. 독불장군이 되기도 쉽고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인정을 통한 자존감 확립에는 원하는 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했을 때에 정도 이상의 상처를 받지 않는 일도 포함이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나 친구들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을 때에도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면서 '그래도 난 잘 할 수 있어' 를 외칠 수 있기 위해선 엄마 아빠가 확실한(?) 울타리가 되주어야 함은 물론이다. 어떤 일에 실패를 했다 해도 남들에게 조롱을 받을 정도가 되었을 때에도 엄마와 아빠가 아이를 사랑하는 정도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확신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다.

교육심리학자 제임스 답슨의 'Hide and Seek(숨바꼭질)' 이라는 책에는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 암살범이었던 리 하비 오스왈드에 관한 예화가 등장한다. 오스왈드는 홀어머니 밑에서 몹시 가난하게 자랐는데 가난보다도 그를 더 힘겹게 했던 것은 어머니의 냉대였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무슨 일을 하든지 폭언과 경멸을 일삼으며 '네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어머니에게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니 의기소침해져서 학교에서도 따돌림을 받게 되었고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한 뒤에도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삶의 연속이었다.

후에 러시아 망명 시절에 만난 여인과 결혼을 하게 되는데 어쩐 일인지 처음에는 고분고분하던 그녀도 그의 어머니 못지 않게 그를 모욕하고 경멸하게 되었다. 어느 날 심한 부부싸움 끝에 그가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니 아내가 친구와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아내는 친구 앞에서 무릎을 꿇어가며 사과하는 그를 매몰차게 몰아무치며 집에서 쫓아내버렸다.

그 길로 나와 한 많은 인생 뭔가 관심을 끌 수 있는 일을 저질러 보자고 마음 먹고 저지른 범행이 바로 대통령 암살이었을 것이라는 답슨의 가상 실화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나의 가슴 속에 한동안 남아 있었다. 나는 내 아이를 얼마나 인정해주고 용기를 주며 키우고 있는가. 나자신도 모르는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 아이의 자존감을 짓밟으며 기운빠지게 하는 엄마는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한동안 착잡한 기분이었다.

성격도 특기도 한없이 다른 아이 넷이 꼭같은 점이 있다면 뭔가를 새로 하게 될 때마다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고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일 것이다. 하루종일 아이마다 외쳐대는 "엄마, 나 좀 봐. 이거 할 수 있다"를 수천 번씩 들으며 번번히 깨지지 않은 거울 노릇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귀찮을 때도 많고 귀가 멍멍할 때도 많지만 내가 깨진 거울이 되어버리면 아이의 마음은 나보다 더 큰 조각으로 깨져버림을 아는 이상 목이 아프도록 고개를 끄덕여 주고 눈이 뻐뻑해지도록 수십번씩 크게 떠주고 입이 아프도록 감탄을 해 줘야 한다. 늘 같은 몸짓과 대사로 거울 노릇을 하는데도 아이들은 나의 몸짓 하나, 감탄사 한마디에도 얼굴이 환해지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느 엄마가 아들에게 보냈다는 편지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얘야, 언제고 네가 돌아오고 싶을 때에는 U 턴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는 말이었다. 뭔가를 잘 해냈을 때에만 인정을 받고 사랑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이 잘 되지 않아 좌절되고 외로울 때에도 엄마 아빠는 늘 꼭같은 마음이라는 걸 내 아이들도 알고 있을까.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9988234
    '09.9.19 9:10 PM

    많이 배우고 느끼고 반성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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