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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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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 속에 어린 아이가 있어요

| 조회수 : 1,860 | 추천수 : 138
작성일 : 2009-08-27 07:29:16
내적치유의 권위자로 알려진 데이빗 시맨즈는 그의 저서에서 베티라는 여인의 일화를 소개하는데, 베티는 이유를 알 수 없이 남편과 거리감을 느끼는 등의 문제로 결혼 상담을 요청해왔다. 상담 중 그는 베티가 만 세살 때에 부모의 불화로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결국 부모가 이혼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일종의 최면요법을 써서 시맨즈 박사는 베티의 기억을 아버지가 집을 나가던 그 날로 돌이키고, 베티는 그 순간에 자기가 아기용 침대에서 엄지 손가락을 빨면서 아랫층에서 들려오는 부모의 고함소리를 듣고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베티는 심한 불안으로 손가락을 빨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나가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까지 다 듣고 있었다고 했다. 그 순간에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냐고 묻자 베티는 눈물을 흘리며 3살짜리 아이에 가까운 목소리로 "아빠, 가지 마!"라고 외쳤다. 시맨즈 박사는 베티의 마음 속에 있는 세살짜리 아이가 가지고 있는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을 찾아내었고 그것을 발판으로 그녀의 마음이 치유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어느 순간에 정서적 성장을 멈춰버린 어린 아이가 하나씩 있다고 한다. 각각 다른 시기에 여러가지 마음의 상처로 정서적 '충격'을 받아 그 이후로는 성장이 멈춰버린 것인데 육체적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그때의 정서적 결핍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 적 갖지 못했던 장난감이나 옷가지를 보면 그때 채워지지 못했던 욕구를 뒤늦게라도 채우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고 먹을 것에 대한 뒤늦은 집착도 흔한 경우에 속한다. 하지만 결핍되었던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었던 경우, 게다가 그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들 수 없는 경우에 사람들은 참 많은 절망을 느끼게 된다. 대리인으로 가장 많이 '오해'를 받게 되는 사람이 배우자라고 한다. 아빠에게 혹은 엄마에게 다 받지 못한 것을 배우자에게 청구하니 아무리 애를 써도 받아내질 못한다.

여자들이 배우자의 내적 조건으로 이야기하는 것에는 언제나 늘 푸근하게 감싸줄 수 있는 남자, 기댈 수 있는 남자,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듬직한 남자가 포함된다. 남자들이 얘기하는 조건에는 엄마처럼(이 단어가 안 들어갈 수도 있지만) 부드러운 여자, 세상이 다 내게 등돌려도 나를 믿고 따라올 여자...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모든 무조건적 사랑의 조건은 바람직한 부모상에 더 어울리는 표현들이다. 부모야말로 나를 언제나 감싸줄 수 있어야 하고, 내가 문제를 들고 달려가서도 안심하고 기댈 수 있고, 나를 보호해줘야 하며, 부드럽고, 절대적인 믿음과 신뢰를 보여줘야 할 사람들이니 말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사랑을 잘 표현하며 감싸안아주는 일에 몹시도 서투른 부모님을 가지고 있고 그게 싫었으면서도 그 모습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답습하여 아이를 키우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얼마나 여러번 정말로 몸서리칠만큼 싫었던 엄마의(아빠의) 대사를 그대로 읊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지 모른다. 가문의 전통은 절대로 거기에서 멈출 수가 없어서 큰 아이가 동생들을 야단치면서 나의 대사를 그대로 따라하는 장면을 목격할 때면 더 큰 무게의 죄책감과 실패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성적이 나빠도, 말을 안들어도, 사고뭉치라도, 그림을 못 그려도, 운동에 재질이 없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얼마나 될까.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아 마음이 낙심될 때 제일 먼저 만나 안기고 싶은 사람의 명단에서 엄마와 아빠가 빠져 있을 때 아이는 한없는 결핍을 메우기 위해 발버둥쳐야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만나기 싫은 사람이 부모라면 그 아이는 그 순간부터 철 이르고 힘겨운 홀로서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날마다 잠들기 전 축복기도를 해주고 나면 막내가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물어온다.
"엄마, 나 사랑해?"
"그럼!"
"근데 오늘 야단맞을 짓 많이 했잖아. 그래도 나 사랑해?"
"그럼, 네가 친 사고는 좋아하기 힘들지만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하나도 안 줄었거든. 네가 무슨 말썽을 부려도 계속 사랑할거야."
"음, 언니랑 싸워도?"
"그럼."
"숙제 안해도?"
"그럼."
아무리 말해주어도, 들어도 들어도 확인하고 싶은 눈치이다. 감겨오는 눈꺼풀로 야단 맞을 소재가 바닥이 날 무렵에야 묻기를 멈추고 잠이 드는 걸 보면 때로는 억지로 하는 나의 대답이 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절실한 인생의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아이들처럼 이젠 초로에 들어서시는 부모님의 무릎을 베고 누워 밤이 새도록 물어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수로성맘
    '09.8.27 8:02 AM

    오늘은 아침부터 로긴했네요 ^^
    님의 글 모두 가슴 깊히 담고 있답니다.
    모두 복사해서 프린해 보고 있어요.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어제도 님의 "작은 어른 증후군"이란 글을 다시 꼼꼼하게 읽고...
    조금 행복했답니다.
    계속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꼬옥~!

  • 2. 동경미
    '09.8.27 8:57 AM

    수로성맘님, 감사합니다. 과찬이시고요. 프린트까지 하셨다니 감동이네요 ^^
    시간이 나는대로 자주 써볼께요.

  • 3. 굿럭
    '09.8.28 10:41 AM

    읽을때마다 가슴 속 깊이 와닿습니다. 저도 어제 작은어른증후군을 읽고 많이 반성하고, 아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1cm는 넓어진것 같아요.
    매일 좋은글 감사합니다. 제게 꼭 필요한 글이었어요.

  • 4. 영이사랑
    '09.8.28 10:30 PM

    좋은 얘기네요. 오늘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내가 사랑한다는 말에 방긋 웃었더랬어요.
    그 일이..잘한 일이라는걸 알았네요.감사해요.

  • 5. 천우맘
    '09.8.29 5:33 PM

    요즘 저한테 반성해야겠다는 그런마음이 들게하는 글이네요...
    정말 감사해요!!! 마음이 짠 해요~~!

  • 6. 수늬
    '09.9.11 9:48 PM

    아...오늘 저에게 해당하는 글입니다...제가 보니 베티네요..
    그런데요..오늘 남편이랑 다퉜는데요...말다툼도 제대로 하지못한체 아이가 울먹이고
    남편이 현관문닫고 나가니..아이가 울먹이며 따라나가네요...'아빠 어디가? 어쩌고...
    제가 좀 다혈질이라 즉시 풀어야는데..참고...너무 속이 상하지만...아이 때문에...
    '우리 재미있는거 볼까? 하고 안고 티비앞에 앉았는데...속은 부글...
    아이가 제 표정 한번씩 돌아보네요...
    언급하신 그 정서적 결핍이 있어서...아이한텐 주고싶지 않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 7. 82cook
    '09.10.19 7:51 PM

    82cook 관리자입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글이라서 글 제목에 ★표 붙여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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