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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 작은 어른 증후군

| 조회수 : 1,972 | 추천수 : 122
작성일 : 2009-08-26 01:30:56
부모에게 자식은 어떤 존재일까. 아무리 자식이 나이를 먹어도 부모의 눈에는 늘 아이처럼 보인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부모는 자식이 그저 몸체만 작을 뿐인 소형의 어른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아무리 아이라 해도 부모의 마음을 읽을 수도 있고 뭐라 이성적인 설명을 하면 척척 알아들어주는 어른과 다름없는 논리적인 존재라고 믿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방과 후 숙제를 제쳐놓고 하염없이 TV나 컴퓨터 게임에 몰입해있는 아이에게 숙제를 먼저 마치는 것이 어떤 이유로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논리정연하게 설명했을 때, 아이가 "아, 그렇군요. 미처 그런 생각을 못해봤네요. 지금이라도 방에 가서 숙제를 마치고 나올께요."라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현대를 사는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동생과 하염없이 싸우고 주먹을 휘두르는 아이에게 만일 네 동생이 네게 그렇게 한다먼 어떤 기분이 들겠냐고 물으면 "아, 생각해보니 저도 싫을 것같네요. 오늘 이 순간부터 이걸 다시는 안하겠어요."라고 말하고 '정말로' 다시는 그러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이 요즘의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잘못된 바램이다.

불행히도 부모들의 그러한 바램대로 따라와주는 아이들은 세상에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만일 당신의 아이가 당신의 바램대로 잘 가고 있다면 당신은 몇 안되는 너무나 운좋은 부모이다!). 대다수의 정상적인 아이들은 어른들 사이에 통하는 이론과 논리로는 정확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아이에게는 아이 나라의 말과 논리로 다가가야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 나라의 '언어'와 논리를 모르는 부모일수록 지속적으로 난관에 봉착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키움'을 당하는 부모로 전락하고 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면 말하고 설득하고 언쟁이 벌어지고 소리 지르고 결국에는 감정적인 매를 드는 패턴이 연속되게 된다. 처음에 말로 조용히 시작해서 안되면 다소 강압적인 설득으로 이어지고 그래도 먹히지 않으면 부모는 당황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아이와 엄마의 우스꽝스러운 말다툼과 싱갱이가 뒤를 잇게 되고 자신의 논리가 아이에 의해 짓밟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언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래도 엄마의 뜻대로 아이가 움직여주지 않으면 거의 대부분의 엄마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를 들게 되는 것이다.

이 똑같은 패턴이 연속되면 될수록 많은 엄마들이 육아에 자신을 잃게 되고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아이에게 하나도 먹히지 않는 논리를 매 순간 펼쳐보지만 실패는 따논 당상이 되고 만다. 미국의 경우 매를 들고 아이를 위협(?)하는 많은 경우가 아이가 저지른 잘못된 행동의 심각성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이 방법 저 방법에 실패한 엄마가 분을 다스리지 못해서 나타나는 아동학대로 이어진다고 한다.

현대의 많은 육아서적들도 어떤 면에서는 엄마들의 좌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아이를 소리지르지 않고 때리지 않고 양육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한다. 차분하게 앉아서 하나 하나 따져가며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와 문제가 있을리가 없고 말 안듣던 아이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한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것은 엄마가 이성적으로 대화를 끌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엄마의 대화기술 부족을 몰아부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 '대화의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에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관한 대안책들이 부재하다보니 아이와의 대화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육아가 제 방향으로 가주지 않는 엄마들은 더 큰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그 실패감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쏟아지게 된다.

아이는 아이일 뿐이라는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진리를 실제로 마음에 깊이 새겨두는 부모는 많지 않다. 어느 아동심리학자는 아동기의 아이들이 정신분열환자의 혼란한 정신상태와 거의 흡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정신분열환자의 해괴망측하고 예측불허의 행동들에서 느끼는 당혹스러움이나 아이들의 성장 속에서 부모들이 느끼는 순간 순간의 아찔함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거론했던 1-2-3 Magic의 저자 Thomas Phelan 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역할이 야생의 맹수를 다루는 조련사와 같다고 비유했다. 문명세계에서 아무 것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운 맹수를 훈련시켜 묘기도 보여주고 사람과 교감도 느낄 수 있게 가르치는 조련사처럼 부모는 아이들을 끊임없이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조련사가 동물들을 훈련시킬 때에 한 두번의 교육에 성과가 얻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수십 번을 지속적으로 일관된 지시사항을 세뇌시킬 때에 서서히 야생의 동물들이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게 되고 시키는 대로 따라 하게 된다. 여기에는 긴 대화도 필요치 않고 논리도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인내심과 지속성이 키포인트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어른이 가지고 있는 온전한 크기의 양심과 지각과 논리를 가지지 못한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얼마나 우매한 요구사항을 날마다 늘어놓는지...겉모습이 어른과 똑같고 같은 나라 말을 쓴다는 이유로 어른이 이해하는 만큼의 세계를 아이도 꼭같은 분량으로 이해하기를 원한다. 꼭같은 모습의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어른들이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는 너무나 독특한 나름대로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엄마들이 인정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아버님께서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을 때 아주버님의 나이가 열네 살이었다. 아직 어리기만 한 아이들 넷을 두고 가시면서 못내 마음이 놓이지 않으셨던 시아버님은 마지막 유언으로 큰아들이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하셨다고 한다. 열네 살밖에 안된 어린 맏아들을 믿고 가셔야 했던 시아버님은 과연 중학교 1학년짜리 어린 아들이 얼마만큼이나 미더웠을까. 겨우 열네 살밖에 안된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장이 되어야 했던 아주버님은 얼마나 버거운 무게를 짊어졌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순간부터 아이이면서도 아이로 살 수 없었던 아주버님의 삶에는 아동기가 고스란히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도 없고 형제도 없이 자라던 내게 친정 어머니께서 그야말로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늘 하시던 말씀은 어머니 인생의 모든 희망이 다 내게 걸려 있다는 것이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삶의 모든 어려움과 고난도 나를 위해 참으시는 것이고 다른 어느 방향의 선택도 다 포기하시는 것도 오직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을 위해서라고 하셨다. 철이 들기 전에는 어머니의 그 말씀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고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는 모든 효도의 목록이 나날이 늘어만 갔다.

아이는 아이이기 때문에 철이 없을 권리가 있고, 세상 이치를 잘 모를 권리가 있고, 이기적이 될 권리가 있다. 아이이기 때문에 부모의 아픔을 덜 깨달을 권리도 있고 엄마 아빠의 힘겨운 삶에도 아랑곳없이 사탕 하나를 당장 사내라고 떼를 쓸 권리도 있다. 아이이기 때문에 쌀독에 쌀이 떨어질 때에도 아빠가 직장을 잃었을 때에도 엄마가 집을 나갔을 때에도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만화영화를 보며 웃어댈 권리가 있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이 가끔씩 혼자서 삶의 짐을 지기가 버거워질 때에 공연히 아이를 탓한다. 철이 없다고. 아무리 어려도 그렇게 모를 수가 있냐고.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다현맘
    '09.8.26 8:06 AM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 글들이 가슴깊이 와닿네요~
    좋은글 감사해요~

  • 2. 애플트리
    '09.8.26 9:43 AM

    경험없고 막막한 엄마에게
    늘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3. 창가의 토토
    '09.8.27 10:25 PM

    저도 감사해요~

  • 4. 예민
    '09.9.2 9:46 AM

    정말 그러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지막 부분은 옮겨 적어서 마음이 흔들릴때
    두고 읽을려구요..

  • 5. 82cook
    '09.10.19 7:51 PM

    82cook 관리자입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글이라서 글 제목에 ★표 붙여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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