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석달 만인 것 같네요...
시댁 갔다오는 길에 수산시장에 들러서 난생 처음 대게와 세발낙지, 석화를 샀죠.
언젠가 힘나는 거 먹고 싶다며 세발 낙지 찾던 생각이 나서...
1kg이 훌쩍 넘는 대게가 16000원, 세발 낙지 만원어치, 석화까지 합쳐서
3만원에 샀어요. 제가 전복을 하도 많이 샀던 곳이라 싸게 주시면서 요리법까지
일일히 일러 주신답니다.
처음 쪄보는 거라 걱정했는데, 그냥 배를 위로 하고, 찜통에 20분 쪘더니
딱 알맞게 익더라구요.
세발낙지는 가져간 그대로 안 씻고, 키친타올로 한번 쓱 물기 제거해 준 후에
먹었구요. 으... 어찌나 펄펄 하던지 징그러워서 혼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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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대게구요. 게가 크고 살이 튼실해서 끝에 집게 부분까지 살이 꽉 차있더라구요.
급하게 해물잔치 해물 넣고, 콩나물, 대파, 무 넣어서 해물탕 끓였구요.
대게에 어울리는 반찬은 밥 말고는 없다길래, 그냥 해물탕만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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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먹으면서 게딱지에 밥 비벼 먹는 만큼의 별미는 없겠죠?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밥만 넣고 쓱쓱 비벼서 참기름 두어 방울 떨어뜨려줬구요.
여기에 볶은 김치랑 김가루 넣어 먹어도 맛있다는데, 그건 다음에~
제가 생각해도 전 남편 한테 너무 잘하는 것 같아요...
남편이 결혼하고 얼마 안돼서 좀 큰수술을 받은 터라 너무 당연하게 내가 보살펴 주고,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이 열녀 났다고 해도 전 너무도 당연히 생각했는데...
오늘은 너무 섭섭한 일이 있어서 눈물이 다 나려고 하네요.
회사라서 꾹 참았는데, 으이... 글을 쓰려니 또 눈물이...
항상 주는 사람은 주기만 하고, 받는 사람은 받는데만 익숙한 법인가봐요.
석달 동안 고생하면서, 가을에 뉴욕 여행 갈 꿈에만 부풀어 있었는데...
내일 모레 비자인터뷰고, 비행기표, 호텔예약까지 다 해놨고,
미국에 있는 친구한테, 뮤지컬 CD 받아서 미리 공부해 두고, 현지에서 매일매일
뮤지컬 볼 생각 하면서 설레이곤 했는데...
남편의 무 배려 때문에 모든 게 산산조각이 났어요.
남한테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만큼 좋은 사람인데, 정작 같이 사는 아내한테는
왜 이리 소홀한지... 내가 베푸는 것들을 너무도 당연히 생각하고, 저는 뭐든 혼자서
다 해내는 수퍼우먼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오늘은 정말 섭섭하고, 속상합니다.
그러다 보니, 내게 베풀어 주시는 걸 너무도 당연히 생각했던 엄마 생각도 나구요...
울 엄마도 가끔 가다 저한테 그렇게 섭섭했을까요?
아님 딸이라서 그런 섭섭함 마저도 안 느끼시고 무조건 주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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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생전에 너무 좋아하시던 죠리퐁입니다...
엄마가 작품 활동 하다 지치시면 달콤한 죠리퐁 먹으면서 원기를 찾는다고 하셨어요.
제가 퇴근하다가 커다란 죠리퐁 하나만 사가도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우리 딸, 퇴근 길에 엄마 생각 났어?' 하시며 웃던 엄마가 오늘은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댈 곳은 없어지고, 보살펴야 할 것들만 늘어나네요.
아직은 남을 보살피며 만족을 찾을 만한 위인이 못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