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기상 경고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삼성 1호를 예인하다가 와이어가 절단되면서 정박되어있던 유조선 허베이스피릿 호와 충돌하였습니다. 약 8만 배럴의 기름이 유출되어 일대 해양 지대의 야생과 양식장, 어장의 어패류가 떼죽음을 당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놀라셨나요?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안 기름 유출 사고"라고 기억하는 그 사고 말이에요.
그 사고가 어떻게 처리되었는 줄 알고 계시는지요?
(5분만 시간 내서 읽어주세요. 오늘날의 한국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전세계적으로 기름 유출 사고가 여러 번 났었지만, 한국에서는, 삼성이 낸 사고에서는 달랐습니다.
처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시민단체들은 이 사고를 "삼성-허베이스피릿호 원유 유출 사고"라고 불러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히 다 그렇게 합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사고를 일제히 "태안 기름 유출 사고"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도된 이름짓기는 결과적으로 책임자를 은폐하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기름 유출 사고 기억해?"하면 대부분
"아~ 태안?"이라고 대답합니다.
한편, 미국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면?
"아~ 엑손?"이라고 대답합니다.
1989년 알래스카 해안에서 미국 석유회사 엑손 의 발데즈호가 좌초되어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는 처음부터 당연하게도 "엑손-발데즈호 기름 유출 사고"라고 불렀습니다. 미국인들은 엑손이 사고 책임이 있는 회사였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엑손에게 엄중하게 사회적 책임을 물었습니다. 그 결과, 엑손은 원유 유출 사고 책임을 인정하고 벌금으로 약 3조 원을 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한편, 한국인들은 "태안 기름 유출 사고"의 가해자가 삼성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고 삼성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2008년 12월 법원은 삼성에게 이 사고가 자연 재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에 해당하는 예외적 법률을 적용시켜 약 56억원의 벌금을 내라는 솜방망이 판결을 내렸습니다.
삼성과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였던 다른 기름 유출 사고와 비교해봐도 삼성이 받은 판결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2010년 발생한 사고에 영국 석유회사 BP는 약 4조 원의 벌금을 판결받았습니다.
1989년 사고 엑손의 벌금 : 3조 원
2010년 사고 B P 의 벌금 : 4조 원
2007년 사고 삼성의 벌금 : 56억 원
오타 아닙니다. 조와 억, 단위가 달라요.
당시 한국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이 얼마였는지 아시나요? 약 300억원이었습니다. 삼성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보다도 훨씬 적은 금액을 가해자 벌금으로 판결받은 것이지요.
벌금과 별도로, 피해주민들에 대한 보상금 문제가 있습니다. 엑손과 BP은 각각 수조원, 수십조원의 보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한편, 삼성은 턱없이 적은 3600억원을 내라는 판결을 받았고 그마저도 다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사고 수습과 주민들 피해 보상으로 지불한 돈이 얼마인지 아시나요? 지금까지 이미 5000억 원이 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추가로 지출되고 있습니다. 가해자인 삼성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국민들이 세금으로 대신 메꿔주고 있는 것이지요. 당연하게도, 다른 나라에서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일입니다.
돈 뿐만이 아닙니다. 당시 국민들은 태안 앞바다가 죽어간다는 사실에 한달음에 달려가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당시 자원봉사에 참여한 누적 인원이 100만명 이상(어떤 기관은 200만명까지 추산). 저도 그 중 한 명이었고요. 제대로 된 보호장비 작업장비 없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추운 바닷가에서 돌에 묻은 기름때를 닦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삼성에게 국민은 어떤 존재일까요.
인건비 한 푼 주지 않고 제대로 된 보호장비 작업장비 지급하지 않아도(다른 나라에서는 기업들이 인건비 지급하고 장비 구입해서 사고 수습합니다) 자발적으로 달려와 삼성이 뿌려놓은 검은 기름을 군소리없이 깨끗하게 닦아준 국민들, 말도 안 되는 솜방망이 벌금 처벌을 받아도 대부분 모르고 넘어가는 국민, 사고 수습비와 피해자 보상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도 오히려 자발적으로 성금 내고 세금 내서 대신 다 메꿔주는 국민, 심지어 삼성이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그 사이에 이미 잊어버린 국민들...
그런 삼성이 이번에는 국민연금을 거덜냈습니다.
순손실 788억원, 평가손실 6000억원.
그리고 그 이익을 고스란히 사익으로 챙겼습니다.
순이익 4000억원, 간접이익 ???
도대체 언제까지 대한민국 국민이 삼성의 호구여야 합니까?
태안 앞바다로 달려갔던 100만 자원봉사자,
거리로 나와 박근혜 하야를 외친 100만명의 국민,
나는 정말로 우리 국민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태안 앞바다를 살렸고
그렇게 우리가 민주주의를 살릴 것입니다.
그런데 삼성은 그런 국민을 보란듯이 비웃고 있습니다.
삼성은 자신의 책임을 교묘히 회피하고
국민들에게 그 책임을 부담시키는 짓을
끊임없이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 의식이 없는 파렴치한 기업입니다.
"국민"기업이라니요. 더는 기업으로 대우해주어서도 안됩니다.
이번에도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이름 뒤에
삼성이 꽁꽁 숨어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제발, 놓지지 맙시다.
국민이, 국민의 힘으로
엄중하게 삼성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