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6.23 아침밥상>
늘 그렇듯이...
부엌 바닥에 편안하게 신문지 활짝 펼쳐놓고서
재료 갈무리부터 시작해야지요.
마트에서 눈에 띄어서 한번 사 본 고춧잎과 취나물.
봉지에다 이렇게 넣어서 파네요.
양이 많지 않아 보이긴 했지만,
막상 꺼내 놓으니 정말로 나물꺼리가 얼마나 적던지...
늘 시장에서 푸짐하게 소쿠리 가득 눌러 팔던 것을 사다가
이렇게 마트표 포장 단위로 사 보니,
아마 처음이라 이리 느꼈을꺼예요.
식구 적은 집에서는 이런 포장단위로 사 먹어도 편할테지요.
제철 아니라도 이렇게 봄나물을 쉽게 구해 먹고... 아무튼 편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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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면으로 생각해보면 또 좋은 점은
양이 하도 적으니
손질도 금새 뚝딱~끝나버리는 것이고요.
나물 손질하느라 지긋하게 오래 앉아있을 필요도 없이,
금새 손질한 나물들 들고서 일어나게 되네요.
그런데, 손질하면서 만져보니
나물들이..특히나 줄기 부분이 참 억세고 뻣뻣해요.
그러니 떼어낼 부분이 또 많아지고...
이런식으로 해서
삶아도 먹기 불편할 듯 보이는 뻣뻣하고 굵직한 줄거리 부분들 잘라내 버리고,
이렇게 금새 손질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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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손질한 나물들은... 모두 보드랍게 씹히도록
맛있게 삶아서 준비를 했답니다.
시계 방향으로 돌아갈 때 12시쪽부터 차례로..
시금치, 미나리, 고춧잎파리, 취나물 삶은 것이예요.
시금치는 잡채에 넣으려고 삶아 놓은 것이고,
나머지 나물들은 모두 맛있게 나물반찬으로 무쳐서 만들려고 이렇게 준비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고춧잎과 취나물을 막상 삶아놓으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 너무 양이 적어서,
급하게 냉장고 채소칸 안에 넣어 두었던 미나리까지 꺼내어 퍼뜩 손질을 해서는
이렇게 바로 삶아서 준비를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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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들은 이런 식으로 양념을 다 다르게 무쳐서...
제각각 다른 맛으로 만들었습니다.
왼쪽부터 시작해서...
구수하게 된장양념에 버무려서 만든 취나물무침,
중간에 있는것은 참기름, 마늘 다진 것과 국간장을 삼삼하게 같이 넣어서 버무린 미나리나물,
마지막 오른쪽에 있는것은 고추장 양념으로 매콤하게 살살 버무려 놓은 고춧잎나물이지요.
평소에 손질해서 무쳐내는 나물들 보다도 훨씬 양이 적어서
상 위에서 젓가락 몇번씩만 왔다갔다 하면
금새 없어져 버릴 듯 해서 얼마나 아쉬운지...
나물 무쳐가면서 맛 보는 낙이 얼마나 큰데,
양이 적다보니 아껴가며 조금씩 맛보느라 영 힘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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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서 콩나물도 얼른 손질해서
참기름 넉넉하게 둘러서 볶아내고,
고사리 나물도 볶아내고요.
고사리는 마른 고사리가 아니라,
생고사리 삶아서 냉동실에 봉지씩 갈무리 해서 넣어 둔 것을
이렇게 얼른 꺼내어서 볶아내기만 하니,
얼마나 빠르고 좋은지 몰라요.
거기다가 생고사리 삶아 놓은 것은...
호르륵 이에 씹히는 것도 그냥 보드랍기만 하고 야리야리한 맛이
또 나름대로 참 좋을때가 있어요.
먼 훗 날, 노인이 되어서 이가 부실해 졌을 적에,
나는 이 생고사리 푹 삶아서 잘 갈무리 해 놓았다가 부지런히 먹으리라... 하고
예전부터 다짐을 했었지요.
그래도 고사리는 말린 고사리를 불리고 삶고 볶고 해서 만들어 먹는 쪽이
아무래도 좀 더 고사리다운 풍미나 식감이 제대로 느껴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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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원한 미역국을 한 냄비 끓입니다.
시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스타일대로...
기름기 없이, 맑은 국물이면서도
뽀얗고 시원한 국물맛에 감칠맛이 그윽하도록...
살아있는 개조개 바로 까서
큼직한 것 4마리 다져서 넣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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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이 부들부들하게 충분히 퍼지도록
나중에는 불을 좀 약하게 줄여가면서
제대로 푹 끓입니다.
조갯살을 이렇게 다져서 넣고 끓이면
팔팔 끓여가는 과정에서
조개에서 나오는 부스러기 성분들 때문에
이렇게 냄비 안쪽면은 좀 지저분해 지지만...
막상 개조개 미역국의 국물이나 건더기를 떠 보면
그저 맑고 시원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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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달달하니 맛있게 간장양념 만들어서
소불고깃감도 재워야지요.
양념이 모자라지 않도록, 넉넉하게 양념 만들어 준비했고...
불고깃감 고기도 김치냉장고 안에 넣어 두었다가 이렇게 봉지채로 꺼내 오고...
건더기 채소꺼리도 풍성하게 미리 썰어서 이렇게 준비를 해 둡니다.
(대파, 양파, 당근, 버섯, 마늘편 등등...)
양념불고기를 만들때
이렇게 같이 섞어 낼 채소 건더기감을 넉넉하게 준비해 두면
맛있는 양념맛 덕분에 아이들이 양념 불고기 먹을적에
자연스럽게 여러 다양한 채소까지 같이 젓가락으로 집어서 먹으니 얼마나 좋은지요.
게다가 양념과 고기에 이런 부재료 넉넉하게 넣어서 양념고기를 만들어 놓으면
불고기 양까지 푸짐하게 늘어나니 더더욱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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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만 이렇게 미리 준비 해 두기만 하면,
모두 섞어서 버무리는 일은 금방입니다.
정말 양념소불고기 양이 보기만해도 배 부를 정도로 그윽하지요.
저 큼직한 스뎅볼이 가득 찰 정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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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도 모자라지도 않고,
또 남지도 않게...
딱 맞춰서 만든것처럼 이렇게 알맞게 버무려 져서 더 좋고요.
일단 건더기는 모두 양념에 골고루 적셔져야 하니
모두 이렇게 자작하게 잠기는 정도면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좋습니다.
특히나 소불고기 양념은 겨우 버무려졌다는 느낌으로 빡빡하게 만들기 보다는
조금은 여유로운 느낌으로...
나중에 좀 남는편이 더 좋지요.
당면이나 칼국수사리, 아쉬울때에는 라면사리라도 꺼내어서
보글보글 끓여서 소고기전골 한 냄비 끓여서 먹으면
냄비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을 정도로
정말 맛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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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디어 잡채를 만들 차례네요.
잡채는 어떤 방식으로 만드느냐에 따라서,
정말 초간단 방법으로 너무나 쉽게 후다닥 완성이 되기도 하고...
오늘처럼, 잡채 재료 한가지 한가지에 공을 들여서 볶아내는 방식으로 해서
일부러라도 더 정성스럽게 만들때도 있지요.
잡채를 준비하면서,
재료야 집에 있는 양파, 당근, 버섯, 시금치, 고기, 당면 큼직한 것 한 봉지...
이 몇가지가 다지만,
하나하나 깨끗하게 잘 씻고 채 썰어 준비를 해서는
따로 맛있게 달달달 볶고 양념을 입혀 가면서,
온전히 잡채맛를 완성해 갑니다.
먼저, 돼지고기부터 양념해가면서 볶아 봅니다.
이런 작업은 다리가 아프니,
신문 펼쳐놓고 그 위에 부르스타 올리고 바닥에 편하게 앉아서
준비한 재료들을 차례차례 볶아 냅니다.
돼지고기도 뒷다리 불고깃감이 김치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지라,
너덜한 비계부분을 모두 떼어내고
살코기 부분만 먹기 좋게 채를 썰어가면서 준비를 해서 이렇게 볶고 있네요.
왼쪽 옆의 도마위에 흰자,노른자 나누어 계란 지단을 부쳐 놓은것도 보입니다.
해파리 냉채를 한 접시 만들어서 상에 내려고
이렇게 잡채 만들기 전에 퍼뜩 지단도 부쳐두고는
칼로 채썰기 전에 우선 식히고 있는 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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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잡채로 돌아와서...
양파와 당근, 버섯도 볶고,
시금치 데쳐서 물기 꼭 짜서 준비해 놓은 것도
따로 간 맞춰 가며 살짝 볶아서 준비를 해 두고,
돼지고기 볶아 놓은 것과 모두 섞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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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따로 당면을 볶고 양념한 것과 같이 섞어서
이렇게 푸짐하게..
잡채가 한 냄비 완성이 되었습니다.
늘 이렇게 한번 만들때마다 넉넉한 양을 맞춰서 만들어내다 보니
이 큼직한 웍이 아니면,
잡채를 편하게 만들만한 다른 도구가 영 마땅치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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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보니,
이제 시부모님이 오실 시간이 거의 다 되었으니...
미역국 다시 뜨겁게 한번 데우고,
웍에다 소불고깃감 올려서
이렇게 불고기도 지글지글 구워가며
슬슬 아침상을 차릴 준비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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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부모님 두 분과 같이 가족 모두가 식탁에 둘러 앉아서
우리 시아버님...
이렇게 또 올해도 건강하게 생신을 맞이하심을 축하드리면서,
딱 잘 드실만한 것들만 이렇게 몇 가지 준비해서
단촐하게 차려 먹은 오늘의 아침밥상이예요.
조금 일찍 시부모님께서 도착하신지라,
마음이 갑자기 급해져서 얼른 찍느라 이렇게 흔들렸지만
두 번 다시 찍지 않고 넘어간 사진입니다.
아까 만든 취나물 무침과 미나리 나물, 그리고 고춧잎나물 무친것을
한 접시에 올린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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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콩나물과 고사리 나물도 올리고...
김치도 새로 한 포기 썰어서
이렇게 접시에 담고요.
식탁에 놓은 음식들 모두 사진을 두 번 찍지 않고
잘나오건 못나오건 같에 단 한번으로 끝내려다 보니
조기 두마리 구워올린 것도 끄트머리만 조금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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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하게 입맛을 확 끌어주도록
골뱅이를 빨갛게 무칠까 하다가,
전에 상에 내 보니 어른신들께서 골뱅이무침을 그다지 안 좋아하셔서...
아주 매콤새콤 달달하니 맛있게 초장 한 통 잘 만들어서
이렇게 오징어 큼직한 것으로 한 마리 데쳐서 같이 상에 내었답니다.
맛있는 오징어는 듬뿍 초장 찍어 먹으면
이것저것 복잡하게 넣어서 무쳐낸 것 보다 더 맛있지요.
무침처럼 접시에 오래 두어서
먹다보면 아래에 흥건하게 물이 고일 일도 없어서 더 깔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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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방금 볶아서 뜨끈뜨끈한 양념 소불고기 한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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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와 같이 먹으면 딱 좋은...
아삭아삭 샐러드도 한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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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버무려 먹어도 참 맛나는 이 해파리 냉채도
푸짐하게 한 접시 이렇게 만들어서 상에 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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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채도 양 넉넉하게 한 접시...
스뎅웍 안쪽의 잡채를 위생장갑 낀 손으로 덜어서 냈더니
아직도 뜨끈뜨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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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다내음 그윽한 개조개 미역국 한 사발과,
갓 지은 밥 한 공기.
기름기 없이 맑게 끓여낸 이 개조개 미역국 국물맛은
정말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그런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맛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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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시험기간이기도 하고,
늘 아침 먹는 시간에 그대로 먹고
평소처럼 일찌감치 다들 집을 나서야 하니...
우리집과 가까이 사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오늘 아침 7시에
모두 둘러 앉아서 할아버지의 생신을 축하드리며
맛있게 아침밥을 함께 했답니다.
돌아 가실적에 미역국 한 냄비와 조기 구운 것, 양념불고기감, 나물들, 잡채 등등...
넉넉하게 싸 드렀더니 참 좋아하셨고요.
저는 친정부모님이 두 분 다 돌아가셔서...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그 옛날 목소리를 한번만 더 듣고 싶고
딱 한번만 다시 뵙고 싶고, 그 손 한번 다시 만지고 싶고...
마음만 늘 애절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막내딸로 그렇게 사랑을 듬뿍 받으며 키워주셨는데도
살아 계실적에는 그리 속내를 드러내지도 못하고 살다가...
철이 늦게서야 든거지요.
애타게 그리워하고 망설임없이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고 싶고
또 내가 직접 지은 밥 한 끼 부모님께 차려드리고 싶어도...
어떻게 해도 결코 닿을 수 없는 그 곳에 계시네요.
사랑은 아끼고 감추어야 할 것이 아니라
표현하고 드러내어야 하는 것임을...
우리 생에서 나와 얽혀진 인연과의 시간이란 결코 길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또 외면할 때도 많은 것이...
살아보니 이게 인생이네요.
이 짧은 삶 속에서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또 남기고 가야 할 터인데...
오늘도, 우리 중에서 제일 먼저 집을 나서는
이제는 제 키보다도 이제는 훌쩍 더 커져버린 우리 예인이를 현관문에서 배웅하고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 받으면서
무거운 가방 한 짐 짊어지고 멀어져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왠지 다른날보다도 더 맘이 짠 합니다.
벌써 6월도 끄트머리에 와 있고
그러고보니 올 한 해도 이렇게 반이나 지났음을 생각하면...
모든 일들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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