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주 간단하게 아침을 준비했어요.
하도 덥기도 하고,
왠지 벌써부터 기운이 빠지는 듯도 해서...
삼계탕을 한 솥 끓였답니다.
올해는 7월 19일이 초복이라지요?
영계만으로 끓이지 않고
여름보양식인 낙지까지 같이 넣어서
낙지삼계탕을 푸짐하게 한 냄비 끓인거지요.
낙지는 가을까지도 참 좋지요.
냉동실이 좁아지긴 하지만,
이렇게 여름이면 시장에서 장보기가 복잡해 지기 전에
미리 영계를 몇마리씩 사서
깨끗하게 손질하고 씻어서 물기를 쪽 뺀 다음에
냉동실 안에 얼려 둡니다.
굳이 복날이 아니어도,
날이 덥고 영 기운이 빠진다 싶으면
아침 일찍부터 압력솥에다
닭을 푹 고우기 시작하는거지요...^^
그러니
대추나 마늘,헛개나 황기 등등의
삼계탕에 들어가는 영양 재료들도
여름이면 보통 늘 집에 미리 구비해 둡니다.
재료만 집에 준비되어 있다면
오히려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손이 가는 것도 없고...
간단하면서도 아주 푸짐하게 차려내기에 딱 좋으니까요.
< 2010.7.7 수요일의 아침밥상 >
냉동실에서 꽁꽁 얼려 둔 영계 2마리와 손질해놓은 낙지를 꺼냅니다.
이런 여름에 끓이는 삼계탕은
꼭 낙지를 같이 넣어서 끓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낙지도 딱 이맘 때의 여름보양식으로 유명하지요.
일단, 압력솥에는 영계닭만 넣어서
속의 뼈까지 푹 물러질 정도로
제대로 익혀낸 다음,
다른 솥이나 냄비에 옮겨서
낙지를 함께 넣고서
다시 잠시동안만 더 끓이는 거지요
낙지는 살짝만 익혀도 충분히 맛있어요.
오히려 펄펄 끓이다가는
육질은 영 질겨지고
맛난 낙지육수까지 다 빠져나가기 쉽지요.
밥솥을 밥을 안치기 전에
일단, 꽁꽁 얼어있는 영계 2마리와 손질낙지를 꺼내서는...
바로 미지근한 요즘 찬물에다 봉지채 담궈
천천히 녹도록 두었지요.
얼어있는 낙지야 흐르는 찬물에 갖다 대기만 해도 금새 녹지만,
닭 덩어리는 시간이 좀 걸리기 마련이니,
전날 밤에 미리 꺼내놓으면 다음날 아침에 훨씬 빠르고 수월해요.

그저께 마트에 갔다가
이 삼계탕재료가 이천얼마 하길래
보기에 좋아보여서 어떨까 싶어 한 봉지를 사 봤더니...
재료들도 다 국산인데다
부스러기나 싼 것으로 골라서 포장해만든 느낌이 없이
속내용물이 고루고루 아주 실하네요.
오늘 아침에는
집에 개별적으로 사 놓고서 늘 쓰는 삼계탕용 재료들 대신에
이것을 넣어서 한번 끓여 봅니다.

압력솥을 꺼내어
어지간히 녹은 영계를 넣고
물을 맞춰서 넣은 다음,
삼계탕 재료들도 깨끗이 씻어서 같이 넣었어요.

압력솥 뚜껑을 꼭 닫은 다음,
가스불 위에 올립니다.
이렇게 영계 2마리를 압력솥으로 푹 고아내는데 드는 시간은
압력이 다 빠지고 뚜껑을 열기까지 평균 1시간.
이렇게 올려 두고 끓이다가
압력계기가 최고에 오르면
중간에 불 조절 한번 해서 조금 더 끓여 준 다음에,
불끄고 압력이 완전히 빠지기만 기다리면 되니,...
삼계탕 끓이는 아침에는
뭐 더 할 일이 없나 하고 둘러볼 정도로
여유롭게 시간이 남아 돕니다.

압력솥마다, 또 화력의 크기에 따라서 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불이 압력솥 옆면으로 올라오지 않을 정도에서
최대한 바닥에 넓게 퍼지도록 가스불 화력을 맞추어서
영계 2마리 넣어서 이 압력솥에다 끓여 낼 적에는
불에 올리고 20분 정도가 지나면
벌써 이렇게 압력계기가 최고로 올라 옵니다.
그러면 불을 이 때부터는 약하게 조절해서
약불로 20분을 더 익히다가
가스불을 꺼 주게 되면
그때부터 약 20분쯤 후에는 압력솥 안의 열기와 자연스럽게 빠져요.
그러니까 대략 1시간 정도면
영계닭 2마리가 뼈까지 부드럽게 푹 익혀질 정도로
제대로 고아낼 수 있는거지요.

불을 끄고 한 20분 정도 두었다가...
압력이 다 빠진 압력솥 뚜껑을 열어 보았더니,
제대로 푹 고아졌습니다.
황기와 오가피, 대추, 헛개나무에
냉장고안의 마늘도 한 줌 넣고 같이 고아서
기분 좋은 냄새가 풍기고...
약이 되는 국물까지도 아주 진하게 잘 우러났네요.
이렇게 영계만으로 끓여도 좋지만
여름 보양식재료인 낙지도 함께 넣어서 먹으면
확실히 더 몸에 기운이 납니다.
압력솥에는 끓일 적에 낙지는 같이 넣지 않지요.
압력솥 위에 뜨는 닭에서 나온 기름을 대충 걷어내고
다시 영계와 한방재료들을 대충 건져내어서
큼지막하고 낮은 냄비에 넣어요.
식탁에다 통째로 두고 먹을것이기에...
높은 냄비는 불편하니
이렇게 키가 낮은 전골냄비를 써야
밥 먹으면서 건더기나 국물 덜어먹기에 내내 편하지요.
건더기 덜어낸 다음,
아직 아주 뜨거운 국물도 같이 부어주고...
준비된 낙지를 넣고
대추 한 줌 정도와 마늘도 한 줌 정도.
그리고 향긋한 대파 조금 썰어서 넣고는
낙지가 익도록 다시 가스불에 올려서...

한소끔만 데우면 됩니다.
이리하는데도 5분 정도면 충분하지요.
이제 다 되었어요.

이렇게 오늘 아침에는 단 한가지...
여름보양식 낙지삼계탕 한 냄비 뜨끈뜨끈하게 끓여서는
아침상에다 큼직한 냄비 채로 뜨겁게 올려서
땀 뻘뻘 흘려가며 맛있게들 먹었습니다.
방금 지어서 그윽하게 퍼낸 쌀밥 한공기.
그리고
각자 먹고 싶을만큼 떠서 먹을 국그릇도 준비하고....

그리고,
큼지막한 전골냄비는 상 가운데에 올려서
늘 먹는 반찬들을 냉장고에서 꺼내서 같이 결들여 먹었지요.
냄비 옆에 두고 먹은 반찬들은...
어제 건어물집에서 파래자반 사서 볶아놓았던 것과
시금치 나물 무쳐 놓은 것.
그리고 삼계탕과 같이 먹으면 입안이 개운한 마늘장아찌.

또 다른쪽에는,
방게 볶아놓은 것. 열무김치, 취나물 무쳐놓은 것...
또 오징어젓갈도
이렇게 순한 국물에 곁들여서 같이 먹으면 참 맛나니
칼칼하게 참기름 섞어서 무쳐 내고,
어제 건포도 넣고 새로 만들어 낸 사라다도 한 접시.
그리고 이렇게 삼계탕 만들어 먹을 때면 빠져서는 안 될...
생정구지 겉절이도 한 접시.^^

밥상 가운데에는 가스불에서 뜨겁게 끓여서
바로 옮겨 낸 낙지삼계탕 한 냄비가 있지요.^^
이 낙지삼계탕은,
늘 큼지막한 무쇠냄비에 끓여서 상에 올려 놓은지라
먹는 내내 잘 식지도 않고
뜨끈뜨끈한 국물과 건더기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우리 가족은 한 여름에도 냉국을 안 먹어요.
저야, 친정어머니께서 생전에 여름이면
가지냉국에 오이냉국, 미역냉국, 콩국...
이런 시원한 국물을 사발에 가득 퍼서
밥과 함께 주시곤 하셨지만...
결혼을 해서 남편과 살아 보니,
차가운 국물을 밥과 함께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네요.
물론, 밀면이나 냉면같은 음식이야 시원하게 즐기지만,
밥은 늘 뜨거운 국물이나 찌개를 두고
한 여름에도 이열치열로 땀을 뻘뻘 흘려가며 먹으면서...
'아~ 참 시원하다~' 그러지요.

낙지는 먹기 바로 직전에
잘 드는 주방가위로 먹기좋게 쓱쓱 잘라 내었지요.
영계닭이야 워낙에 보드랍게 푹 익어서...
숟가락만 갖다대어도 바로 부서져 버릴 정도예요.
이렇게 영계 2마리는 끓여내야
우리 가족들 모두 닭다리 한개씩은 다 돌아가지요...^^

이렇게 차려 먹은 오늘의 아침상.
반찬은 모두 만들어 놓고 먹던것을 꺼내어서
그저 곁들이기만 했으니...
얼마나 간단했는지 몰라요.

7시 50분쯤이면 친구들과 모여서
봉고를 타고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아침을 빨리 먹고 일어나야하는
예인이가 떠 먹던 그릇...
중학생이 되고나니
기름기니 뭐니, 칼로리가 어쩌니 하면서...
요즘 또래 여학생들이 다 그러듯이, 무심코 아무거나 먹지 않고
이런 작은 것들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지만...
우리집 여름의 단골보양식인 이 낙지삼계탕은
몸에 땀이 나도록 뜨거운 것을 한그릇 먹고 나면
기운이 나고 영 하루가 개운한 것을 저도 느끼는지...
이렇게 영계에서 나오는 기름기 정도는 전혀 마다하지 않고,
한그릇 뚝딱 맛나게 먹고서 집을 나섭니다.^^
오늘 저녁에는 남은 국물에
닭 살코기 남은것도 잘게잘게 찢어서 발라 넣고
생칼국수 넉넉히 넣어서 끓여 내어 먹자고
미리 약속을 했네요.
아침과 저녁, 두 끼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서
이렇게 낙지삼계탕 한 냄비 끓여낸 날은
그저 별 이유없이 흐뭇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