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뜻한 봄 날이 계속 이어지네요.
이러다가 금새 여름이 올 것같이 한 낮에는 무척 덥기도 하구요.
가까운 근교로 나들이 떠나기에도 딱 좋은 계절이지만...
늦은 오후쯤 장바구니 들고 시장 마실 나서기에도... 참 푸근하고 좋은 계절이예요.^^
시장의 한 채소가게에서 큼직하니 한보따리 장을 봐 왔어요.
싱싱하고 좋은 채소가 가격도 저렴하니, 제철채소로 해 먹고 싶은것이 많아서 하나둘씩 사다보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이렇게 큼직한 파란김장봉투 같은데다 한꺼번에 모두 넣어 주시네요.
예전 신혼 때 같으면 보지도 않는 주위시선을 부담스러워 하면서...이걸 어찌 들고다니냐고 했겠지만...
이제는 그 많은 세월이 흐른만큼이나 팔뚝의 힘도 예사롭지 않아져서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이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지요.
가뿐하게 한 손에 이 퍼렁 봉다리를 들고, 다른 한 손에 든 장바구니 안에는 토마토까지 한 봉지,가자미와 참조기 봉지까지...
이 모든걸 양손에 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왔지요.
얼마나 큼지막한 봉지인지 저 옆에 있는 핸드폰과 비교해보면 감이 오실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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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다란 파란봉지의 장바구니 비닐안에서 이런 채소들이 살며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흙대파묶음, 흙쪽파묶음, 감자, 쑥, 쑥갓, 고사리 등...
모두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의 만만한 찬꺼리들이지요.
이렇게 한보따리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면 바로 양팔 걷어부치고 앉아서 일차손질을 시작합니다.
시장 봐 온 장바구니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각각의 재료를 손봐서 냉장고에 넣어 주어야 ,식재료들의 신선도 유지에도 도움이 되고 일도 더 빨리 끝납니다.
이런 장바구니 정리는 바로 그 때 하기 싫어서 조금씩 뒤로 미루기 시작하면 점점 더 하기 싫어지거든요.
사 온 그대로 냉장고에 봉지채 넣어 두는 편리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떼어 버려야 하는 부분들을 어지간해서는 바로 이 때 손봐서 냉장보관 하게 되지요.
조금 귀찮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 두고두고 편하게 꺼내쓰기 위한 간단한 갈무리 작업이 꼭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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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대파 손질하기>
흙대파는 사온 즉시 바로 이렇게 손질해요.
주방가위를 준비하고 크린백 가장 큰 사이즈로 2장을 준비하지요.
가위로 흙이 잔뜩 묻어있는 뿌리부분을 일단 잘라내고...
그 반대인 가장 끝부분쪽에 누렇게 시든 부분이 보이면 이것도 잘라 내지요.
뿌리부분과 시든 부분이 깨끗이 제거가 되었으면 이제 나머지 부분은 하나도 버릴게 없어요.
속이 비고 가벼운 제일 끝의 퍼런 이파리 부분과 속이 겹겹이 차 있는 희고 푸른 나머지 알찬 부분들.
이렇게 두 부분으로 분류해서는 가위로 뚝뚝 그대로 끓어 줍니다.
속이 빈 제일 끝부분의 푸른 이파리 부분만 크린백 한 장에 따로 담고, 나머지 속이 차있는 푸른부분과 흰 부분은 한데 섞어서 다른 크린백 봉투에 넣지요.
아래 사진 상으로 위의 봉지가 끝부분의 퍼런 이파리를 모아놓은 것이고,
그 아래의 봉지는 속이 조금더 실하다 싶은 흰부분과 푸른부분들을 한데 모아 둔 것이지요.
퍼런 대파잎은 무조건 버리지 마시고 싱싱하기만 하다면 이렇게 이 부분만 따로 나누어 두면 아주 요긴해요.
깨끗히 씻어서 음식재료로 쓰면 버리는 쓰레기도 줄고 쓰임새도 다양하지요.
국이나 찌갯거리, 혹은 국물 자작한 냄비요리,라면 등등에 고명으로 파랗게 얹어주어야 하는 곳에 이 대파 푸른 부분을 송송 얇게 썰어 함께 얹어서 끓여내도 좋구요 .
특히나 계란찜위의 초록고명이나 계란말이속에 다져 넣는 초록색감의 대파꺼리로도 참 유용해요.
특히 뜨거운 기름에 파 향이 베이도록 할 때에도 깨끗이 씻어 두었다가 넉넉히 넣어 쓰면 향이 아주 좋구요.
무쇠팬에 고등어나 다른 생선등을 구워낸 후 생선냄새가 베었을 때 물설거지 만으로도 그 냄새를 쉽게 잡을 수 없을 때에도...
무쇠팬에 기름을 달구어 이 푸른 대파이파리를 지글지글 지져내주면 그 생선냄새가 깨끗이 가신답니다.
이 안에 끈적거리는 성분이 있어서 국물을 망친다는 말도 있지만, 실제로 국을 끓여보면 파 특유의 시원한 맛만 더해질 뿐..
이런 끈적거림은 차라리 파표피에 끈적이는 느낌으로 살짝 붙어있을망정, 아주 냄비 자작하게 물을 넣고 이런 푸른부분을 한가득 넣어서 끓여내지 않는 이상은 국물에 끈적끈적하게 베어나오지 않아요.
굳이 풋고추나 청양고추만 써야 하는 음식이 아니라면, 요즘같이 고추가격이 비쌀때에 이런 대파 푸른 부분을 잘 쓰면 이래저래 낭비도 줄이고 음식색깔도 살고 일석이조예요.
저희집은 이렇게 대파의 푸른부분도 버리지 않고 모두 쓰기 때문에, 다른 채소들 보다 특히나 이 대파는 가능한 한 유기농으로 구입하려고 합니다.
유기농대파는 파뿌리까지 흙을 잘 헹궈내서 육수 우리는데에 넣어 쓰거든요.
하지만...365일 매번 모두 유기농만 100% 사서 쓸 수는 없쟎아요...
그렇다고 이렇게 시장에서 파는 대파가 못 먹을 정도의 그런 불량채소도 아니구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채소를 사든...
집에서 음식재료로 쓰기 전에 전처리만 깨끗하게 해 준다면 그보다 더 안심되는게 없다고 생각해요.
일단 어떤것이 더 깨끗하고 몸에 좋은것인지를 잘 알고있고, 가능한 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면...
바로 그렇게 알고 조금씩 실천하려는 태도가 가장 값지고 소중하다고 생각됩니다.
바깥 음식보다 정성가득한 어머니 손길로 만들어 내는 우리집의 밥 한 끼가 더 소중하고 감사한 것도 그런 이유겠지요.
이렇게 2가지 봉투에 분류해서 담아 두면, 대파 손질하면서 버리게 되는 음식물쓰레기도 많이 줄어들고 이 상태 그대로 냉장보관 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둘씩 꺼내어서 그때그때 깨끗이 씻어서 바로바로 쓰는것이 잘 시들지 않고 대파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정말...대파는 뭐 한가지 버릴게 없어요.
(두서없이 써 내려오다보니 이 부분의 너무 글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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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끄트머리쪽의 속 빈 푸른 이파리부분...
그리고 두루두루 편하게 반찬이나 국 등에 알맞게 쓸 수 있는 희고 푸른 나머지 부분...
대파는 언제나 이렇게 2봉지로 나누어 크린백에 갈무리 해 두지요.
가위로 잘라낸 대파도 좁은 공간에 서로 꽉 끼이도록 두면 잘 물러지고 여유있게 편하게 넣어두어야 싱싱함이 오래가니..
작은 사이즈 보다는 가장 큰 대형사이즈의 크린백을 써서 대파 갈무리 하는쪽이 좋아요.
미리 씻어두기 보다는 살짝 거죽의 흙 정도만 탈탈 깨끗이 털어내고 이대로 집어 넣었다가 필요할 때 바로 씻어서 원하는 모양으로 어슷썰거나 채썰기 등 원하는 모양대로 그때그때 쓰게되면, 냉장고 속의 대파를 더 오래 싱싱하게 먹을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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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쪽파 손질하기>
이제 흙쪽파도 다듬어 봅니다.
마트에서도 소량으로 다듬어 놓은 쪽파는 물론, 흙쪽파도 깔끔한 봉지안에 얼마되지 않게 담아서 팔지만...
이렇게 노끈으로 질끈 묶어서 파는 시장표 흙쪽파 한 단과는 그 양이 비교불가예요.
집에서 이 큼직한 시장표 흙쪽파를 1단 사와서 다듬으려면 우선 바닥에 넓게 신문지를 펼쳐 놓지요.
그리고 이렇게 왼손으로는 쪽파를 한 줌 쥐고 오른손으로는 주방가위를 들어, 흙투성이인 맨 아래 뿌리부분에서 아주 약간만 여유있게 위쪽으로 올라와 여기에 가위날을 대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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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싹뚝 잘라내 줍니다.
이 작업을 할 때에는 저처럼 맨 손으로 일을 해 나가면 양 손이 흙으로 더러워지기 마련이니, 손이 더러워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꼭 작업용 면장갑이나 고무장갑 등을 착용하는게 좋아요.
그리고 이렇게 가위로 뿌리 끊어내는 작업은 한꺼번에 모아서 한번에 다 끝내는 것이 효율적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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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로 한번 끊어낸 쪽파는 이렇게 겉껍질을 한겹 끄트머리에서부터 벗겨내면 쉽게 벗겨 집니다.
너무 많이 떼어낼 필요없이, 이렇게 한겹 정도만 슬쩍 벗겨만 내도 이렇게 깨끗하게 손질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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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훌훌 겉껍질을 벗겨내 가면서 깨끗하게 껍질제거한 쪽파끼리 이렇게 가지런히 모아 둡니다.
이것도 하다보면 가속도가 붙어서 점점 빨라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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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쪽파도 마찬가지로 겉껍질을 벗겨내면서 이렇게 싱싱하게 쭉 뻗은 푸른이파리들이 가득인데 이대로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거의 그런것이 없지만 혹시라도 짓무르거나 많이 시들거리는 잎이 보이면 그런것이야 당연히 떼어내 버리고..
그 외 나머지 생생한 이파리들은 이렇게 대파 손질때와 마찬가지로 가위로 뚝뚝 잘라 따로 모아 둡니다.
이 푸른잎쪽파는 대파보다 두께도 훨씬 얇아 식감이 더 부드러우니 대파 푸른이파리 들어가는 곳 어디든 그 대용으로 씁니다.
물론 일반 요리 어디에도 다양하게 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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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파 손질때와 마찬가지로 푸른이파리는 따로 크린백 한봉지에 얌전히 묶어두고..
흙묻은 껍질 벗겨내어 말끔해진 쪽파들은 가지런히 서로 눌리지 않도록 여유있게 크린백 2개 정도에 나누어 담았어요.
이대로 냉장고에 두고 필요한 양만큼 꺼내어 그때그때 바로 씻어 씁니다.
냉장고 안에 둘 때에도 이런 쪽파나 부추, 미나리, 쑥갓 등의 비교적 여린 줄기를 가진 채소들은 무거운 감자나 무,호박,당근과 같은것들에 눌러지지 않도록, 무거운 야채들을 아래에 깔고 그 위에 사뿐히 올려 보관해야 싱싱함이 오래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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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쪽파잎의 쓰임새의 한가지 예를 들자면, 잡채를 만들때에 특히 유용해요.
물론 잡채에는 이 쪽파 푸른이파리 말고도 따로 꼭 시금치를 데쳐서 준비해 놓긴 하지만..
파를 함께 볶아서 여러 잡채 재료들과 함께 먹으면 입맛으로 느껴지는 파향이 다른 재료들과 참 잘 어우러져서 느끼하기 쉬운 잡채맛이 더 좋아지거든요.
이렇게 다른 잡채 재료를 준비할 때에 냉장고에 갈무리 해 놓은 쪽파 푸른이파리도 깨끗이 씻어서 함께 준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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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파이파리는 보드랍고 얇은 편이라 금새 숨이 죽고 잘 익으니 잡채에 들어가는 여러 재료들 중 가장 나중에 넣어 줍니다.
그리고는 여러가지 잡채 재료들과 함께 양념이 잘 어우러지도록 볶아 주지요.
아래 사진은 잡채에 함께 볶아먹는 쪽파쓰임새를 사진으로 보여드리려고 제 생일아침에 만들어 먹었던 사진을 가져와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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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파 한 단 사와서 푸른 이파리를 잘 갈무리 해 두면, 이렇게 커다란 웍 한가득 잡채를 만들어 내는데에도 하나도 버릴 것 없이 정말 유용하게 잘 쓰인답니다.
보드라운 파향이 은근하게 퍼지는 맛있는 잡채만들기에 도움을 주는 참 좋은 식재료로 쓰이지요.
요즘 나오는 햇양파도 줄기부분 하나 버릴것 없이 다 맛있게 우리 일상 요리의 재료로 두루두루 쓰이듯이...
채소 손질하면서 쉽게 버려지기 쉬운 부분들이 참 많지만...
모두 깨끗이 손질만 잘 해주면 얼마나 좋은 식재료가 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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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김치 만들기>
시장에서 사 온 쪽파 한 단을 손질해놓고 나면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파전 만들어 먹을 것 조금만 냉장고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간단하게 쪽파김치 버무려서 먹기로 결정했지요.
밀가루풀을 얼른 쑤어서 이렇게 바람 잘 통하는 뒷쪽베란다 바닥에 냄비째로 두었어요.
양은냄비가 안좋다고는 하지만 막상 없으면 또 아쉬운 경우가 가끔 있지요.
시간이 촉박할 때는 급히 끓어 오르는 양은냄비가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들이 있기때문에, 이 냄비 하나는 버리지 않고 집에 놔두고 급할때 이렇게 잘 쓰고 있습니다.
양은냄비의 특성상 금방 끓고 또 금새 식어버리니...
소량으로 그때그때 버무려 먹는 김치에 넣어줄 찹쌀풀이나 밀가루풀을 미리 준비해 두지 않아서 아차 싶을때에 이 양은냄비에다 바로 쑤어내면 끓이는 시간도 금방인데다, 이렇게 찬 바닥에 놔두면 금새 싸늘하게 식어서 바로 다른 김치양념과 함께 버무려 낼 수 있어서 편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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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김치 담은 쪽파들은 깨끗이 씻어 채반에 받춰 물기가 빠지도록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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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김치양념도 간단하게 만들어 봅니다.
밀가루풀 쑤어놓은 것에 고춧가루, 마늘간 것, 젓갈 등을 넣고, 즙이 달고 맛있는 사과도 하나 갈아서 넣어 줍니다.
양념에 단 맛 맞추기야 설탕이나 다른 감미료등으로도 간단히 할 수 있지만, 이런 천연재료를 갈아넣어 당도를 맞춰서 김치를 담궈 놓으면 서서히 익어가면서 그 숙성되는 감칠맛이 확연히 다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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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파는 도마에 나란히 눕혀서 7~8센티 정도 길이로 잘라요.
파김치는 보통 길게 그대로 담아 먹거나 돌돌 말아 또아리로 만들어서 먹지만, 저희집처럼 아이들과 함게 먹기에는 이렇게 쪽파를 끊어서 파김치 담는게 먹기에 훨씬 편하지요.
매번 반찬 그릇에 담아내는 입장에서도 서로 엉켜있는 그대로 내는 것 보다 이렇게 잘라서 담는 파김치가 깨끗하게 덜어내기에도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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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양념장을 가운데에 두고 조금씩 버무려서 바로바로 옆에 준비해 둔 김치통에 넣었어요.
배추처럼 한 장 한 장 사이사이에 양념을 버무려 발라줄 일도 없이 그저 한데 모아 슥슥 양념과 함께 비벼내기만 하면 되는 작업이니, 금새 끝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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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파김치 한 통 만들어 두고 나니 마음이 넉넉해져서 그런거겠지요?
부엌에 남은 설거지감에서 풍겨 나오는 젓갈냄새까지도 어찌나 맛깔스럽게 느껴지는지...
이렇게 간단한 김치 한가지 만들어서 김치통은 얼른 냉장고안에 넣어두고 남은 설거지감들 모두 속시원하게 말끔히 씻어 놓고는..
시원한 냉커피 한 잔 진하게 만들어 마시는 시간은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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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갓나물 무침>
시장에서 사 온 싱싱한 쑥갓 한 단으로 찌개위에 얹어 끓여먹기도 하고...
전 부칠 때 잎파리만 똑 떼어 살짝 얹어 예쁘게 색감을 살려 구워내기도 하고...
끓는 물에 데쳐내어 보드라운 나물반찬 만들어 먹기도 하지요.
마트에서 사는 쑥갓은 비닐포장에 넣어져 포장되어 있어서 시들기도 비교적 빨리 시들고 양도 참 적은데...
재래시장에서 사게되면 푸짐하고 싱싱한 쑥갓을 훨씬 저렴하게 사 올 수 있으니...
장을 보고 집에 돌아오면 비록 지갑속의 현금은 소소하게 좀 줄어들어도...
검은 봉다리 여러개 정리하면서 하나하나씩 갈무리해서 냉장고 그윽 채워놓는 즐거움을 생각하면 차라리 고마움이 더 큽니다.
이 날 함께 사 온 쑥갓 한봉지...
매운탕 끓이면서 가득 올려서 시원하게 끓여먹고는, 남은 것으로 쑥갓나물을 무쳤어요.
깨끗이 씻어 물기 빼 놓은 쑥갓이예요.
쑥갓은 넉넉한 볼에다 물을 담아서, 아랫줄기를 잡고 잎파리 부분쪽부터 여기에 담궈 물속에다 흔들어가며 씻어서 탈탈 털어낸 후 이렇게 채반에 올려두어 남은 물기를 빼 내지요.
쑥갓나물로 무쳐먹으려면 뜨거운 물에 넣어 데쳐낼 것이니, 이렇게 일부러 물기가 빠지도록 둘 필요는 없을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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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쳐낼 냄비에 물을 넣어 불 위에 올려놓고, 물이 끓어오를 동안 이렇게 도마에 올려서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썰어냅니다.
아이들이 먹을것이면 조금 짧막하게 끊는게 좋고, 보통은 쑥갓 길이에 따라 이렇게 3~5등분 정도로 잘라내면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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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팔팔 끓을 때 쑥갓을 넣는데, 이 때 두껍고 질긴 밑줄기 부분부터 먼저 넣어 줍니다.
쑥갓 잎파리는 뜨거운 물에 적셔지기만 해도 금새 익는데 비해서 이 아랫쪽 두꺼운 줄기부분은 휘어질 정도까지 살짝 익혀내려면 얼마간 시간이 걸리지요.
그러니 동시에 집어 넣어서 아래쪽 줄기가 나물반찬으로 적당할 만큼 익혀지게 하려면 잎파리는 너무 풀어져버리니..
팔팔 끓을 때에 줄기부분을 먼저 넣어주고는 잠시 기다려서 조금 후에 다시 냄비가 부르르 끓여오른다 싶을때에 나머지 잎파리를 넣어주는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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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뻣뻣하고 딱딱하던 느낌의 줄기가 살짝 휘어지려는 느낌이 들면 바로 불을 끄고 찬물에 담궈서 차게 식혀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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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 나물을 할 때처럼, 이 때도 두 손으로 물기가 빠지도록 꼭꼭 힘주어 눌러가며 짜 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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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짜진 덩어리를 가닥가닥 흐트러 이렇게 떼어 내고 나면, 이제 양념만 맞추어 버무리면 되지요.
쑥갓은 생나물일때 잎파리가 풍성해 보이지만, 생으로 모아놓았을 때와 이렇게 데쳐 삶아내었을 때 양이 차이가 많이 납니다.
반찬그릇으로 하나 정도밖에 나오지 않지만 원래 쑥갓나물은 많이 만들어서 두고 먹는 것 보다 이렇게 그때그때 바로 데쳐 버무려 먹는것이 향도 더 좋고 물기도 생기지 않으니, 한 끼 반찬꺼리로 맛있게 즐기기에는 딱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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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국간장과 진간장 반반씩 넣어 간을 맞추고, 참기름 흘려넣고 깨소금 뿌려 조물조물 비벼내면 완성이지요.
시금치 나물도 마찬가지로 간을 할 때 국간장과 진간장 반반 씩 넣고 간을 하면 감칠맛이 더 좋답니다.
물론 이 쑥갓나물도 드시는 분들 취향에 따라 된장에 버무려도 맛있고,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려도 좋아요.
물기가 도는것이 싫다면 간장류 대신에 소금으로 간 해도 되겠지요.
냉장고 안에 혹시라도 저희집처럼 매운탕위에 얹어 쓰고는 남은 쑥갓이 제법 있다면 이렇게 쑥갓나물 한번 무쳐 드셔보면, 이 향긋한 맛에 봄날 나른하니 떨어지기 쉬운 입맛이 확 살아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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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쑥국>
살면서 계절의 변화에 점점 더 민감해져 감을 느낍니다.
옛적엔 그리도 더디 지나가던 시간이 이리도 휙휙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고 느껴지니...
때가 되보면 다 알게된다는 옛 어른신들 말씀은 하나 틀린게 없는 것 같아요.
이제 봄이라는 계절이 오니 제철의 향긋한 쑥향이 저절로 그리워지는것이...
살아 생전 저희 어머니 모습을 저도 똑같이 닮아가네요.
특유의 향이 강하게 풍기는 온갖 봄나물들이 당시에는 별관심없고 전혀 끌리지않는 푸성귀에 불과하더니...
이제는 계절이 서서히 봄으로 바뀌어 가면서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라...
그 향을 생각하는것 만으로도 행복하게 입맛을 다시게 되니까요...
여러분들은 어떠신지요...^^
시장에 노지쑥을 갖다놓고 팔길래, 이것도 위의 것들과 함께 푸른 시장비닐봉투에 담아서 한봉지 함께 사왔습니다.
처음엔 쑥털털이를 만들어 먹을까 하다가...
뭐니뭐니해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향긋한 쑥국을 먼저 맛봐야 되지 싶어서, 시장에서 함께 사 온 가자미 넣고 쑥국을 끓이기로 했어요.
일단 다른 채소들을 먼저 잘 갈무리 해 둔 다음...
이제 부엌바닥에 신문 한 장 펼쳐놓고 봉지에 담긴 쑥을 확 펼쳐부어서 국거리 쑥을 다듬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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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은 이렇게 다듬어요.
시들어서 누렇게 뜬 잎이나 시커멓게 짓무른 잎이 있으면 떼어내고, 혹시 뿌리가 붙어있으면 손끝으로 톡톡 끊어내면서 손질하면 됩니다.
끝부분이 너무 억세면 그 곳도 손끝으로 톡 끊어내면 되구요.
쑥을 끊어낸지 하루정도 지나면 여린 생물인지라 축 쳐지기 마련이예요.
그냥 힘없이 쳐져있는것은 찬물에 담궈두면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니 혹여 쑥을 다듬을 때에 이렇게 힘없이 쳐진 이파리를 시들었다고 떼어내지 마시고 그대로 쓰시면 됩니다.
이렇게 쑥을 손질하고 나면 오른손 첫째 둘째 손가락 끝이 아주 새까매지니..
쑥을 손질한 후에 이 손가락들은 그냥은 쉽게 씻기지 않아서 극세사수세미 등으로 싹싹 문질러가며 씻어주면 깨끗하게 씻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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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질한 쑥은 큼직한 볼에다 넣고 찬물을 틀어 양손으로 휘휘 볼안에서 저어가며 묻어있는 흙을 씻어내 줍니다.
쑥은 보기보다 흙이 많으니 씻을 때 깨끗이 씻어줘야 더 정갈하고 맛있게 즐길수가 있지요.
훌훌 흔들어 씻어 채반에 건져내면, 이렇게 흙모래와 함께 잎파리에서 다른 찌꺼기들도 빠져 나옵니다.
보통은 한 5번 정도 물 갈아가면서, 다시 볼에 넣어서 맑은 물이 나올때까지 흔들어 씻어 주고 건지고를 반복하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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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깨끗이 씻어놓은 쑥은 넓직한 채반에 건져서는 탁탁 채반을 쳐 가면서 물기를 빼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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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에 마지막에 함께 넣어 끓일 대파도 흰 부분쪽으로 해서 이렇게 어슷하게 총총총 썰어서 미리 준비해 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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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고추와 풋고추도 오래되지 않은 싱싱한 것으로 골라서 세로로 4등분 정도 해서는 송송 다져서 준비해 놓구요.
이 때 씨는 빼거나 씻어내지 않고 그대로 다 씁니다.
이렇게 홍고추와 풋고추를 안쪽의 씨까지 모두 함께 다져서 된장국에 넣게되면 국의 색감도 더 먹음직스럽게 좋아질 뿐 아니라, 풋풋한 그 향이 예민한 사람들에게 자칫 느껴지기 쉬운 생선건더기 특유의 맛을 거부감없이 친근하게 만들어 주지요.
어차피 가자미는 비린내가 많이 풍기는 생선이 아니라 괜찮다고는 하지만 또 그 종류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고...
잘 못 끓이면 이 가자미도 슬쩍 비린맛이 풍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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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국에 함께 넣을 가자미도 손질한 후 깨끗이 씻어서 함께 이렇게 물을 빼 둡니다.
참조기도 함께 사와서 씻어 손질한지라 이렇게 넉넉한 채반에 두가지 생선을 함께 얹어서 물이 빠지도록 두었지요.
생선가게에서 가자미를 살 때 국으로 끓여먹게 손질해 달라고 말씀드리면 비늘 긁고 지느러미 떼어내고 반 뚝 잘라서 깨끗이 손질해 주시니, 직접 생선 손질이 번거로우시면 꼭 미리 용도를 말씀드리고 편하게 손질해서 가져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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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쑥국을 끓일 냄비를 꺼내어서, 먼저 멸치와 다시마를 넉넉하게 넣고는 멸치육수를 끓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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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충분히 끓어서 맛있는 육수가 우러났으면 멸치와 다시마를 건져내고는 집된장을 풀어 넣습니다.
일반 된장국 끓이듯이 이 때 얼추 간을 맞추어 주면서 된장양을 조절해가면서 국물에 풀어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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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국물이 팔팔 끓어오르면 이제 준비해 둔 가자미를 한마리씩 넣어 주세요.
이렇게 뜨겁게 끓는물에 넣어야 생선도 비린맛없이 잘 익고 생선자체의 육수도 비리지않고 맛있게 우러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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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가 잘 익어갈 때에 이렇게 국 위로 떠오르는 하얀 거품은 미세한 망사채로 이렇게 살살 떠 가면서 버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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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국에 끓이던 가자미가 충분히 끓여서 잘 익었으면, 이제는 앞서 손질하고 물기 빼 두었던 쑥을 여기에 넣어주면 되겠지요.
쑥은 국으로 끓여낼 때 다른 재료가 다 익은 마지막에 넣고, 너무 오래 끓여내지 않는것이 더 맛있습니다.
날콩가루에 살짝 버무려서 넣기도 하는데 이리 끓여 내면 구수한 맛도 있지만 한편 뒷맛이 텁텁하게 남기도 하지요.
이렇게 도다리나 가자미 넣어서 끓여내는 쑥국은 그냥 생쑥 그대로 넣어주는 것이, 훨씬 국물맛이 깊고 또한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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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쑥이 금새 뜨거운 물속에 풀어지면서 익어지면, 준비해 둔 대파와 고추다진 것도 함께 넣어 줍니다.
이렇게 해서 냄비가 한소끔 끓어오르기만 하면 그대로 불을 끄시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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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갯살 넣고 끓여내는 쑥국도 특유의 감칠맛이 좋지만, 이렇게 비린맛없이 담백한 생선을 넣어서 끓여내는 쑥국은 또 다른 별미랍니다.
요즘은 한창 싱싱한 바지락이 나오는 철이니, 맛있는 바지락과 함께 끓여내면 아무래도 조개 특유의 육수가 진하게 우러나와 이 가자미쑥국과는 또 다른 구신맛의 쑥국이 만들어 질테지요.
이 가자미쑥국 한 냄비 끓여놓고 상에 올리면, 가자미의 보드랍고 연한 속살의 고소한 맛과 더불어 향기로운 쑥맛이 입안에서 얼마나 즐겁게 어우러지는지 몰라요.
또 이렇게 알 가득 베어있는 통통한 가자미는 말할 필요도 없이 그 맛이 2배로 더 좋겠지요.
예전 저 어릴적엔 가자미 대신 더 비싼 도다리로 쑥국을 끓여먹었던 추억들이 있어요.
하지만 횟감으로 쓰는 비싼 도다리를 굳이 고집할 필요없이 싱싱하기만 하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맛도 좋은 가자미로도 충분히 그 맛과 거의 흡사한 국을 끓여 먹을 수 있으니 이것도 고마운 일이지요.
날씨가 갑자기 더워 지면서 이런 기새라면 금새 여름이 찾아올 것 같지요?
이 봄이 가기 전에...
시원하게 속 풀어주며 봄의 생기를 몸에 가득 채워주는 가자미 쑥국 한 그릇 꼭 만들어 드셔보세요.
이런 제철음식이 얼마나 우리 몸에 값진 보약이 되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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