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한 번도 할까말까 한 김장을
두 번씩이나 하고
쓰러집니다.
뭔 팔자야?
지지난주 친정식구들 김장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제가 농사지은 텃밭 죄다 털어 김장했습니다.
엄마랑 동생 언니까지..네 집 김장을 130포기.
바리바리 싸서 '썩 꺼져' 버전 비스무리하게 쫒아보냈습니다.
김장하는거 보다 느그들 밥 해먹이기가 더 힘들다 카믄서.
엄마빼구요.ㅋㅋ
뭔 김장하러 와서 삼박사일을 집에 갈 생각도 안하고 눌러 앉았드라구요.
일주일 후.
시댁에 엄니랑 형님네 김장한다고.
지척에 앉아 모르쇠 할 수도 없는 일.
손 빠르고 솜씨 좋은 큰형님이 못 오신다카고.
손 느리고 김치라곤 먹는거 만 잘 하시는 울 작은형님 내외분만 오신다카니.
토욜날부터 김장복장으로 무장하여 장화까지 차에 싣고
노가다 하러 갔습니다.
울 엄니 손 크시기로는 ..2등이라카믄 서럽다 하실 분.
자그마치 150포기 넘는..배추를
것도 아주 실한 놈으로 골라 놓으셨드구만요.
저 위에 비닐에 통에 바리바리 담긴 김치가
엄니의 수고비 명목인 김치 되겄습니다.
어디 들어갈곳도 없구만
엄니집 냉장고도 더이상은 못 채우고
형님 고물 렉스턴이 주저앉을 지경이라
아마도 제게 온 것이 아닌가..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통은 뒷집 할부지 맛 보시라고 통째 가져다 드렸습니다.ㅋㅋ
뭔 맛보기 김치를 이래 마이 주노..카시드라구요.
김장이 끝났다고 이젠 쉬어볼까?
아니죠.
벌써 내년 김장 준비 돌입입니다.
땅을 파서 갈아엎고 1500개의 구멍에
마늘을 빼곡히 심었네요.
혼자서 ..반나절 넘게 마늘심느라 ㄷㅈ는 줄 알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입술에 물집 잡혔어.ㅆㅆ
그렇잖아도 오른팔이 아파서 수저도 못 들게 생겼다고 엄살 좀 부렸디만
울 집 영감 며칠동안 밥을 떠먹여 준다나 머라나.
헐~~
삼겹살 두루치기 해 놓으니까
한 손으론 쌈 싸서 볼이 터져라 입에 구겨넣고
한 손엔 쐬주잔 들고 룰루난나^^
마눌이 밥을 먹는지 죽는지도 모르더군요.
우리집 텃밭의 마지막 상추입니다.
아쉬운 맘이 절 버리고 떠난 옛 애인 만큼이나 되나 봅니다.
이제 가면 언제오나~~?
내년 봄이나 되야 올텐데...떠난 애인은 안돌아와도 상추는 돌아온다.
기다려주마.ㅎㅎ
혼자 쌩쑈를 다 하는군요.
아침에 자질구레한 반찬 열가지도 필요없다.
직접담군 새우젓으로 간 한 시원 부드러운 무국 한 대접이면
아들들, 밥을 훌러덩 말아서 후루룩 마시고 학교에 씩씩하게 갑니다.
요즘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귀한 자주색 동치미 되시겄습니다.
한 단지 담았구만
벌써 절반이 쌲 비워질라 카네요.
자주색을 털어낸 무우는 아주 부드럽고
빛깔은 아주 귀족적입니다.
황홀한 동치미입니다.
요즘 저희집 밥상에서 젤 이쁨 많이 받는 녀석입죠.
좀 일찍 담궜더니 제대로 익어서 맛이 기가 막힙니다.
때깔 죽이죠?
김장김치(제가 담군 거)
며칠 익혔더니 알맞게 익어서 요즘 맛나게 먹고 있습니다.
섞박지도 작은통 한 통 바닥입니다.
마지막 멀국을 국자로 떠 얹었더니 양념이 아주 지대로네요.
저희 친정엄마가 멀국 좀 줘라..맨날 그러십니다.
저 빨간 김칫국물에 밥을 슥슥 비벼 드시거든요.
저랑 맨날 싸우죠. 그리 짜게 자시니 혈압도 안내려가고
살도 찌고 그런다고..
멀국.
그 멀국이 시원한 섞박지 담그는 법을 알려드릴께요.
김치 잘 담그시는 분들은
그냥 있는 양념 슥슥..대충대충만 해도 맛이나고
때깔도 있는데
어렵다 하시면 점 점 더 어려워지는 게 음식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 친정언니가 쉰이 다 되어가도 아직도 요리가 젤 어렵다카니..
제가 여기서 저만의 비법이요 하고 섞박지 담그는 레시피랍시고 공개하면
쇠고랑 찹니다.
언젠가 tv인간극장에도 출연하신..제가 그때 참 재밌게 봤더랬는데
그때는 '저 할매 왜저리 김치를 죽자사자 담그는거야?' 그냥 그랬습니다.
제가 김치를 담그면서 더 맛난게 더 시원하게 찾다가
어느날 도서관서 그 분의 책을 만났고
그리고, 김치맛이 확연히 달라진것을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전 꼼꼼하지 못하고
제 나름대로 실험정신(?)이 투철하여 그때그때 조금씩 다르게 해보기도
합니다만..기본 재료를 알면 맛은 비슷비슷 하더군요.
사진을 찍어놓은 것도 없어서 그냥 적습니다.
준비물=
무우.다시마.마른멸치가루.찹쌀가루.고추씨.고구마가루.생콩가루(생메주콩을 불려서 껍질을 까지도록..갈아서 써도 됩니다).생강.멸치액젓.마늘.소금.
무우를 알아서 큼직큼직 써세요.
중간크기의 무우를 세등분 쯤 하여 다시 반을 갈라 엎어놓고 썹니다.
신생아손바닥만하게 썰어집니다.
소금물 5:1의 비율로.(물 5: 소금 1) 녹여서
무우를 세시간정도 절이면
무우를 손으로 가운데부분 꺽어보아 낭창낭창 휘어집니다.
(이번 김장때는 시간이 없어 절이지 않은 무우를 그냥 담구기도 했는데
물이 많이 생기긴 해도 더 시원한 맛이 있습니다. 식감도 약간 다르고)
헹궈 물기를 빼 놓고
양념 만들기.
다시마를 끓일물에 담궜다가 (30분정도) 불 켜고 끓입니다.
끓기 시작하면 바로 불을 끄고 다시마 건져내고 식혀줍니다.
그 다시마 식힌물에 풀국을 쑵니다.
(찹쌀가루.고구마가루.생콩가루를 3:1:1의 비율로 다시마국물에 풀어서 쑤어 식힙니다.)
강순의님 김치의 기본은 풀국과 고추씨(칼칼한 맛을 내줍니다). 마른멸치가루 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마른고추가 있으면 갈아주고 없으면 그냥 고추가루에 풀국을 버무려서
양념을 준비합니다.
마늘.생강.멸치액젓.마른멸치가루.고추씨를 넣고 버무려서
무우와 버물버물 하면 끝입니다.
마지막간은 멸치액젓으로 하시고
설탕등의 단것은 넣지 않으셔도 고구마가루가 충분히 단 맛을 내줍니다.
제가 꼼꼼히 고춧가루 얼만큼. 액젓 얼만큼..이렇게 적지 못해 죄송합니다.
양념이 남으면 무우 몇 개 더 넣고
모자라면 고춧가루 액젓 좀 더 넣어..그렇게 대충대충 해도 먹어줄만 합니다.
가족들은 모두 맛나다고 잘 드실테니 염려마시고 해보시길.
이건 어디까지나 강순의님 레시피입니다.
책을 도서관에 반납한지라 거기에 적힌 정확한 레시피를 공개하지 못해 아쉽지만
워낙 소량으로 담는법을 적어놓으셔서..제가 그대로 따라해본적이 없습니다.
ㅎㅎ
오늘 비님이 오시네요.
모두 따뜻한 차 한 잔 하시면서 몸을 녹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