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하계 휴가기간의 피크였을 시기에 우리 가족도 충남 서산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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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에 "꿈의 학교"라는 대안 학교가 있습니다.
전에도 포스팅한적 있는, 남남북녀 이야기의 주인공, 그 남편되는 분이 바로 이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계신데 이 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장소가 서산 시내에서는 꽤 떨어진 산속이라 선생님들의 숙소도 학교 한켠에 작은 아파트와 방갈로 형태로 자리잡고 있어 우리 가족을 초대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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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초등과정 교사(敎舍)라고 하는데...(초등학생은 6학년만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중,고등학교 과정)
사진으로 보면 뭐 별다른 것 없는 건물이지만 꽤 넓은 건물인데다가 산길을 올라오다가 보이는 모습은 흡사 경치좋은 곳에 자리잡은 팬션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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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생님의 숙소는 올해까지는 방갈로라고 하는데 그 방갈로 한 옆에 이런 화로에 불을 피워 은박지에 싼 감자와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밤에, 얼마나 많은 별들을 봤는지 모릅니다.
아이가 많이 기뻐했습니다.
우리는 도시에서 얼마나 많은 별들을 보지 못하고 살았던가요...
은하수를 발견하고 엄마와 함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기뻐하던 모습이 너무 흐뭇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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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벌천포 해수욕장에 놀러갔습니다.
작고 아담한데다가 잘 알려지지 않은 해수욕장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너무 조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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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때 이렇게 반 모래, 반 갯벌 상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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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보통 밀물때가 되면 지금 갈매기가 서있는 곳에 물이 깊이 들어차 사람은 자갈밭으로 밀려나야 합니다.
어쩌면 이 곳이 잘 알려지지 않고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이유가 바로 고운 모래사장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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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비록 발바닥 아프고 누우면 자갈에 등이 배기는 불편한 해수욕장일지언정, 어린이는 역시 어린이...
얼마나 즐거워 하며 뛰놀았는지...
실컷놀고 이제 돌아가는 말에 삐지는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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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읍성을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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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잘 정돈된 느낌이었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바로 이 넓디 넓은, 푸르디 푸른 잔디였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일곱살 되던 해에 온 가족이 서울로 이사와서 27년이나 살던 집이 생각났습니다.
넓은 잔디 마당이 있던 집.
많은 나무들과 꽃들을 키우고 커다란 개도 한마리 키우면서도 넉넉하리만치 넓은 마당.
여름엔 그 짙푸른 잔디 마당에 텐트를 치고 캠핑온 기분으로 잠들던 어린시절...
저도 제 자식에게는 푸른 잔디를 밟게 해주고 싶었는데... 정말 안되는군요...
다른 무엇보다, 제가 아버지께 너무 감사한 일은,
바로 그 푸르던 어린시절을 누리게 해주셨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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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해미 순교성지를 둘러보았습니다.
병인박해 때, 약 1,000명의 순교자가 목숨을 버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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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신앙을 위해 기꺼이 순교했던 순교선열들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교회는 너무 사치와 향락에 물든 것이 아니던가...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합니다.
적어도, 그 순교자들의 바람은 지금의 화려한 교회 모습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적어도, 사진속의 수난 예수 그리스도 상처럼, 주님의 마음은 지금의 화려한 교회의 모습만이 결코 아닐 것입니다.
카톨릭이든, 개신교든, 신구색깔을 떠나 지금의 기독교회는 옛날 순수했던 우리 믿음의 선조들의 깊은 신앙에 몹씨 부끄러움을 느낄만하지 않겠습니까.
어려서 본 영화 한 편, 그 중 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해리슨 포드가 주연했었던 "레이더스 - 잃어버린 성배를 찾아서"
영화의 내용이야 지어낸 전설일뿐이지만,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의미는 꽤 무게감이 있지 않은가 말이죠.
주님이 최후의 만찬에서 축배를 들던 그 잔은 어떤 잔이었던가.
악당은 화려한 금잔을 들지만, 주인공은 초라한 목잔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화려한 금잔을 잡은 자는 바로 추락하지만 목잔을 선택한 자는 살아남습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기독교회가 잡을 가치가 무엇인지, 붙들어야 할 진리가 무엇인지,
하다못해 헐리웃의 오락영화 한 편마저도 외치고 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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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과 계급의 장벽을 넘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관습과 전통의 벽을 넘어, 사람이 진정 자유롭게 사는 세상,
바로 그런 세상을 위해 그 분들은 기꺼이 목숨을 바쳐 순교했으리라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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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하늘을 날며 자유를 만끽하는데 왜 우리 사는 세상은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가...
왜 정치 권력자들은 점점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됐다는데,
왜 개발논리에 밀려 정붙이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 하고,
왜 학생들은 공부하면서 등록금을 걱정해야하며,
왜 국민들은 밤에 촛불조차 들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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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삼길포항에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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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은 배들이 포구에 정박하고 있었고 이 배들은 새벽부터 잡아온 고기를 즉석으로 회를 떠주고 있었는데 7명이 약 6~7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말 그대로 배터지게, 회 파티를 열다가... 터져 죽을뻔했습니다. -_-;;;
새삼 느낀거지만, 회가 참 달다는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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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여러가지 의미있는 수업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함께 묵었던 선생님숙소 방갈로 바로 윗편으로 넓은 농장이 있었고 거기서 캔 감자와 부추들, 거기서 딴 토마토들...
화학비료가 아닌 자연퇴비로 정성스레 키운 농작물들을 수확해 먹었습니다.
3박 4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 어떤 때보다 의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