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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마트에 가는 거, 정말 싫어요.
주차도 힘들고, 이리저리 치이면서 여유없이 쇼핑하는 것도 싫고,
그래도 오늘 아침 개점시간에 맞춰서 다녀와야지...했는데...아침, 딱 그시간에 우리 동네는 폭우가 쏟아졌어요.
마치 비 커튼이라도 쳐진 듯, 앞이 잘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비!
에이, 오늘 못가면 내일가면 되지 뭐, 이러면서 김치냉장고랑 냉장고를 다시 뒤져보니,
김치냉장고에선 어묵 몇장이 나오고,
냉장고에서는 거의 사망 직전인 가지가 나옵니다.
어묵은 끓는 물에 데쳐서 기름기 빼준 후,
간장에 물을 타서 볶았습니다. 물엿 조금, 그리고 통깨 정도 뿌려주고 끝!
가지는 프라이팬에 구운 후 찢어서 간장, 참기름, 파, 마늘, 통깨, 후추 넣어 조물조물해서 무쳤습니다.
그리곤, 먹던 명란젓, 명이장아찌, 굴비,
아, 냉동실에서 찾은 돼지고기 해동해서 끓인 묵은 김치 찌개.
이렇게 하니까 소박하지만,
집에 있는 재료들이었지만, 나름 한상이 차려졌습니다.
어젠, 이도 저도 생각나지 않아서, 달랑 밥만 하고 캔에 들어있는 햄만 하나 꺼내서 지져 먹었거든요.
이제 조금씩, 제가 제 컨디션을 찾는 것 같아요.
물론 아직 집은 정리가 끝나지않아서 여전히 폭탄 터진 집이지만,
정리하지 못한 것들 한군데 몰아놓는 센스(^^;;)를 발휘, 식구들이 다니는 동선만큼은 걸리적 거리는 것 없이 치워놓아,
나름 살만 합니다.
내일은 비가 아무리 많이 온대도, 꼭 마트 개점시간에 맞춰 나가서, 뭔가 장을 좀 봐오려구요.
그동안 굶주렸던 신선한 채소 듬뿍 사서, 신선한 샐러드도 해먹고,
똑 떨어진 감자 양파 달걀도 사오고, 우유와 요구르트도 사고,
삼겹살 좋아하는 우리 식구들을 위한 구이용 삼겹살도 사고.
이제 좀 정신 차리고 살아볼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