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날이냐구요? 김장날이요...
오늘 아침에 갈현동 친정에 가서 친정어머니 모시고, 마포농수산물시장에 가서 김장거리 장만했습죠.
배추(어디더라 고창이던가, 암튼) 채는 짧고 속이 잘 들어찬 놈, 포기당 2천원씩.
엄만 60포기, 전 80포기 고집하다가 70포기로 절충했습죠. 솔직히 이걸 노리고 제가 80포기 주장한거죠.ㅋㅋ(울 엄마 제 잔머리 눈치 못채셨습니다), 작은 걸로 5포기 덤으로 받았으니 모두 75포기죠?
다섯개씩 묶은 다발무는 몸에 진흙이 묻은 단단한 것으로 11다발. 허걱.
전요, 한 8단 정도 사시라고 하는데 격지를 많이 넣어야 맛있다며 일단 10다발 사시더니 1다발 더 넣으시더이다. 다 어떻게 씻으라고.ㅠ.ㅠ
쪽파는 한단에 2천원씩 4단, 대파는 한단에 1300원씩 2단, 갓은 단에 2천원씩 다섯단...
거기에 생강에, 마늘에, 소금에...
그뿐입니까, 생새우랑 작은 갈치까지 사고 나니 30만원을 넣어간 김장자금봉투를 탁탁 털고 지갑을 더 여시더이다.
다행히 김장거리 일습을 장만한 상회에서 배달을 해준다고 해서 천만 다행이었죠. 만약 배달이 안된다면...
김장거리를 장만한 도화상회에 만약 배추가 별로면 소문 좌악 내주겠다고 협박(? 흐흐)까지 했는데, 어떤 아주머니 말씀이 그집 단골인데 물건이나 값, 믿을 만한 곳이라고 해서 한시름 덜었습니다.
거기서 전 유자만 1만원어치 16개 사가지고 돌아왔어요. 어머니는 배추가 실린 봉고차 타고 집으로 가시고...
유자차는 안담그려고 했는데 울 친정엄마, "너흰 올해 유자차 안담그니?"하고 물으시는데 담가와라 하고 명령하시는 것보다 더 무서워서 울며 겨자 먹기로 흑흑...
집에 돌아와서는 충무로에 볼 일이 있어서 차 두고 전철타고 충무로 행.
충무로 볼 일을 보고 났는데....천룡이 넘넘 궁금한거에요, 내가 지금 가면 30% 해당하는 만큼 깎아주실까? 살 물건이 없는 건 아닐까 하고 갔는데...
카운터에 계시는 연세드신 할아버지(이분이 사장님이세요?) 넘넘 반색을 하시며, 오늘 새로 고른 다리달린 작은 접시와 찜기는 30% 깎은 값에 주시고, 커다란 접시 두장과 사각접시 두장은 전날 깎아주지 못한 보상으로 그냥 주시네요. 첨엔 사양했는데, 손님 많이 보내주셔서 고맙다며 돈 안받겠다고 하셔서, 못이기는 척 하고 가져왔어요.
이러고 집에 돌아와보니 시간도 없고, 밥 해먹을 기운도 남아있질 않고...
걍 밥상 차렸습니다.
어제 사온 명란젓에, 동서네서 김장하고 가져다준 김치속에 굴을 넣어둔 것, 어제 먹다남은 새우전과 굴전, 청국장, 그리고 참게장과 달걀장조림.
며칠전밤에 느닷없이 삶은 달걀이 먹고 싶어, 울 막내이모 생각하며 5개를 삶았는데 우리 가족들의 차가운 외면으로 3개가 남아 어제 저녁할 때 조려뒀었거든요.
이렇게 차리고 보니 정말 훌륭하네요. 이런걸 자화자찬이라고 하죠? ^0^
우리 시누이들이 요기 매일 들어오는 것 같던데, 이정도면 뭐라 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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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한 그릇 하지 않습니까? 광주요의 참꽃마리랑 현대공예의 백자그릇이랑, 옛날 고리쩍 롯데백화점 사은선물로 받은 백자접시까지...
에구구 그릇 말 나온 김에... 천룡 할아버지 말씀이 다른 것도 이쁜 그릇이 많은데 다들 제가 사간 것만 찾는다고...
그래서 오늘 집어온 것 보여드릴게요.
발달린 작은 접시와 찜기는 어떻게 생겼는지 감이 잡히실 테니까 생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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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촬영용, 혹은 과일이나 케이크 같은 걸 담으려고 가져온 거에요. 지름이 32㎝. 제법 크죠? 판판한 것인데 가장자리만 주름이 잡혀 있어요. 전 흰거 한장 파란색 한장 이렇게 가져왔는데. 노란색이랑 초록색도 있어요. 이탈리아 산으로 장당 2만원, 세일해서 1만4천원인데 말만 잘하면 좀더 디스카운트 해주시는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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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일본산 접시입니다. 가로 24㎝, 세로 14㎝로 이것도 거의 평평한 사각형입니다. 제가 이런 접시를 찾았거든요. 묵나물 여러가지 볶아서 조금씩 담아낼 때 쓰면 예쁠 것 같아요. 이건 장당 1만5천원. 그러면 디스카운트 하면 얼만가요? 1만5백원? 색감이랑 질감이랑 현대공예에서 사온 우리 그릇들과도 조화를 잘 이룰 듯...
암튼, 지하매장 안 가장 깊숙한 벽면쪽으로 이태리산 검은색 볼들도 이쁘고, 이쁜게 꽤있던데...
전철 타고 오느라 이 정도 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검은볼도...아니, 참아야 하느니라...은장도 찾아봐야겠어요.
자, 저 이제 유자 썰러 나갑니다. 글구 내일은 배추 절이고, 모레는 속넣어야 하고...
제가 다소 82 cook에 다소 소홀하더라도, 잘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