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컨디션 조절을 하느라 kimys에게도 알리지 않고 찜질방을 다녀와 그 벌을 받은 탓인지, 아니면 기차표도 예매하지도 않고 내려가겠다고 마음먹은 탓인지 새벽 2시가 넘도록 잠을 들지 못했어요.
귀에 벼개만 닿으면 업어가도 모르는 사람에게 닥친, 불면의 밤이라니...
어찌어찌 잠들어 설핏 자고는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 82cook을 열어보니, 뭔가 차질이 빚어지는 듯, moon님과 꾸득꾸득님의 다급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이고..., 아마도 참석자가 적어서 그러는 듯...
대구 회원들이 모임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서 지금이라도 내려가지 못하겠다고 연락을 할까 하다가, moon님이랑 꾸득꾸득님, lala님, 깜찌기 펭님, 울산에서 오실 치즈님, 구미에서 오신다고 한 plus5님...단 몇분이면 어떠랴 싶어서 길 떠날 차비를 했죠.
집에서의 출발시간은 7시, 버스를 타고 서울역 앞 정거장에 도착, 지하도를 들어서는데...
아직도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홈리스들이 여기저기...
이렇게 나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갈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며 서울역사로 올라가보니, 오늘이 바로 내년 설날 귀성열차 예매일이더군요.
8시에 판매되는 기차표를 사고자 밤새워 기다린듯한 이들, 다소 초췌해보이긴 했으나 고향 생각에 즐거운 듯 보였습니다.
기차표를 끊어놓고 jasmine님을 기다리는데....
저 혼자는 못 보낸다며 jasmine님이랑 수연님 아짱님 orange님이 수없이 전화로 회의(?)를 거듭한 끝에 먼길을 따라 나선 자스민님에게 새삼 고맙고 또 얼마나 미안한지...초딩 4,2학년 아이들을 새벽부터 깨워서 머리 빗기고 아침 차려놓고...반대입장이라면, 나라면 이럴 수 있을까, 고개가 저어지네요...늘 jasmine님에게 빚만 지는 느낌....
자스민님과 둘만의 기차여행이 시작됐는데,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갔는 지 모를 정도도 재미있었어요.
자스민은 제게 왜 그리 어려운 질문만 하는지...
"선생님 소나무와 전나무 구별할 줄 아세요?""저 논에 있는 머시멜로우같은 건 뭐에요?""저 과수원의 배나무는 왜 키가 작죠?"
하하하...남들이 말소리만 들었더라면 선생님과 여행하는 학생으로 알았을 듯...자스민님 담엔 제가 알만한 걸 좀 물어주세요.
동대구역에 도착해서 출구로 나와보니, 너무나 화사한 미녀가 환한 웃음으로 맞아, 일차 주눅...
moon님의 빼어난 미모에 출중한 요리솜씨까지...좀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더이다...하하하.
갤러리 신라에 도착해보니 너무나 많은 분들이 계셔서 이차 주눅..., '대구의 힘'이 실감나는 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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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집 다 지으면 꼭 초대하겠다며 바쁜 일 때문에 먼저 가신 이향숙님,
따님 Funny님의 권유로 참석하신 초롱님,
꺼미를 운전기사로 대동하고 울산에서 참석하신 치즈님,
피부가 눈부시도록 하얀 구미의 plus5님,
부군이신 꿈나라님 때문에 우리 모두의 부러움을 산 쪼리미님과 예원이,
모임의 수발을 드느라 식사도 제대로 못한 꾸득꾸득님과 지후,
컴퓨터를 바꿔서 한글도 쓸 수 있게 됐다며 시원한 웃음으로 반겨준 lala님,
근무시간에 사알짝 빠져나와 오랜 시간 함께 해준 아롱이님과 코스모스님,
길 찾느라 애먹었던 대구 새댁님,
실내온도가 너무 높아서 더욱 더웠을 만냥맘님(꼭 순산하세요),
남자인줄 잘못 알고 있다가 만나서 더 반가웠던 홍차왕자님,
자동차 레이스 얘기를 넘넘 재밌게 해준 깜찌기 펭님,
거의 울 딸 나이의 어린 엄마 손유라님,
그리고, 이번 모임의 불씨를 지폈으면서 제일 늦게 참석해 스타가 된 홍차새댁님..
모두 너무 반가웠구요, 너무 재밌는 시간이었어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고 허둥지둥 플랫폼으로 뛰어들어가니 3분 후 기차가 들어와 올라타고는 1시간동안 곤하게 잤네요.
아침 7시에 나가서 밤 9시에 들어온, 14시간 동안의 외출...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