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설거지나 청소 정도 하거나 아기 업어주는 정도의 일은 하는데...
제 기억으로 그 언니가 우리집 마지막 가정부였지 싶은데, 하여간 저 고등학교 1학년 때 20대중반쯤 되는 언니가 있었어요, 이례적으로.
무슨 사연이 있는 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분식점에도 있었다고 하고, 회사도 다녔다고 하고...
그 언니는 이 전의 가정부들과는 달리 요리를 할 줄 알았어요.
이 언니가 어느 더운 여름날 불그죽죽한 전을 상에 올렸어요.
"언니 이게 모야?"
"장떡도 몰라?"
"엄마가 안해주던데.."
저희 친정어머니가 단 한번도 해준 적 없는 그 장떡이라는 걸 그날 처음 먹어봤어요. 굉장히 맛있게 먹었죠. 그런데 친정어머니는 할 줄 모른다며 한번도 안해주셨어요.
그후 가끔 식당에서 먹어보긴 했는데, 제 손으로 해볼 생각을 못했거든요.
오늘 저희 동네 돌풍이 불고 집중호우가 쏟아지고...굉장히 무서웠어요. 그래서 핑계 김에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뒹굴 하면서 요리책이란 요리책은 모두 꺼내놓고 혹시 뭣좀 간단하면서 맛난 게 없을까 찾고있던 중에 장떡 레시피를 보게 됐어요.
사실 전 고추장만 들어가는 걸로 알았거든요. 그런데 된장도 들어가네요.
제가 본 책의 장떡에는 고추와 호박이 들어가, 호박이 없는 관계로 포기하려다 가만 생각해보니, 어제 회덮밥 먹고 남은 깻잎이랑 양배추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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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1컵에 된장 1큰술, 고추장 1큰술을 넣고 되직하게 반죽했는데, 물은 반컵 정도 넣었어요.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겠지만 나중에 먹어보니 조금 짠듯...된장 고추장 양을 10%정도만 줄이면 좋을 것 같아요.
여기다가 깻잎 양배추 풋고추 잘게 썰어넣고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서 부쳤어요.
맛이 나쁘진 않았는데...참기름을 좀 넣을 걸 그랬어요.
참기름 1작은술만 들어갔더라면 정말 맛있었겠다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장떡을 먹으니 수십년동안 기억의 저편에 가라앉아있던 그 언니 얼굴이 떠오르네요, 이름은 모르겠는데 얼굴은 선명하게 살아나네요. 어디서 뭐하고 사는지, 지금쯤이면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겠다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