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로 내려와서 남편과 시골집을 뚝딱뚝딱 고치고 있는데,
이것 저것 자랑하고 싶어 올리려다가 어제부터 계속 실패예요ㅠㅜ
블로그에서 가져와 말끝이 짧습니다.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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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레트를 해체해서 이것 저것 만들다가 벽에도 붙여버리자! 가 나왔다.
파레트를 붙이기로 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저 벽이 마음에 든다.
단, 저 짓을 다시 하지는 않겠다.
저 벽면은 꽤 넓다. 밑변의 길이가 6m 50cm, 밑변에서 꼭지점까지의 높이가 4m 30cm이다.
집에 한 두 개 굴러다니는 파레트로 될 일이 아니다. 돈 주고 살 수도 없다. 새것은 저런 느낌이 나질 않는다.
오래돼서 버린 파레트를 많이 얻어와야 한다.
남편이 눈에 띌 때마다 들어가서(겨울에 땔감으로 쓰려고 못 쓰게 된 파레트를 모아두는 업체들이 있다),
안 쓰는 거면 달라고 해봤지만(최대한 정중하게)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그럴만도 하다.
남대문 시장에 돌아다니면 일본말로 호객행위를 당하곤 하던 남편은(좋은 의미에서 이국적이라는 게 아니다. 그냥 좀 뭔가 모르게 다르게 생겼다), 제주에 내려와 공사를 하는 동안 수염이 길었고, 머리는 길어서 머리띠로 넘겼고, 새카매졌다. 딱 아시안계 외국인노동자다. 무엇보다 옷이 너무 더럽다. 일할 때 입는 작업복을 어디든 입고 다닌다. 그리고 그 옷을 잘 빨지도 않는다. 내일이면 다시 더러워진다해도 옷은 빨아야 하고 몸은 씻어야 한다. 남편은 여기 와서 그걸 잊었다.
남편은 자기가 매번 거절당하는 이유가 남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남자를 경계하고 남자에게 더 불친절하다고 주장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여자한테 부탁했을 때도 거절당한 것을 보면 그게 다는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편이 '더러운' 남자였기 때문이다.
내가 나섰다. 남편을 흘끗 보고 쫓아냈다는 그 공장에 가서 마당 한 켠에 쌓인 파레트를 전부 다 가져왔다.
내가 무슨 미인계를 쓸 처지는 아니다. 다만 나의 생김은 절대 남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나는 누가 보아도 안전하게 생겼다.
그렇게 파레트를 얻어왔다.
노가다가 시작되었다.
우선 파레트를 해체한다.
못도 다 뽑는다.
그라인더로 표면을 갈아낸다. 샌딩기로는 잘 되질 않는다. 위험하긴 하지만 그라인더로 하는 수밖에 없다.
남편은 해체하고 나는 옆에서 간다. 꼬박 이틀이 걸렸다. 동네가 워낙 조용하고 노인들이 많이 사시는지라 해가 질랑말랑만 해도 큰 소리가 나는 공구는 쓸 수가 없다.
바니쉬를 발라서 말린다.
수평을 잡아가면서
한 장씩 붙여나간다.
느낌 좋은 나무들을
일부러 삐뚤빼뚤하게 배치했다.
빈 데를 채우자니 일이 무섭고, 그대로 두자니 뭔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