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년 영수증으로도 2016 년에 엉뚱한 사람을 잡는데 , 무엇을 믿고 온라인 공개를 합니까 ?
( 이 글은 , 제가 쓴 " 초코파이 50 개 ..." 글을 읽고 기부했다는 몇몇 댓글들을 읽고,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 글을 씁니다 . 제가 쓴 글들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을 지며 , 이 글이 문제 된다고 생각되면 제가 알아서 삭제합니다 .)
1. 2008 년 영수증 한 장을 가지고 전혀 다른 인물을 다른 상황에서 저격할 수 있다면 , 지금의 입출금 내역도 10 년쯤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난도질 당할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 바나나 23 만원어치로 50 명이 나누어 먹었는지 백명이 나누어 먹었는지 알 수도 없는 상태에서 8 년이나 지나서도 조롱거리가 되는데 , 인터넷 어딘가에서 데이터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입출금 내역을 어찌 공개한단 말입니까 ?
그간 유지니맘님이 올리셨던 통장 내역 , 거기에 쓰여진 글귀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저도 몇 장 다운로드 받았었다가 , 혹시라도 이 데이터가 어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 제 추억을 위해 간직한다는 생각이 나이브하는 판단이 들어 삭제한 적이 있었습니다 .
2. 지금, 아래 유지니맘님이 올리신 지출 내역을 보고, 벌써 어떤 사람이 농민회에 확인 전화했다고 하셨지요 ? 지출 내역이 올라와서 지나가다 내역 글 보고 호기심 발동한 사람들이 , 한 백명 쯤 농민회에 전화해서 확인해 본다면 , 그 중에 공권력에 복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 그런 건 누가 책임지는 겁니까 ?
3.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많은 사연을 접할 것입니다 . 남은 돈을 어찌 할까 모금자의 묻는 글에 , 이렇게 하자 , 저렇게 하자 의견이 구구하지만 , 결국 모금 집행하는 사람에게 위임하는 것은 , 우리가 A 라는 언론이 더 자금이 급해 보이고 B 라는 언론은 요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 개인적으로 ' 어떤 인상을 가질 수 있지만 , 그건 현장에서 접하는 사람들이 잘 알아서 판단하리라는 믿음 때문에 , 자신의 인상이나 의견을 뒤로 하고 , 그냥 맡겨버리는 것입니다 .
그것을 우리는 신뢰라고 부릅니다 .
4. 이 상황을 야기한 글을 쓴 사람은 ( 지금 여기 줌인줌아웃에 같이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글과 아이디 동일시하는 걸 잘 못해서 ) “ 초코파이 안먹어도 됩니다 . 시위대가 난민입니까 각자 기부하면 될 걸 뭔 초코파이를 주겠다고 난린지 ...” 라고 했었었습니다 . 지출내역 요구와 별개로 이미 기부 자체도 반대하고 그 사용처에 대해서도 관여를 하고 있습니다 .
더군다나 , “ 팽목항이나 세월호 유가족들은 보상이 나와서 어느정도 마무리 됐습니다 .” 라는 글로 세월호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데 , 세월호 가족에게 얼마 보냈다고 인증샷을 올리면, 여럿 전화해서 확인한다고 할지 그 누가 알 수 있습니까 ?
5. 도덕성이 반드시 합리성과 같이 가는 건 아닙니다 . 히틀러가 유태인을 학살한 데에 대해 우리가 분개하는 것은 , 그들의 시스템이 비합리적이거나 비이성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행동이 잔인무도 했기 때문입니다 . 우리가 어떻게 행동을 해야할 것인지 이성을 통해 논증해야 하느냐 ? 아니 , 논증하는 것이 가능한가 ? 오래 된 철학의 쟁점 중 하나입니다 .
어떤 모금 단체가 , 회계가 투명하고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우리가 거기에 모금을 하는건 아닙니다 .
어떤 사람이 여기에 도움이 필요할거 같다고 유지니맘 찾으면 , 유지니맘님이 통장 열어주시고 , 그러면 그 날 밤으로 바로 달려가셔서 도움을 주시고 며칠 지나지 않아 도움 받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올려주시니 , 나의 모금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사용되는 줄도 모르고 수재의연금부터 수십 수백번 모금하고 기부하던 사람들이 , 무슨 마술처럼 , 소녀상 지키는 학생들이 한뎃잠 잔다니까 유지니맘님이 바로 매트 준비해주시,고 트랙터 농민들이 길가에서 노숙하게 생겼다니까 핫팩 들고 바로 한밤중에 달려 가시고, 세월호 가족들 어디서 고생하고 계신다니 바로 먹거리 들고 뛰어가주시고 ...
그래서 , 모금들 하신 겁니다 . 비이성적이서가 아니라 , 나의 만원 한 장이 저렇게 쓰이는구나 감동 받고 , ‘ 사람다운 한 사람 ’ 이 얼마나 큰 일을 하는지 보아왔기 때문에 .
그리고 그 사람이 , 다른 사람들 보호 해주느라 자신의 실명을 걸고 일하고 , 그냥 다 터뜨리면 될 걸 , 모멸감을 견디며 , 혹시라도 도움 받은 분들께 누가 될까 , 다른 사람들의 멸시를 견디며 인내하는 모습에 , 한 푼 두 푼 모은 겁니다 .
6. 전두환도 정의 사회 구현을 이야기하고 박근혜도 법치를 이야기했습니다 .
우리는 ,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중이기에 , 그 시스템에 의해 교육 받고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까지는 사람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
독일에서 일할 때 , 반일제 일자리를 얻으면 , 전일제 일자리 노동시간이 38 시간이니 19 시간 계약해야 하는데 , 19 시간 30 분 계약하자고해서 왜 그러냐고 하니까 , 19 시간 이상이어야 의료보험을 비롯 여러 사회 보장을 받을 수 있어서라고 하더군요 .
우리 나라에서 12 개월 이상 퇴직금 주는 걸로 어렵게 법안 만드니 고용주들 어떻게 합니까 ? 대부분 11 개월만 계약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
그렇다고 해서 시스템이 불필요한 것도 아니고 , 독일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고용주들이 저리 생각한 건 아니지요 .
하지만 , 중요한건 , 시스템 뿐만 아니라 운용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라는 것입니다 .
7. 전적으로 유지니맘을 신뢰하고 모금하고 자봉하는 사람들을 함부로 모독하지 마십시오 . 저는 82 공인 루저 잉여라 저만 제외하고 , 이 기부에 동참한 사람들은 전부 ‘ 건전한 한국 사회 ’ 를 만들어가는 , 존경 받아 마땅한 시민들입니다 .
이 일로 정녕 안타까운 것은 , 소녀상 지키는 학생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간식거리도 끊기는거 아닌가 걱정되고 , 누가 시위로 대치중이라 해도 핫팩 들고 뛰어가 줄 사람도 없고, 또 솥단지 걸어줄 사람 없어지는거 아닌가 걱정만 됩니다 .
저보고 하라구요 ? 제가 모금해보십시오 . 단 한 명도 입금하지 않을 겁니다 .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라면 제 이름 걸고 모금한다고 동참 하겠습니까 ?
이것이 현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