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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프라임] 중도파의 표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 중도파는 중간에 있지 않다 feat.손석희

| 조회수 : 1,688 | 추천수 : 0
작성일 : 2012-11-24 12:53:23

글은 모두 손석희 교수님이 하신 말을 그대로 옮긴겁니당

 

 

 

그럼 시작

 

지난 8월 당시를 기준으로 해서 유력한 여야 대선 후보인 A,B 후보를 선정하고
A후보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유권자 10명
B후보를 열렬히 지지하는 유권자 10명을 선발했습니다

 

A후보, B후보의 모순된 진술을 보여줬을 때에 지지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그리고 그들의 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유권자들은 자신이 반대하는 후보의 모순은 쉽게 파악했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모순은 거의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더 놀라운것은 뇌의 변화입니다

 

 

 

 

 

 

 

결국 지지후보의 모순을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실험팀은 이 실험의 교훈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보수와 진보 양 쪽에 각각 30% 내외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서로 상대편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한 발 다가가는 전략을 내놓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그들은 당신을 지지하지 않는다' 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당파성이 강하거나 정치적 입장이 분명한 경우라면 중도화 전략은 별로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원래부터 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중도적 입장이 그만큼 잘 먹혀들지 않을까요?

 

특히 양쪽 끝에 있는 사람들이 어지간해선 상대진영으로 움직이지 않을것이라는 전제하에서 보자면
후보자가 더욱 더 적극적으로 가운데로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레코프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중도파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투표를 할 때에
때로는 보수정당, 때로는 진보정당에 투표하기 때문에 중도파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이들이 사회적으로 쟁점이되는 이슈에 대해서 어정쩡하게 중간쯤 되는 견해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실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스스로를 보수주의자, 진보주의자, 중도파 혹은 무당파 라고 생각하는 유권자 99명을 모았습니다
참여자들에게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첨예하게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20개의 질문을 했습니다
1부터 5까지 찬성과 반대의 정도에 따라 버튼을 누르는것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도록 했습니다.

(20개 문항은 더보기)

1. 무상급식
2. 한미FTA
3. 대기업 규제
4. 중소기업 적합 업종
5. 경제성장과 환경보호
6. 반값 등록금
7.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8. 노동자 문제
9. 의료 민영화
10. 부자증세
11. 제주 해군기지
12. KTX노선 민영화
13. 휴전협정
14. 한미 군사관계
15. 국가보안법
16. 대북 전단지 살포
17. 인터넷 실명제
18. 양심적 병역 거부자
19. 신규 원전 확대정책
20. 사형제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볼까요?
자신이 중도파라고 답했던 32번 참가자의 경우,

전체 이슈에 대한 대답의 평균값이 3.20으로 나와서 정말 중도파였습니다
하지만 각 개별 이슈에도 모두 중간인 3을 택했느냐? 결과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전체 이슈에 대한 평균값으로는 중간에 위치하지만
개별 이슈에 대해서는 때로는 강한 진보, 때로는 강한 보수 쪽으로 기우는 전형적인 이중개념자였습니다.

 

 

 

 

 

 

 

 

 

 

 

 따라서 레이코프는 다수당이 되기 위해서 기계적으로 중간으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이 쟁점에 대해 중간위치를 지키려면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거나

 

 아니면 여기선 이 이야기를 하고

 

저기선 저 이야기를 하는식으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루즈벨트와 맞섰던 랜든이 그런 실수를 했습니다

 

 랜든은 루즈벨트의 뉴딜에 대항하던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나왔지만
뉴딜을 직접 공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중서부 농촌에서는 뉴딜정책에 동조하는 발언 을 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의 주 지지기반인 기업가들이 밀집한 동부지역에서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주장대로 강력하게 뉴딜을 비판하고 정부의 개입을 비난 했습니다

 

 

 루즈벨트는 상대방의 실수를 놓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랜든의 이러한 이중적 태도에 루즈벨트는 물론이고 유권자들까지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결국 득표를 위해서 중간으로 이동하는 태도는 선거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우선, 애초에 그런 입장을 가진 유권자들이 없고 따라서 설득할 대상도 없습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후보자들은 자신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됩니다
평소의 신념을 버리고 정치적 이해에 따라서 왔다갔다 한다는 인상을 주게되는 것이죠
진정성을 의심받는 순간, 선거는 해보나마나입니다

 

자, 그렇다면 입장에 따라서 진보적 입장과 보수적 입장을 넘나드는 이중개념주의자들,
중도파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될까요?

 

 

 

 

 

 

 

 

때로는 보수적 입장, 때로는 진보적 입장을 가진 중도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언어로 자기쪽에 유리한 도덕 체계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어 하나로 중도파를 자기편으로 만드는것, 레이코프는 이것을 프레임 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정치적 언어 즉, 프레임이
선거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를 매우 쉽게 알 수 있는 한가지 예가 있습니다

 

2001년 뉴욕에서 발생 한 사상 초유의 테러였던 911테러는 미국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이 사건 이후에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 을 선포하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작전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공과를 논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미국정치와 관련해서 이 단어가 갖는 영향력에 대해서 살펴볼까 합니다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보수적 이념체계를 활성화시켰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상대방의 언어인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강화시키는 꼴이 되버렸습니다

 

범죄냐, 전쟁이냐?
단어 하나가 이후 선거의 모든 것을 결정해버렸습니다

 

 

 레이코프의 주장은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같은 사물이나 행동도 다른 단어로 표현하면 다른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검증하기 위해서 간단한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첫 날 실험의 질문은
"KTX 일부 노선을 사기업에 매각하는 것에 찬성하십니까?"

 

두번 째 날도 동일한 장소에 투표판을 설치했습니다
다만 질문의 뜻은 동일하지만 말만 살짝 바꿔봤습니다
"고속철도의 경쟁체제 도입에 찬성하십니까?"

 

 

 

  

 

동일한 문제에 대한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언어를 통해 드러나는 프레임의 효과입니다

 

 

정치적 단어 선택과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사례는 1994년 미국의 중간선거일 것입니다
당시 미국 공화당 전략가는 자신의 책에서
유리한 선거구도를 만들기 위해서 개발한 새로운 단어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감세 → 세금구제
상속세 → 사망세금
유전발굴 → 에너지 탐사
범죄퇴치 → 공공안전

으로 바꿨습니다

 

선거 결과는 공화당의 압승이었습니다

2차 대전 이후에 처음으로 상·하 양원을 장악했습니다

 

 

 

 

두 개의 도덕체계를 동시에 가진 중도를 설득하는 두 번째 비결이 있습니다
이야기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효과적인 이야기는 일종의 동화입니다

다시 구성해보죠

 

우선 악당이 필요합니다 모든 이야기는 악당으로부터 시작되죠

 

 악당이 있으면 당연히 악당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희생자들이 있습니다

 

 이 때, 영웅이 등장합니다 이 영웅은 악당을 물리치고
우리가 지켜야 할 어떤 도덕적 가치를 구현합니다

보수주의자라면 보수적 가치를, 진보주의자라면 진보적 가치를 구현하겠죠?

 

 

 

 

 

정치란 애초에 사회적으로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정치인은 그 이슈에 대해서 보다 확고한 자신의 소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런데 모든 선거에서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좋다는 전략아닌 전략때문에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언어학적 혹은 심리학적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것들이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선거에서도 별로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훼손한다는 것은
결국 선거에서도 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히려 자신이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에 대해서 유권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것이 루즈벨트가 4선 대통령이 된 비결입니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옹달샘
    '12.11.25 11:19 AM

    실로 흥미롭네요.

  • 2. busybee
    '12.11.25 8:27 PM

    이런 고도의 마케팅 전략과 전술 부재가 진보를 늘 좌절하게 만들어 온것 같습니다.

  • 3. 비바
    '12.11.26 4:26 PM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 4. 언제나 행복
    '12.11.26 5:13 PM

    문제는 저런 프레임에 새누리당이 아주 능하다는 거예요. 그게 젤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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