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동안 이사를 7번을 했으면 참 많이 한거겠죠?
돌아보면, 비슷비슷한 집이었는데 집마련을 하기전이었으니까
집값을 올려달라는 주인의 요청을 못들어줄때라던지.
2년마다 옮겨다니는 게 습관이 되어버려서 생활의 이벤트처럼
다른집으로 옮겨 살수있는 가벼운 맘으로 가버린 경우도 있고.
이런저런 집들이 생각나요,
결국은 비슷비슷한 구조라던지, 평수였는데
그래도 그중에 기억이 남는 집이 있어요.
급전세로 나온 집이었어요.
주인할머니가 요양원에 가계신다고 해서 시세보다저렴하게
나온 집이었어요.
우리가 집을 보러 갔을땐 거의 남아있는 짐들은 없었고
현관앞에 말라죽은 큰 화분이랑 거저줘도 안걸것같은 먼지쌓인
풍경화 한점이 벽에 걸려있었어요.
신축으로 지어진지 6개월도 안되었던 집이어서
그동안 발품팔며 다녀봤던 여러 다른 집들보다 깨끗했어요.
4층계단 오른쪽에 위치한 24평 그 집을 우리가 맘에 들어하는것같자
부동산 중개인이 빨리 서두르라고 재촉했어요.
반은 떠밀리다시피 비교적 저렴하게 전세계약하고 들어와 살았는데
지내면서 느낀게 뭔가 편안하지가 않았어요.
그건 그당시 12살이던 딸아이도 그런 말을 했어요.
별 특이사항은 없었어요.
특이사항이라면, 부엌싱크대가 어두운 원목색깔로 좀 크게 지어진거랑
무거운 샹들리에가 식탁바로위에 있었어요.
낮에, 갓 돌지난 아기랑 있으면 인기척없는 그 조용함이 낯설었어요.
그리 크지않은 집이었는데도 늘 등골이 서늘했어요.
늘 채광이 밝은 집이었는데도 그 집은 편안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살던 그 4층에는 늘 원룸이 비어있었고 우리가 2년뒤에 이사갈때까지
아무도 집을 보러 오지않았어요.
제 친구도 그집에 놀러온적 있었는데, 어딘지 무서웠다고 했어요.
친구랑 이야기를 하고 딸이나 아기랑 텔리비젼을 봐도 이야기를 해도
기본적으로 고요가 서려있던 집이었어요
제가 아기랑 병원에 갔을때 그당시 초등생이던 딸아이가 친구랑 함께
집에서 놀았었던가봐요.
그 친구도 야아, 은근히 집이 무서워.
라고 했다는데 그 기분은 딸도 느끼고 있었다고 해요.
누구나 그 집은 다들 무섭다고 했던 그집..
그러나,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우리집에 오던 그 어떤 사람들도
절대 편안해 하지 않았었던 그 집이 가끔 생각나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그집을 떠난지 4년넘었는데도 그집은
그냥 조용히 무서운 ,그러나 아무도 무엇때문에 그런 기분이 들어야 했는지
절대 모르고 찜찜했던 그 집.
이사나가면서 마지막으로 그집의 4층 창문들을 차안에서 올려다볼때
다시한번 그 무서운 기분이 들었던 그집..
가끔 그집이 생각나요. 텔리비젼을 틀어놓아도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고있어도,
친구가 와서 이야길할때에도 뭔가 깊은 고요가 드리워져있던집이
가끔 생각나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