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릴때는 아이키우느라 정신 없어서 일할 생각을 못했는데 아이가 어느정도 크고나니 일을 안했던 시간이 길어져서 다시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생기더라구요.
남편이 사업을 하는데 도울일 있으면 간간히 돕기도 했어요. 근데 사업이 힘들어 경제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남편은 제 경력을 그냥 묵히는게 너무 안타깝다며 다시 일해보라고 권유하기 시작했어요. 그게 작년 말이었는데요
제 안에 생각보다 다시 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나봐요..집에 있으면서 내 경력이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에 대한 불안함과 무기력 같은게 있었는데, 막상 닥치니 일을 시작한다는 변화를 시도하는게 쉽지 않았어요.
미루고 미루다가 남편의 성화에 3월부터 이력서 쓰고 면접봤어요. 5년만에 하려니 이력서 수정하고 구직하는것도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더라구요..제일 힘들었던건 과연 나를 써줄 곳이 있을까..라는 불안감이었어요.
30대까지는 그러지 않았던거 같은데 마흔이 넘으니 어쩔수 없이 나이라는 고정관념에 제가 갇히게 되네요.
그렇게 여러군데 이력서를 내고 처음 면접을 본 곳에서 기대도 안했는데... 합격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찌나 기쁘던지 펑펑 울었어요 ㅠ.ㅠ 남편이 좋아하는것 말할 나위도 없구요.
출근 전주에는 긴장이 되어서 밥도 잘 안먹히고 잠도 잘 안왔는데, 출근하고 딱 3일 지나니 제 자리가 너무 편안해졌어요.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같이 일하는 분들도 좋구, 일하는 환경도 괜찮구요.
아이들을 상대하는 특수직인데, 제 전공을 딱 살려서 일할 수 있어서 일이 재미있고 보람이 있다는게 가장 만족스러워요.
출근하며 화장할때는 화장하고 갈 곳이 있어서 좋다..라는 시답잖은 생각도 듭니다. 예전에는 화장하고 나가는 곳이라야
일주일에 한번 교회, 아니면 어쩌다 한번 모임있을때였거든요.
남편은 일주일 사이에 제가 딴 여자가 된것 같다고 하네요. 눈빛에 생기가 돌고 표정도 자신감이 있어졌다구요 ㅎㅎ
퇴근할때쯤 밀려오는 피곤함도 기분좋고, 집에 와보면 설거지까지 싹 마치고 기다리며 우리 와이프 고생했다며 안아주는 남편도 기분 좋네요. 지난 주말엔 남편과 술한잔 하면서 남편에게 내가 다시 일할 수 있게 푸쉬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어요
정말 행복한 하루하루 입니다..제 기운을 82님들께도 나누어 드리고 싶어요~